질병 아닌 질병 ‘땀 냄새’도 수술 대상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1.06.2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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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취증은 약으로는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않는다. ⓒ강남성심병원

몸에서 냄새가 심하게 나도 병이다.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는 땀 냄새를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 국민 100명 중 다섯 명은 땀 냄새로 고생한다. 흔히 말하는 땀은 수분이 99%이므로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유독 땀 냄새가 나는 사람이 있다. 겨드랑이 등에서 땀 냄새가 역겨울 정도로 심한 증상이 흔히 암내라고 부르는 액취증이다.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은 아니지만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대인 관계가 위축되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단순히 땀을 많이 흘리는 다한증과는 구별된다. 액취증은 땀을 적게 흘려도 특정 부위에서 냄새가 심한 것이 특징이다. 주로 겨드랑이, 귓속, 배꼽, 성기 주변에서 냄새가 심하다. 그 이유는 땀샘에 있다. 우리 몸에는 크게 두 가지 땀샘이 있다. 에크린샘과 아포크린샘인데, 아포크린 땀샘은 점차 퇴화해 겨드랑이 등 일부에만 남는다. 냄새는 심하지 않지만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에게는 에크린샘이 많다. 그러나 특정 부위에 아포크린샘이 발달한 사람은 냄새로 고생한다. 즉 땀 냄새는 아포크린샘이 주범이다.

이 땀샘에서 나온 땀은 1시간 내에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되고 부패하면서 악취를 풍긴다. 액취증은 우성 유전이다. 오갑성 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부모 중 한 명이 액취증 환자라면 자식에게서 액취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50%, 부모 모두라면 80%까지 올라간다. 액취증 환자의 20%는 유전 없이 생기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땀샘은 사춘기부터 발달한다. 이 시기에 땀 냄새가 심하면 성격 장애를 겪을 수 있다. 친구들이 놀리거나 멀리하면 자신도 모르기 위축되기 때문이다. 민감하거나 소심한 성격이라면 더욱 고민이 깊어진다. 특히 여학생은 생리를 시작할 무렵부터 액취증이 생기므로 더욱 신경이 쓰인다. 액취증은 나이가 들면서 없어진다. 결국 20~40대 젊은 층이 액취증으로 고생한다. 겨울과 가을보다는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과 봄에 액취증이 심해진다.

씻고 말리고 살균하고, 심하면 수술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액취증 치료법은 씻기와 건조이다. 하루에 두 번이라도 샤워하고 특정 부위에 파우더를 뿌려 건조한 상태를 유지하면 좋다. 수분을 잘 흡수하는 알루미늄 성분이 있는 탈크파우더는 피하는 것이 좋다. 피부가 접히는 겨드랑이에서 마찰을 일으켜 피부가 상할 수 있다. 잦은 샤워로 피부가 건조해진다면 보습제를 이용하면 된다.

그 다음은 통풍이 잘되는 내의와 옷으로 갈아입는 방법이다. 땀으로 얼룩이 생기거나 냄새가 배었다면 바로 세탁한다. 이불에도 땀 냄새가 스며들게 마련이므로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세탁하거나 햇볕에 말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땀 냄새를 없애겠다고 겨드랑이에 향수를 뿌리면 땀과 섞여 더 심한 악취가 날 수 있다. 중요한 사람을 만나야 하는 급한 상황이라면 향수를 이용하되 바짓단이나 치맛단에 조금만 뿌리는 정도가 좋다. 겨드랑이털을 없애면 액취증이 덜할 것 같지만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씻을 때 살균제 성분이 있는 비누를 이용하거나 약국에서 0.3% 농도의 포르말린 희석액을 구해 암내 나는 부위에 바르는 방법도 있다. 이훈범 강남성심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바르는 약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지만 과거 암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현재는 판매가 금지되었다. 또 바르는 약은 특정 부위에 색소 침착을 만들고 내성까지 불러온다. 하루에 한 번 바르다가 대여섯 번을 발라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쯤 되면 약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심하지 않으면 이 정도 노력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효과는 임시방편이다. 근본적인 치료는 수술로 땀샘을 제거하는 것이다. 겨드랑이 피하조직에서 땀샘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중요한 점은 수술 후 1~3주일 동안은 팔을 움직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술 직후 팔을 움직이면 수술 부위가 벌어지거나 염증이 생기는 등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레이저 시술을 권하면서 시술 후 바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며 환자를 유혹한다. 액취증도 없애고 제모 효과도 있다고 하니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러나 레이저로는 땀샘을 깨끗하게 제거하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전문의들은 남아 있는 땀샘으로 인해 액취증이 재발한다고 지적한다. 장학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수술을 받은 흔적이 남아 다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처음 수술할 때 제대로 하는 의사를 찾는 것이 수술 흔적을 줄이는 방법이다”라고 조언했다.

