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전당대회는 ‘차차기 경선장’?
  • 조진범│영남일보 정치부 기자 ()
  • 승인 2011.06.2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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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차기 주자로 박근혜 인정하면서 미래 주도권 경쟁 격화…‘계파 대리전’ 성격은 약해져

▲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악수하는 홍준표 전 최고위원(오른쪽). ⓒ연합뉴스

“사실상 차차기 대권 주자를 가리는 경선이다.”

오는 7월4일 치러질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성격이 갈수록 격상되는 양상이다. 한나라당 당권 경쟁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하고 있다. 7·4 전대에 출전한 당권 주자들의 면면이 예사롭지 않다는 의미이다. 한나라당에서 대중적 인지도를 인정받는 ‘미래 자원’들이 총출동했다. 세대교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7·4 전대가 차차기 대선 경선의 전초전으로 변해가고 있는 셈이다.

‘마이너리그’라는 비아냥도 쏙 들어갔다. 당초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해 이재오 특임장관,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한나라당의 대주주들이 빠지면서 맥 빠진 전당대회가 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당의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나갈 후보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전대의 막이 오르는 순간 분위기가 달라졌다. ‘고만고만한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던 홍준표·나경원 전 최고위원, 원희룡 전 사무총장, 남경필·유승민 의원 등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다.

모두 40~50대 젊은 후보라는 점에서 “한나라당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차세대 주자들의 경쟁이다”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단순히 최고위원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대표’를 향한 전쟁이 사뭇 치열하다. 어느 누구도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는 눈치이다. 원희룡 후보는 내년 총선 불출마라는 배수진까지 쳤다.

분위기가 왜 바뀌었을까. 우선 당권 주자들이 던진 ‘메시지’가 간단치 않다. 기존의 당 노선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파격적인 제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와 차별화하는 바람이 드세다. 무상 급식, 무상 보육 등 민주당 전당대회를 방불케 하는 정책도 일부 후보들에게서 나왔다. “좌클릭 했다” “민주당 흉내 내기이다”라는 보수층의 우려도 들린다.

당권 주자들의 움직임이 내년 총선 및 대선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차차기 대선까지 염두에 두었다는 분석이 여기에서 나온다. 현재의 노선과 정책으로는 차기 대선은 고사하고 차차기 대선에서도 희망이 없기 때문에 ‘보수 가치 논란’에 아랑곳없이 전면적인 쇄신을 들고 나온 것으로 여겨진다.

한나라당의 노선 변화 여부가 주목을 받으면서 당권 주자들의 주가도 덩달아 뛰고 있다. 언론에 자주 등장한 홍준표·나경원·원희룡·남경필 후보 등의 경우 인지도도 높은 편이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전 대표의 패배 이후 사실상 정치적 칩거에 들어갔던 유승민 후보는 친박계 단일 후보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계파의 대리전’이라는 인식도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다. 친이계 후보로 분류되는 원희룡 후보와 나경원 후보조차 친박계의 표심을 의식하고 있다. 유승민 후보 역시 “옛날 같은 친이-친박의 대결 구도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박근혜 마케팅’은 공통 현상이다.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로 유력한 박근혜 전 대표를 인정하면서 차차기를 노린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원희룡-유승민 연대론이 ‘뜨거운 감자’로

▲ 지난 3월17일 청와대에 모인 원희룡 사무총장과 이재오 특임장관, 안상수 대표(왼쪽부터). ⓒ연합뉴스

사실상 친이계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원희룡 후보는 천막 당사의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또 “친이 쪽에서 지지를 해준다면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친박 쪽에서 보았을 때도 불안정한 리더십보다는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권 주자의 공존이나 윈윈 관계가 안정되게 갈 수 있는 지도부가 최상의 파트너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일한 여성 주자인 나경원 후보도 “여성 대표는 여성 대통령을 만드는 데 걸림돌이 아니라 기반이나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라고 밝혔다. 홍준표 후보는 “박 전 대표를 향한 야당의 공세를 막을 사람은 나밖에 없다”라고 했다. 유승민 후보는 “내가 대표가 되더라도 친이에 대한 학살은 없다. 계파를 가리지 않고 인재를 고루 등용하겠다”라고 선언했다. ‘탈계파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존심 싸움도 대단하다. 지난해 서울시장 경선에서 후보 단일화에 성공했던 원희룡 후보와 나경원 후보는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7·4 전대를 정치 인생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원후보는 “나 전 최고위원이 찾아온다면 반갑겠지만, 내가 먼저 찾아갈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나후보도 “여러 가지 정책 기조가 다른 부분도 있고, 사실상 (단일화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원후보의 총선 불출마를 놓고서도 신경전이 치열하다. 유후보만 “결단을 내린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긍정적으로 바라볼 뿐, 나머지 후보들은 “차기 서울시장 출마를 고려한 것이 아니냐. 진정성이 의심된다”라고 공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원후보는 “차차기 대선을 위한 불출마라고 봐주면 감사하겠다”라고 받아쳤다. 자신의 목표를 좀 더 명확히 한 셈이다.

승부는 예측 불허이다. 당초 홍준표 후보가 앞선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일각에서 “거품이 빠지고 있다”라는 소리도 나온다. ‘독불장군’으로 불리는 홍후보는 조직 표가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계와의 ‘밀약설’도 박 전 대표측의 단호한 부인으로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는 원희룡 후보와 나경원 후보의 추격이 맹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구를 지역구로 둔 유일한 비수도권 후보인 유승민 후보의 돌풍 여부도 관심거리이다. 유후보는 “단순히 TK(대구·경북)와 친박을 대변하기 위해 출마한 것이 아니다”라며 전국 정치인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역 균형 발전을 한나라당의 새로운 가치로 정립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대의 최대 변수는 친이계 주자인 원후보와 친박계 단일 후보인 유후보의 연대이다. 친박계 일각에서조차 원후보와의 연대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원후보와 유후보가 힘을 합칠 경우 손쉽게 1, 2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친박계의 한 인사는 “원후보와의 연대는 계파 화합의 상징이 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주고받기’도 가능하다. 연대가 성사된다면 원후보가 당권을 잡더라도 유후보는 사실상 공동대표의 지위로까지 격상된다”라고 말했다. 원후보도 “박 전 대표에게도 도움이 된다. 나와 유후보 모두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4·27 재·보선 패배에 따라 지도부가 총사퇴하면서 열리게 되는 7·4 전대는 새로운 흐름을 형성했다. 차기 대선은 물론이고 차차기 대선까지 연결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이 새로운 리더십을 강력히 원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한나라당의 전략가로 통하는 한 인사는 “이번 당권 주자들의 면면이나 출사표를 보면 대표가 될 경우 자기 목소리를 분명히 낼 것으로 보인다. 계파의 이익이나 대변하면서 차기 대권 주자의 ‘아바타’로 불리는 것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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