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이 확 바뀐 미래 전쟁의 세계
  • 양욱│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
  • 승인 2011.07.05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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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항공기·로봇 맹활약…디지털 군장 ‘아이언맨’도 현실화

▲ (왼쪽)스텔스 기술을 적용해 가공할 위력을 가진 스텔스 전투기.(오른쪽) 지난해 9월22일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오른쪽)이 이란 최초로 만든 장거리 무인 폭격기 ‘카라르’를 보며 박수하고 있다. ⓒ US Air Force(왼쪽) , ⓒ AP연합(오른쪽)

전쟁이라고 하면 대규모의 군대가 진격해 특정한 지역을 점령하거나 방어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전쟁의 모습은 바뀌었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2001년부터 시작된 아프가니스탄의 대테러 전쟁이었다. 전쟁의 목표는 9·11 테러를 일으킨 테러 조직 알카에다를 섬멸하는 것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이라는 척박한 땅을 점령하는 것은 오히려 부차적인 목표였다.

현대 전장에서는 적은 가지고 있으나 우리는 가질 수 없는 ‘비대칭 전력’의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도 이런 비대칭 전력의 공격으로 끊임없는 피해를 당하고 있다. 2010년의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 그리고 계속된 디도스(DDoS) 공격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불과 1개 여단 병력도 되지 않을 알 카에다는 여객기를 납치해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자살 공격을 감행했다. 영토도 없고 병력도 충분하지 못한 이 테러 집단은 비대칭 전력의 무서움을 CNN 화면을 통해 전세계로 알렸다.

이렇듯 정형화되지 않는 적에 대해 정형화되지 않는 싸움을 하게 된 것이 바로 ‘제4 세대’ 전쟁의 개념이다. 빈 라덴과 알카에다를 상대로 대테러 전쟁을 벌이던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을 선언한 배경도 결국 제4 세대 전쟁을 이해하지 못하면 알 수 없다. 더 이상 특정 국가나 군사집단을 무력화시키는 것만이 전쟁의 목표가 아니게 되었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소말리아에서 해적을 상대로 싸우고 있는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주축의 연합 함대나 청해부대도 전쟁을 수행 중인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스텔스와 로봇이 지배하는 전장

요즘 국방에서 화두처럼 등장하는 것이 스텔스이다. 스텔스는 적에게 탐지되지 않는 기술을 말한다. 보병이 나뭇가지로 위장해 적의 눈을 속이듯이 전투기나 전함과 같은 강력한 무기들을 적에게 탐지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걸프전에서 스텔스 전투기의 활약을 논외로 하더라도 우리는 이미 현실 속에서 이런 스텔스 무기의 피해를 입었다. 바로 잠수함의 공격이다. 북한 잠수함의 ‘스텔스’ 공격으로 우리 해군의 천안함은 어뢰 한 발에 격침되고 말았다.

소나 등 기존의 탐지 기술로 잘 포착되지 않는 잠수함은 역사적으로도 해군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1·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한 독일의 유보트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잠수함과 같은 3차원적인 무기 체계인 항공기에도 스텔스 기술이 적용되면서, 이 기술을 보유한 군대는 과거와 비교도 되지 않는 전투 능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2차 대전 때만 해도 1천 대의 폭격기로 9천 발의 폭탄을 쏘아 1개의 목표를 파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스텔스 전투기는 단 한 대로도 2개의 목표물을 성공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

이런 치명적인 능력 때문에 세계 각국 군대는 모든 분야에서 스텔스 성능을 확보하기 위해 군사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이 자랑하는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에 대항해, 러시아는 T-50 파크파를, 중국은 J-20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차세대 주력 전투기 사업에서 스텔스 전투기를 도입해야 하는지 여부를 놓고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미래의 전쟁이라고 하면 손쉽게 로봇의 싸움을 떠올린다. 놀랍게도 이미 현대전에서는 수많은 로봇들이 활약하고 있다. 현재까지 수천 대의 로봇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전장에서 활약해왔다. 특히 가장 선진적인 군대라고 할 수 있는 미군의 경우 현재 무인 지상차량만 1만2천여 대, 무인 항공기는 7천여 대를 보유하고 있다. 2020년까지 미군 병력의 30%를 로봇으로 대체하려는 복안까지 가지고 있다고 한다.

현대 전장에서 로봇이 활약하는 분야는 광범위하다. 크기도 다양해져서 중량이 채 10kg도 되지 않는 로봇에다가 심지어는 손으로 집어던지는 정찰 로봇도 있다. 중형 로봇으로 가면 임무와 능력은 더욱 다양해지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탈론(TALON)이라는 로봇이다. 차대에 로봇 팔이 달린 둔탁한 모양새이지만, 폭발물을 제거하거나 기관총을 장착하고 경계나 진입 임무까지 수행할 수 있다. 마치 말처럼 짐을 들고 나를 수 있는 ‘빅독’(Big Dog)이라는 로봇도 실전 배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전장에서 쓰러진 병사를 운반할 수 있는 베어(Bear)라는 로봇은 사람의 모양을 하고 있기까지 하다.

