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와 박근혜가 당을 위기로 몰았다”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11.06.2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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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경기도지사 인터뷰 / “총선 후 승산 없다 판단되면 대선 출마 안 해”

ⓒ시사저널 이종현

누군가 그랬다. 정치인 김문수에게서는 여전히 투사의 냄새가 난다고. 투박하고, 세련되지 못했다는 의미와 맞닿아 있다. 국회의원을 3선이나 했고, 경기도지사를 재선으로 지내고 있는, 그래서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대중 정치인에게 이런 이미지는 분명 핸디캡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정치인 김문수는 정계 입문 이후 유권자들에게 심판받기 위해 나선 지난 다섯 차례의 선거에서 ‘불패 신화’를 자랑한다. “노련하면서도 적당히 잘 다듬어진 정치인들 틈바구니 속에서 김문수의 꾸밈없고 직설적인 언행이 상대적으로 더 돋보이게 된다”라는 평이 나오는 까닭이다. 인터뷰를 위해 6월21일 도청을 방문한 기자에게 도청 대변인실과 비서실 관계자들은 “너무 정치적인 질문만 하지는 말아달라”라는 신신당부를 잊지 않았다. 하지만 김지사는 민감한 정치 문제가 나올 때마다 목소리가 높아지고, 팔 동작에 힘을 주었다.

이번에 <김문수 스토리 靑>이라는 책이 나왔다. 혹시 ‘청’이 청와대를 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얘기가 있다.

나는 청춘이라고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청’만 썼다. 출판사에서 그렇게 썼지만 청와대 청자는 아닌 것 같은데?(웃음) 예전에 내가 직접 쓴 책도 있는데, 오히려 그 책에서는 김문수가 어떤 사람인지 그림이 잘 안 그려진다는 얘기를 들었다. 반면에 이번 책은 다른 분이 객관적으로 나를 인터뷰하고 써서 그런지 이전에 나온 책보다도 오히려 나를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되고 그림이 잘 그려진다고 하더라. 그래서 고맙게 생각한다.

인간 김문수로서 자신이 갖는 장점과 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어떻게 보면 나 같은 사람은 좀 별종이다. 순탄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다. 정상적인 직장 생활도 못 해봤고, 도망 다니고, 투옥되고, 뭐 그러다가 또 이렇게 정치권에 들어와 있고. 다시 말하면 기성품이 아니고, 좀 골동품 같은 느낌이 있다. 글쎄. 내가 고쳐야 할 점이라면, 역시 아직도 이미지가 좀 과격하게 보인다거나 좀 정상적이지 않게 보이는 점 등이 아닐까. 바꿔나가야 할 것이라고 본다.

주변에서 김지사를 접해본 이들 가운데는 소탈하면서 친화력이 있다고 평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아직도 김지사에게 과격하고 투사적인 이미지를 떠올린다고 생각하나?

내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적었는데, 그래도 요즘에는 많이 좀 부드러워지지 않았나?(웃음)

자주 도내에서 택시기사 체험을 해왔는데, 이번에 또 한다고 들었다. 실제 도정에 도움이 되나?

도움이 많이 된다. 우선 민심도 민심이지만, 그 지역을 가장 잘 알 수 있다. 이번에는 동두천을 갈 예정인데, 평소에는 가더라도 시청이나 어디 특정한 장소만 방문하고 오게 된다. 하지만 운전대를 잡으면 손님이 원하는 곳을 가야 하고, 생전 처음 가보는 곳에도 가야 한다. 이 일이 아니라면 좀처럼 내가 갈 일이 없는 누구 집 앞, 어디 골목까지 들어가야 한다. 그러다 보면 도로, 주택, 도시 계획, 신호등 여러 가지 문제가 그 속에서 나온다. 사람도 미리 예상되거나 맞춤형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고, 그냥 우연히 만나는 것이다. 그것이 진짜 민심일 수 있다.

재선 도지사 임기의 1년이 지났다.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안은 무엇인가?

▲ 5월24일 김문수 지사가 대학생들과 등록금 문제 등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시 GTX 사업이다. 지난 4월 국가 계획으로 확정 고시는 되었는데, 아직 착공이 안 되고 있다. 착공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민간 제안 사업이고, 하나는 정부 고시 사업 형식이다. 이미 3~4년 가까이 내가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민간 제안 사업으로 하면 바로 착공에 들어갈 수 있는데, 정부 고시 사업으로 하면, 알다시피 정부는 안 두드려도 될 다리를 계속 두드리고만 있으니까 늦어질 수밖에 없다. 현 대통령 임기 중에 착공이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굉장히 큰 사업인데 너무 서두르는 것이 아닌가? 그 역시도 김지사의 ‘큰 정치’를 위한 업적으로 삼으려는 것인가?

