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한인 파워 ‘아직도 먼 길’
  • 한면택│워싱턴 통신원 ()
  • 승인 2011.07.05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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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권 취득하는 한인, 2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 급감…“한국인들의 미국 사랑 끝났다” 분석도

2011년 7월4일은 2백35번째 미국의 독립기념일이다. 미국은 이민의 나라이고 한국인도 이민사회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한국인이 1903년 미국 이민을 시작한 지 올해로 1백8년이 지났다.

미주 한인은 이제 미국 정부 공식 인구조사로도 1백42만, 비공식으로는 2백50만명의 거대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성 김(한국명 김성용) 북핵특사를 주한 미국대사에 지명함으로써 한미 양국이 수교한 지 1백29년만에 처음으로 한국계 주한 미국대사가 탄생했다.

그러나 미국 내 한인들의 정치 파워는 아직도 미흡하고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미주 한인 1백42만…10년간 32% 증가

미국 연방센서스국이 발표한 2010 인구센서스 최종 결과에 따르면 미국 전체 한인 인구(혼혈 제외)는 1백42만3천7백84명으로 2000년 조사 때의 1백7만6천8백72명에서 10년간 34만6천9백12명(32.2%)이 늘어났다. 한인 인구는 3억8백75만명에 달하는 미국 전체 인구에서 0.5%를 차지한다. 2000년 센서스 때의 0.4%보다 약간 높아졌다.

미국 내 한인 인구 수는 다른 아시아계와 비교할 때 일본계(76만3,325명)보다는 많았으나 중국계(3백34만7천2백29명), 인도계, 필리핀계, 베트남계보다 적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10년간 한인 인구 증가율 32.2%는 인도인 69.4%(1백16만4천6백26명), 필리핀인(38.1%), 베트남인(37.9%), 중국인(37.6%) 등 다른 아시아계들보다 저조한 것이다.

한인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 주는 45만1천8백92명으로 압도적 1위를 유지했으며 지난 10년간 10만6천10명이 늘어나 30.7%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에 비해 뉴욕 주는 14만9백94명으로 2위 자리를 지켰으나 10년간 17.7%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에 이웃 뉴저지 주는 9만3천6백79명으로 10만명대에 육박하며 10년간 43.4%(2만8천3백30명)가 늘었다.

특히 미국의 수도권인 버지니아 주는 7만 5백77명으로 집계되어 한인들이 네 번째 많은 주로 뛰어올랐으며 10년간 2만5천2백98명이 늘어 55.9%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5위는 텍사스 주로 6만7천7백50명, 6위를 서부 워싱턴 주 6만2천3백74명, 7위는 일리노이 주 6만1천4백69명, 8위 조지아 주 5만2천4백31명, 9위 매릴랜드 주 4만8천5백92명, 10위 펜실베니아 주 4만5백5명의 순이었다.

▒ 미국 영주권 취득 한국인은 감소세

미국 영주권을 취득하는 한국인들은 최근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전체 미국 영주권 취득자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과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영주권을 취득한 한인들은 2010년 한 해 2만2천2백27명인 것으로 나타나 2009년도 2만5천8백59명보다 3천6백32명(14%) 줄어들었다. 지난해 영주권을 취득한 한인 2만2천2백27명은 전체 1백4만2천5백25명 가운데 2.1%로 출신 국가별로는 10위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가족 이민은 1만4백79명이고 취업 이민은 1만1천6백42명으로 나타났다. 전체 영주권 취득자들은 취업 이민이 13%에 불과하고 가족 이민이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으나 한인들은 취업 이민이 더 많다. 그러나 미국 경제 침체의 여파로 스폰서 구하기가 어려워졌고 영주권 수속도 답보 상태에 빠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지난해 5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 시 도심의 코리아타운에서 다문화 축제 행사인 ‘컬처 페스트’가 열려 현지 시민들이 휴일 한때를 즐겼다. ⓒ연합뉴스

▒ 시민권 취득 급감, 정치력 신장에 빨간불

덩달아 미국 내 한인의 정치력이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고위 공직 진출도 주춤하고 표를 결집해 파워를 신장해야 하는 시민권 취득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한인들은 지난해 36.4% 감소했다. 2008년에 비하면 2년만에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전체 미국 시민권 취득자들이 해마다 크게 줄어들었는데, 한인 취득자들은 이례적으로 그보다 큰 폭으로 급감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한국은 같은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가장 저조한 시민권 취득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인도는 6만1천1백42명(9.9%)이 시민권을 취득해 멕시코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필리핀은 3만5천4백65명(5.7%)으로 3위, 중국이 3만3천9백69명(5.5%)으로 4위, 베트남이 1만9천3백13명(3.1%)으로 5위를 차지했다. 부동의 1위 멕시코를 제외하면 아시아 국가들이 2~5위까지 차지한 반면 한국은 12위에 그쳤다. 시민권자가 아니면 투표할 수 없다. 투표하지 않는 한인사회에 대해서는 어떤 주류 정치인도 손길, 발길, 심지어 눈길조차 돌리지 않을 게 분명하다. 한인들의 정치 파워와 권익이 그만큼 줄어들 우려를 낳고 있다.

▒ 한인 표심 파워는 아직도 크게 미흡해

미국 내 한인의 유권자 등록과 투표율은 더욱 저조해 정치 파워, 표심 파워는 아직도 크게 미흡한 것으로 자타가 인정하고 있다.

한인의 경우 표심을 보여주는 데 필요한 3단계 조치 가운데 시민권 소지율 54.2%로 전체의 절반을 겨우 넘기고 있는데다가 시민권자들 중에서 유권자 등록률은 40~50%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유권자 등록을 해놓고도 실제로는 투표하지 않는 경우가 흔해 전체 한인 유권자의 실제 투표 비율은 고작 10~20%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에 비해 막강 파워를 행사하는 미국 내 유대인의 투표율은 78%로 가장 높고, 흑인과 라틴계는 각 43%와 40%를 기록하고 있으며, 아시아계에서도 중국계는 35%, 인도계는 32%를 보이고 있다. 시민권 취득율도 낮지만 정치 파워와 직결되는 한인 시민권자들의 유권자 등록률과 실제 투표율은 더욱 저조하다는 지적이다.

시민권자가 많지도 않은데다가 두 단계에 걸쳐 3분의 2나 정치 과정에 불참하는 셈이어서 한인들의 정치력과 표심 파워를 강력하게 과시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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