전장 상황 공유하는 네트워크 중심전

▲ 미래의 병사는 네트워크를 통해 모든 상황을 인지할 수 있다. ⓒUS Department of Defense

현재 가장 눈부시게 활약하고 있는 로봇은 바로 MQ-1 ‘프레데터’와 MQ-9 ‘리퍼’ 무인 항공기이다. 프레데터는 원래 정찰임무만 수행하던 무인 항공기였지만, 미국 CIA(중앙정보국)의 빈 라덴 암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미사일 발사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프레데터 무인 항공기는 2002년 2월4일 알카에다 지휘관을 폭격으로 사살했으며, 한 달 후인 3월 4일에는 추락한 헬기의 대원들을 구하기 위해 폭격을 실시했다. 이로써 프레데터는 적군을 사살한 최초의 로봇으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미군은 한 발짝 더 나아가 무인 전투기인 X-47B까지 개발해 한참 실전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이렇게 치명적인 무인기의 조종사들은 전쟁의 현장에 없다. 이들은 아프가니스탄이 아니라 미국 본토의 공군기지로 출퇴근하면서 1만km 넘게 떨어진 곳에서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미 공군은 전투기와 폭격기의 조종사는 줄이고, 무인기 운용요원을 점차 늘리고 있다. 실제로 2009년 조종사 훈련 계획에 따르면 유인기 조종사는 2백14명을 훈련시켰지만, 무인기 조종 요원은 2백40명을 훈련시켰다고 한다. 로봇이 등장하면서 선진 군대는 전사자와 전쟁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력 구조를 바꿔가고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불리하지 않다는 말이 있다. 적과 아군의 위치와 전력을 잘 파악하고 아군이 조금씩 힘을 모아 적에게 승리를 거둔다. 이것이 바로 ‘네트워크 중심전’이라는 개념이다. 네트워크 중심전(Network Centric Warfare)이란 ‘전장의 여러 전투 요소를 연결해 전장 상황을 공유하고 통합적·효율적 전투력을 만들어내는 전쟁 개념’이다.

일단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단말이 증가하면 할수록 그 위력이 강해진다는 ‘메트카프의 법칙(Metcalf’s Law)’이 전쟁에 적용된 개념이다.

미군은 이미 네트워크 중심전을 위해 전투기나 전차 또는 기타 차량을 GIG(Global Information Grid)라는 정보 네트워크에 연동해 운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병사까지도 GIG에 통합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랜드워리어 시스템이다. 랜드워리어는 미래의 보병이 휴대할 ‘디지털 군장’이다. 디지털 군장을 착용함으로써 개개의 병사가 네트워크 중심전의 주요수행 요소에 포함된다. 이렇게 단말의 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하면 네트워크는 더욱 강력해진다.

랜드워리어는 쉽게 말하자면 ‘전장의 SNS(Social Network Service)’이다. 네트워크 안에 있는 사람끼리는 보는 것을 같이 보고 아는 것을 같이 안다. 병사와 부대 간에 음성, 문자, 사진 등을 공유한다. 병사와 병사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최대한의 성과를 낸다. 자세히 보면 랜드워리어는 ‘웨어러블 컴퓨터(wearable computer)’, 즉 옷처럼 입고 다니는 컴퓨터 군장이다. 컴퓨터라면 일단 당연히 본체와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 등이 있다. 랜드워리어는 여기에 더해 GPS(위성 항법 장치)와 무선 통신 장치가 결합된다. 이런 ‘입는 컴퓨터’에 새로운 소총과 비디오 조준경 등을 결합해 미군은 미래의 병사를 구축하고 있다.

랜드워리어를 사용하면 더 이상 지휘관의 무전 명령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필요하면 헬멧에 부착된 디스플레이를 꺼내 어떤 명령이 올라왔는지 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무선 통신망에서 현 위치가 어디냐, 어디로 공격하느냐는 것과 같은 질문은 사라져버린다. 결국 보병들은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스마트폰·총 함께 들고 전투용 슈트 착용

랜드워리어는 2006년부터 실전에 투입되어 눈부시게 활약했다. 랜드워리어를 최초로 채용했던 중대는 겨우 한 달 만에 여단이 설정한 주요 목표물의 58%를 잡아들였다. 병사 개개인의 능력이 그만큼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무게나 사용법을 두고 불평하던 병사들도 이 시스템 없이는 작전을 수행하기를 꺼릴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미래 병사의 발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랜드워리어를 통해 지각 능력이 뛰어난 미래의 병사를 만들었으니, 이제 문제는 체력이다. 결국 차세대 병사에게 필요한 것은 영화 <아이언맨>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전투용 슈트’이다. 물론 영화 속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실제로 세계 각국에서는 ‘아이언맨’ 슈트가 개발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 미국의 록히드마틴 사는 ‘헐크(HULC)’라는 로봇을 판촉하기 시작했다. Human Universal Load Carrier의 준말인 ‘헐크’는 동력형 외골격장치이다. 쉽게 말해서 ‘착용형 로봇’(Wearable Robot)이다.

헐크는 일단 하체 기능만이 구현된 로봇이다. 보병은 엄청난 무게의 군장을 짊어지고 먼 거리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헐크는 보병의 기본적인 요구사항을 만족시켜준다. 이 로봇을 착용하면 병사는 어떤 종류의 지형에서라도 90kg의 군장을 별다른 무리 없이 착용할 수 있다. 무려 48시간 동안 작동이 가능하고, 전력이 모두 소모된 후에도 하중을 지지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무게가 배터리를 포함해도 24kg에 불과하다. 임무에 투입될 때 미군 병사가 휴대하는 완전 군장이 60kg에 이른다고 하니 앞으로 실전에 배치될지 지켜볼 만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미래 전쟁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국방부는 지난 3월8일 국방개혁 307 계획을 발표하면서 합동성 강조에 방점을 찍고, 2030년을 목표로 73개의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 서북도서방위사령부가 창설되었으며, 장성 숫자의 감축을 두고 거센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 밖에도 307 계획에는 북한의 특수부대나 사이버전력 등 비대칭 전력을 겨냥한 대응 방안도 있었다. 북한의 도발에 대비하기 위해 전력 증강의 우선순위까지 조절했다. 하지만 미래 전장을 대비하는 마스터플랜은 강조되지 않고 있다. 그만큼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뜻도 되겠지만, 국방이라는 백년대계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한시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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