그 사업은 내가 지난 초선 도지사 할 때부터 추진해왔던 일이다. 그리고 경기도의 교통 사정을 알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 수도권의 교통 체증이 심각하다.

평소 대권 도전에 강한 의지를 표출해 온 것으로 아는데,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는 “내년 총선 결과를 보고 대권 출마 여부를 판단하겠다”라고 언급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권 도전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인가? 특별히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가 있나?

지금부터 내년 12월 대선까지의 과정에서 4월 총선은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그때 어떤 변화가 일어나서 내가 대선 후보로서 상당한 승산이 있다고 판단될 때 나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승산도 없는데, 무조건 나간다는 것은 맞지 않다. 내가 무슨 ‘대권 병’에 걸린 사람도 아니고.

유력한 대권 주자들이 많이 나와서 박근혜 전 대표와 경쟁하는 경선이 이루어져야 한나라당의 흥행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은데.

승리 가능성이 없는데도 무조건 나가는 사람은 상습 정치꾼에 불과하다. 또 나 자신이 무슨 흥행을 위해서 불쏘시개가 되겠다 하는 그런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지사라는 자리가 그렇게 가벼운 자리도 아니다.

조선일보, 문화일보 등 일부 신문의 칼럼에서 김지사를 향해 ‘내년 대권을 포기하더라도 당권 도전을 위해 이번 7월4일의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나섰어야 했다. 그런 희생이 필요했다’라며 당권 포기에 대해 비판적인 칼럼을 게재했는데.

좋은 뜻으로 썼겠지만, 당권에 도전한다는 것은 곧 대권 포기를 선언하는 과정이 된다. 대권도, 도지사직도 다 포기하고 당권에 도전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 조금 뚱딴지같은 일이다. 그리고 꼭 나만이 지금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다소 과대망상적인 일이다.

김지사 주변에서는 이번에 당을 살리는 일에 살신성인하고 내년 총선에서 성과가 나오면 그때 가서 당헌·당규를 개정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얘기도 한다.

그것이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그런 문제가 박근혜 전 대표 등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이들이 모두 참여해서 이렇게 이렇게 하자고 나서도, 그래도 간단치 않은데, 나 혼자서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결국 당헌·당규를 나한테 맞춰달라는 것인데 그것은 경우에 맞지도 않는다.

이번 7·4 전당대회를 ‘마이너리그’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대선 주자급인 박 전 대표 등이 다 빠져버리고 대권에 나서지 않겠다는 사람들만 나와서 당을 이끌 때 리더십이 매우 취약해진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내년 총선에 이어서 대선이 바로 있다. 8개월 간격으로 붙어 있는데, 대선에 나갈 사람은 총선 지휘를 못하게 되는 셈이다. 박 전 대표처럼 대선에 나가는 사람은 이미 당 밖에 캠프를 다 만들고 있다. 캠프를 만들어서 당을 완전히 형해화시키고 있다. 이를 ‘캠프 정치’라고 부르기도 한다. ‘정당 정치’가 아니라 캠프 정치로 당이 돌아가고, 당 중심이 아니라 캠프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까 당은 완전히 껍데기밖에 안 남는 상황이 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당이 총선을 지휘할 수 있겠나. 이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이다. 대선에 나가려면, 한나라당 후보로 나가려면 당을 중심으로 해서 역량을 모아야 한다. 그런데 당의 사람들을 빼다가 캠프에 줄 세워서 캠프 운영하는 데 온갖 힘을 다 써버리고, 당은 나 몰라라 하며 내팽개치고 이래서는 안 된다. 지금은 캠프 때문에 정당이 껍데기밖에 안 남게 되었다.

▲ “‘정당 정치’가 아니라 캠프 정치로 당이 돌아가고, 당 중심이 아니라 캠프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까 당은 완전히 껍데기밖에 안 남는 상황이 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당이 총선을 지휘할 수 있겠나. 이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이다.” ⓒ시사저널 이종현

만약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지 않는 쪽으로 당헌·당규를 개정했다면, 이번에 당권 도전에 나섰을 것인가? 

