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상품 수출 더 늘리겠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1.07.05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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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준 기상청장 / “기상예보는 사람 살리는 기술…‘천리안’ 위성 덕에 예측력 더 강해져”

▲ 조석준 기상청장은?·1954년 충남 공주 출생 ·1977년 서울대 대기학과 졸업·1987~2001년 KBS 기상캐스터 ·2000~2010년 웨더프리 대표 ·2010~2011년 한국기상협회 회장·2011년 2월~현재 기상청장 ⓒ시사저널 윤성호

지난 2월9일 취임한 조석준 기상청장은 뼛속까지 ‘날씨 맨’이다. 대학에서 기상학과를 졸업한 그는 38년 동안 공군, 언론, 기업 등을 거치면서 기상 일을 놓지 않았다. 지난 6월28일 기상청장실에서 진행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도 아이패드와 노트북까지 동원하며 날씨에 대한 이야기를 쉼 없이 쏟아냈다. 그의 입에서 “인류 최고의 발명은 일기예보이다”라는 말이 나온 것도 무리는 아닌 듯하다. 한국은 그 발명품을 잘 발전시켜왔다. 조청장은 보석을 갈고 닦아 세계 시장에 판매하는 역할을 자신이 하겠다고 강조했다.

올여름 날씨에는 어떤 특징이 있나?

올해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쪽으로 확장해 대륙의 공기와 강하게 맞부딪치면서 폭우가 심하겠다. 장마는 예년보다 조금 일찍 끝나고 7월 하순부터 시작된 무더위가 다소 오래갈 것이다. 

장마 기간을 예보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과거에는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장맛비가 내렸고, 그 기간도 6월 말부터 한 달 정도로 뚜렷했다. 그런데 지금은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로 변하는 과정이어서 저기압, 태풍 등으로 비가 자주 내린다. 한마디로 장마의 의미가 없어지고 우기 개념이 넓어졌다. 우기는 6월부터 길게는 9월까지 이어진다. 강우량도 과거 1천2백~1천3백mm에서 현재는 1천4백mm로 늘어났고, 옛날에는 7월에 많던 강우량도 8월로 옮아갔다. 1990년 이전보다 비의 세기도 강해져서, 12시간 동안 80mm 이상 내리는 호우의 빈도가 25%, 1백50mm 이상 내리는 호우의 빈도가 60%나 상승했다. 과거 기상예보는 그 이전 자료를 많이 참고했다. 그런데 지금은 과거 자료가 맞지 않는다. 태풍 ‘메아리’도 과거와 다른 진로로 유입되지 않았는가. 미국에서는 현재 기후를 ‘뉴 노멀(new normal)’이라고 부를 정도이다. 과거의 날씨 정보가 현재에 잘 들어맞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최근 태풍 메아리의 예상 진로는 어떻게 파악했나?

한국은 1981년부터 일본 위성이 찍은 구름 사진을 받아 지난 3월까지 사용해왔다. 지난 4월부터는 TV 날씨 예보에 쓰는 구름 사진을 1년 전 한국이 발사한 천리안 위성에서 받기 시작했다. 태풍이 북상할 때 한반도 위에 있는 천리안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일본 상공에 있는 위성에서 한반도를 보면 옆으로 비스듬하게 보아야 하므로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본 위성으로부터 30분 간격으로 받던 정보도 천리안을 이용하면서 1시간에 5~6회 받는다. 그만큼 한반도 상공의 변화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의 기상예보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국은 지난 60년 만에 최빈국에서 세계 13위 경제 강국으로 발전했다. 한국 기상은 그것과 궤를 같이한다. 일본이나 미국으로부터 기상 원조를 받던 한국은 기상위성을 이용해 예보하는 세계 일곱 번째 국가가 되었다. 또 슈퍼컴퓨터를 활용하는 13개국 가운데 하나이다. 위성과 슈퍼컴퓨터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것을 이용하는 노하우, 기타 관측 시설로부터 정보를 수집하는 능력 등을 세계기상기구(WMO)가 평가하는데, 한국은 세계 7위국이다.

기상예보에서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예보 역량을 평가하는 요소는 크게 세 가지이다. 양질의 관측 자료, 수치 예보 모델(슈퍼컴퓨터 활용) 성능, 예보관 역량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가 동반 향상되어야 예보가 정확해진다.

