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홍익대 전철역 앞은 매주 토요일 밤 9시를 넘어가면 제야의 종이 울리는 종로 보신각 앞처럼 붐빈다. 거리마다, 가게마다, 샛길마다, 발에 채이고 어깨가 부딪힐 정도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유흥업소가 많아서라면 강남역이나 신촌이 더 붐벼야 하겠지만 홍대 앞은 정도가 더 심하다. 왜 젊은 열기는 이곳으로 집중할까.
남다른 홍대 앞의 분위기를 형성한 것은 이곳에 터를 잡고 사는 사람들이다. 젊고 실험적이고 자유분방한 사고를 하는 ‘주민’이 유독 홍대 앞에는 많다. 그런 ‘동네 주민’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사람이 있다.
편집 디자인 사무실 스튜디오203의 장성환 대표는 <스트리트H>라는 동네 문화 잡지를 2년째 만들고 있다. 이 잡지에는 광고도 없고 상업적인 내용은 하나도 없다. 잡지에는 꼼꼼하게 그린 동네 지도와 그 지도 어디쯤에 가게나 서점, 밥집, 스튜디오, 갤러리 등을 열고 있는 동네 사람 이야기가 담겨 있다. ‘국카스텐’이나 ‘10cm’처럼 지금은 유명해진 인디밴드도 뜨기 전에 <스트리트H>에 먼저 얼굴을 내밀었다. 장대표는 “사람이 공간을 만들고 공간이 지역을 만든다”라고 홍대 앞 사람을 다루는 이유를 설명했다.
풍부한 문화 생태계, 기록으로 지킨다
“뉴욕에서 <빌리지 보이스>라는 문화 잡지를 보고 나도 그런 동네 잡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홍대 앞만 다루는 콘텐츠가 계속 월간지를 만들 만큼 나올 수 있을까 궁금해하는 분도 있는데 돈에 여력만 있으면 격주간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홍대 앞 생태계는 풍부하다. 마포구에 3천개의 출판사가 있는데 그 가운데 6백개가 홍대 앞에 있다. 대안미술이나 대안예술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도 많다. 다 홍대 앞이니까 가능하다. 홍대 앞이 문화적으로도, 외형적으로도 급변하고 있는데 이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곳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일단 지도부터 만들고 <스트리트H>를 만들었다.”
홍대 앞 샛길을 누비다 보면 ‘누가 보러 갈까’ 싶은 각종 퍼포먼스와 전시를 볼 수 있다. 다양한 날것의, 다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출발선에 서 있는 예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홍대 앞이라는 이야기이다. 형태를 정의하기 어려운 ‘다방면 예술가’가 골목마다 진을 치고 그런 예술을 보기 위해 감성이 아직 닫히지 않은 젊음이 모여들고, 그 젊음을 구경하기 위해 또 다른 젊음이 모여들면서 주말 저녁에 홍대 앞은 젊음을 위한, 서울에서 제일 큰 놀이공원으로 탈바꿈한다.
얼마 전부터 장대표는 활동 영역을 넓혔다. 디자인203을 통해 홍대 앞 문화 단체에 디자인 스폰서링을 시작하고 홍대 앞 각종 축제에 공동 주관 자격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돈을 벌지 못하는 잡지를 외부의 지원 없이 계속 발행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장대표는 “이것을 일이라고 생각하면 못했을 텐데, 작업이라니까 할 수 있었다. 해보니 의미를 좇을 때 돈은 부가적으로 따라 온다. 지금까지도 다른 일을 해서 번 돈으로 이 일에 쏟아붓고 있는 격이지만 꼭 손해는 아니다. 작업에 만족한다. <스트리트H>를 보고 공동 작업 제안도 많이 들어온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는 왜 홍대 앞에 집착하는 것일까. “나는 홍대 시각디자인학과 83학번이다. 홍대신문에서 문화부장을 했다. 그러나 그것 때문은 아니다. 이곳에는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그 무엇이 있다”라고 말했다.
‘홍대 앞’을 ‘홍대 앞’스럽게 만드는 사람들 프린지 페스티벌의 오성화 대표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 김연호 대표 실험예술제 코파스 김백기 대표 와우북페스티벌 이채관 대표 요기가표현갤러리 이한주 대표 클럽문화협회 최정한 대표 클럽빵 김영등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