“늘 젖은 귀지 나오는 사람은 수술이 바람직”

‘제대로 수술하는 의사’란 수술 후 일정 기간 팔을 절대 사용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의사이다. 또 땀샘을 100% 제거하지도 않는다. 땀이 전혀 없으면 피부가 마찰로 인해 손상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피부 밑에 있는 핏줄도 제거하지 않는다. 땀샘을 깨끗이 없앤다며 핏줄까지 떼어내면 피부에 피가 공급되지 않아 피부 조직이 죽어버린다.

수술이 잘되었는지 알아보는 방법이 있다. 겨드랑이털을 5mm 정도 남겨둔 채 수술을 하는데, 수술 후 겨드랑이털을 손으로 살짝 당겨서 술술 뽑히면 수술이 잘된 것이다. 털은 땀샘과 관련되어 있는데, 땀샘을 깨끗하게 제거하면 털도 잘 빠진다고 한다. 자신에게 액취증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다면 귀지를 보면 알 수 있다.

강남성심병원 성형외과의 이훈범 교수는 “어떤 사람을 수술할 것인지 가이드가 마련되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항상 젖은 귀지가 나오는 사람은 수술을 받는 편이 바람직하다. 귓구멍에도 땀샘이 있어서 귀지가 젖는다. 이런 사람은 지금 당장은 증세가 없더라도 나중에는 액취증으로 고생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입·발·머리에서 나는 냄새는 어떻게 하나

치아 사이의 음식물을 제대로 제거하지 못해 부패하면서 생기는 냄새와 잇몸질환으로 인해 잇몸에 고름이 생겨 나는 냄새가 전체 입 냄새 원인의 80%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소화기 장애나 이비인후과 장애가 원인일 수 있다. 고질적인 입 냄새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혀에 있다. 양치질할 때 혀 뒷부분과 잇몸을 잘 닦으면 입 냄새를 줄일 수 있다. 물을 자주 마셔도 입 냄새를 없앨 수 있다. 그러나 치아와 잇몸 질환에 의한 구취라면 치과를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충치로 뿌리만 남은 경우라면 뿌리를 제거하고, 불량 보철물 때문이라면 새로운 보철물로 교체해야 한다. 구강 양치 용액을 사용하는 사람도 많은데, 일시적인 효과를 볼 뿐이다.

발 냄새는 미생물이 주범이다. 대표적인 것이 무좀에 의한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갑상선 기능에 이상이 있거나 신경계질환이 생긴 경우이다. 발 냄새를 줄이려면 긴장을 완화하거나 땀을 줄이기 위한 약물 요법, 발바닥에 미세한 전류를 흘려보내는 전기 요법 등이 해결책이다. 구두 안쪽을 알코올로 닦아 세균을 없애고 바람이 잘 통하는 응달에 가끔 말려주는 것이 좋다. 구두는 2~3켤레를 번갈아 신으면 냄새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 발이나 구두에 향수를 뿌리면 발 냄새와 섞여 더 심한 악취로 변할 수 있다. 살균제가 있는 비누로 자주 씻는 것이 좋다. 양말은 나일론보다 면제품으로 매일 갈아준다. 세탁할 때도 살균제가 들어 있는 세제를 사용한다. 통풍이 잘되는 신발을 여러 켤레 준비해서 교대로 신는다.

머리에서 냄새가 나는 이유는 피지 때문이다. 피지에 땀과 곰팡이균이 섞이면 고약한 냄새가 난다. 특히 머리에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은 더 심하다. 머리 냄새를 없애려면 자주 씻는 방법이 최선이다. 이때 약용 샴푸를 이용하면 다소 도움이 된다. 냄새가 심하면 병원을 찾아 스테로이드가 포함된 용액이나 항진균제로 치료한다.

도움말 : 계승범 삼성서울병원 치주과 교수·이동윤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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