관측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6월부터 기상 관측선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부족했던 해상 관측 자료가 보강될 것이다. 또 국방부, 국토해양부, 기상청이 각 레이더 자료를 공동 활용하기로 했다. 날씨 예보뿐만 아니라 국방에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화생방전이 생기면 독가스가 어디로 퍼질지 예측할 수 있다.

수치 예보 모델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올해부터 2019년까지 독자적인 수치 예보 모델을 개발한다. 이를 위해서는 더 세밀한 관측망이 필요한데, 현재 12×12km마다 있는 자동 기상 관측 장비(AWS)를 6×6km로 좁히고 있다.

예보관 역량은 한마디로 전문성이다. 자주 보직을 이동하던 횟수를 줄여 전문성을 키우겠다. 또 기상 공무원이 1천3백명인 조직에 변화를 줄 생각이다. 청장인 차관급에서 9급 공무원까지 너무 간격이 벌어져 있다. 이를 줄여서 현재 피라미드 모양의 조직 형태를 중간급이 넓은 항아리 형태로 바꾸겠다. 

청장으로서 꼭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14번째 기상청장이 되고 보니 기상청에 보석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슈퍼컴퓨터와 기상위성 운영, 예측 능력 등이 뛰어나다는 말이다. 그런데 보석이 원석 수준에 머물러 있어 안타깝다. 나는 원석을 갈고 닦아서 세계 시장에 팔 것이다. 슈퍼컴퓨터를 커피 잔이라고 하면, 그 잔에 담긴 물은 수치 예보 모델이다. 이 정도면 100원짜리 물인데, 여기에 커피를 타면 5천원짜리 상품이 된다. 그 커피가 바로 노하우이다. 기상과 관련된 정치·사회·경제적 데이터를 녹여 넣으면 기상은 최고의 부가가치 상품으로 탈바꿈한다. 날씨를 잘 예측하는 것은 기상청의 기본 업무이다. 그 기반 위에서 비즈니스 외교를 해야 할 시점이 지금이다.

그만한 외교력은 되는가?

기상 분야의 유엔 격인 WMO에 1백89개 회원국이 있다. 한국은 2007년부터 37개 이사국 가운데 한 나라가 되었다. 유엔으로 치면 안보리 격이다. 운영 분담금도 세계 11위로 많이 낼 만큼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은 높다. 이를 바탕으로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기상 노하우를 전하고, 기상 국제회의도 개최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에 기상 원조도 하고 있는데, 비근한 사례가 필리핀이다. 약 30억원 규모의 기상 원조를 했고,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이 참여할 기회도 생겨났다. 몽골, 베트남, 스리랑카 등으로 기상 원조를 넓히고 있다. 국격도 높이고, 기상 상품도 수출하고, 사업의 기회도 얻을 수 있는 기반이 기상 산업이다.

국내 기상 산업 규모를 2015년까지 3천억원으로 성장시키겠다고 했는데, 가능하리라고 보는가?

지난해 기준 국내 기상 산업 규모는 6백억원 정도이다. 미국은 2조원, 일본은 3천2백억원인 데 비하면 미흡하다. 기상 산업을 국가 신성장 동력의 기반 산업으로 육성하려고 한다. 기상 산업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수출 효과가 큰 산업이다. 이미 10년 전부터 국내 기상 산업이 형성되어 현재 기상예보업, 컨설팅업, 감정업, 장비업 등 60여 개 민간 업체가 있다. 최근에는 대기업도 발을 들여놓고 있다. 제도를 개선하고 장비를 국산화해 2015년에는 기상 산업을 3천억원 규모로 성장시킬 방침이다. 수출도 현재 18억원 규모에서 3백억원으로 늘리겠다. 그러면 세계 5위 기상 강국이 될 수 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반도가 환자라면 인공위성은 엑스레이이고, 지상에 있는 레이더는 내시경이다.

이런 장비를 가지고 한반도를 진단하는 일을 기상청이 한다. 사람이 병에 걸리는 것이 의사 때문이 아닌 것처럼 한반도 기상 악화는 예보관의 탓이 아니라는 것을 국민이 알아주면 고맙겠다.

물이 반쯤 담긴 컵을 두고 물이 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물이 반이나 남았다고 보기도 한다. 1896년 일본에 쓰나미가 발생해 2만7천명이 사망했다. 그때보다 충격 강도가 여섯 배나 큰 올해 3월 쓰나미로 2만여 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과거라면 100만명이 사망할 위력이었지만 과학적인 기상예보로 많은 사람을 살린 셈이다. 그래서 나는 기상예보를 사람을 살리는 기술이라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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