그렇게 된다면, 박 전 대표도 자기 캠프를 깨고 당으로 들어와야 했을 것이다. 당연히 당을 중심으로 내년 총선을 치르려고 할 것이 아니겠나. 나도 마찬가지고, 오세훈 시장이나 정몽준 전 대표나 누구라도 대선 출마에 뜻이 있는 사람이면 당연히 당권에 도전할 것 아닌가. 전에는 다 그렇게 했다. YS(김영삼 전 대통령)도, DJ(김대중 전 대통령)도 그렇게 해서 대통령이 되었고, 이회창 후보도 그랬다. 당 대표로서 당 조직을 이끌고 대선에 출마했다. 그런데 이것이 지난 2004년부터 정당법이 바뀌어져서 지금 잘못 가고 있다. 정당을 약화시키는 쪽으로 가서 정당에는 후원금도 못 내도록 하고 있고, 지구당도 없애버렸다. 대선에 출마할, 이른바 실세라는 이들은 1년6개월 전부터 당 밖에 캠프나 만들어서 뒤로 빠져버리고 당은 마치 대리인이나 내세워서 사당화해버리는 그런 병폐가 지금 생기고 있다. 이런 것을 뜯어고쳐야 한다. 캠프로 경쟁하지 말고 당내에서 경쟁해야 한다. 당의 공천을 받아야지, 캠프 공천을 받아서 나가는 것이 민주주의일 수 있나. 이것이 극단화된 예로 지난 2008년 총선에서 친박연대라는 이름의 공천이 생기는 아주 희한한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이것이 한나라당의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여권이 큰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는가?

그렇다. 한나라당의 위기이다. 당의 꼴이 우스워지지 않았나. 우리 솔직히 얘기해보자. 누가 뭐라 해도 한나라당의 실세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아닌가. 그런데 이 두 사람이 모두 한나라당을 위기에 빠뜨린 것이다. 청와대에 있는 대통령도 여의도를 가볍게 생각하고, 당을 청와대 수석들의 오더를 받아서 집행하는 기구 비슷하게 여긴다. 또, 박 전 대표는 뒤로 빠져서 개인 캠프 중심으로 행보하고 당은 캠프의 들러리 역할 비슷하게 생각한다. 그러면 도대체 당이 할 일이 무언가. 여당이 청와대 수석들 전화받는 자리인가. 아니면 개인 유력 대권 주자의 캠프나 팬클럽의 포장지 노릇이나 하는 곳인가. 그러니 당의 정책이 실종되는 것이다. 당 대표라는 사람이, 당직자가, 또 의원들이 청와대에 가서 누구 말씀 적어오고, 호텔 같은 데 가서 유력 정치인 누구 말씀이나 수첩에 적어오고, 이런 정당이 제대로 되겠나.

북한을 바라보는 김지사의 시각에 다소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북한에 대해 적화통일을 꿈꾸는 집단으로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또 남북 대화에 소극적인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기도 한다.

내 시각이 이중적인 것이 아니라, 북한 자체가 이중적인 구조이기 때문에 그렇다. 하나는 연평도 포격을 일으킨 것처럼 우리를 적화통일하려는 아주 호전적인 지도 세력들이 존재하는 곳이고, 또 하나는 우리 헌법에 나와 있듯이 우리 영토이고, 우리 국민들이 있는 곳이다. 북한 주민들이 탈북해서 우리 사회에 오면 따로 국적 취득 절차도 없이 바로 그들은 우리 국민이 된다. 우리 영토이고 우리 국민이면 마땅히 탈북자들도 도와주어야 하지만, 북한에 있는 주민들도 같은 동포로서 도와주는 것이 맞다. 거기에 소극적인 현 정부를 비판하는 것이고, 대신 국방과 안보는 매우 단호하면서도 튼튼하게 가져가야 한다.

최근 복지 문제가 여야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내년 대선이 복지 정책 대결의 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값 등록금’ 문제나 ‘무상 급식’ 문제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갖고 있나?

고액의 등록금 부담을 줄여주자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여러 여건상 우선순위를 정해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저소득층 자녀부터 먼저 도와주자는 것이 내 생각이다. 등록금 부담 경감에 필요한 돈을 재정에서 모두 지출할 수는 없고, 부실 대학에 대한 구조조정과 연계하고 대학의 적립금 사용 유도, 등록금의 적립금 전환 제한 등 여러 노력과 병행해서 해야 재정 부담이 최소화될 것이다.

무상 급식 또한 마찬가지다. 나도 기본적으로 아이들에게 밥 주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재원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어디를 우선으로 할 것인가 하는 점에서 무상 급식이 우선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경기도는 친환경 급식에 더 주안점을 두고 있다. 친환경 급식은 아이들에게 양질의 급식을 제공함은 물론 FTA(자유무역협정)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농가를 돕는 일석이조의 사업이다. 야당이 70%를 차지하는 경기도 의원들께서도 이해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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