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의 유명 감독인 가보 포르가츄 감독이 한국에 왔다. 그는 미국 영화연구소를 졸업하고 촬영감독으로서 <언더 월드>나 <아이스파이> <호두까지 인형> 등의 할리우드 영화 제작에 참여했다. 헝가리에서는 1천만명의 헝가리 인구 가운데 2백50만명이 본 영화 <드림 닷 넷>을 만든 인기 감독이자 여러 텔레비전 드라마를 제작한 제작자,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로케를 자주 오는 파라벨 스튜디오의 대표이기도 하다. 그의 히트작 <드림 닷 넷>은 주인공인 여학생이 치어리더팀을 이끌어가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할리우드에서 촬영감독으로만 활동하던 그는, 오는 11월에 할리우드에서 감독 데뷔작인 <러브 네버 다이즈>라는 작품의 촬영에 들어간다. 내년 할로윈데이 때 미국 전역에서 와이드 릴리즈를 목표로 촬영되는 이 영화는 ‘영원한 젊음’을 얻기 위해 젊은 여자 6백50명을 살해해 피의 잔치를 벌인 16세기 말 헝가리의 백작 부인 엘리자베스 배소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 촬영을 앞두고 바쁠 포르가츄 감독이 우리나라를 찾은 이유는 더 큰 프로젝트인 <그레이트 크메르>라는 작품 때문이다. 오는 2013년 크랭크인해 2014년에 개봉하는 것을 목표로 기획 중인 <그레이트 크메르>는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를 무대로 한 액션 로맨스물이다. 그는 “이 영화에 출연할 여배우를 찾기 위해 한국에 왔다”라고 말했다.
왜 서양인이 앙코르와트에 주목하나?
지금 서양에서는 아시아에 대해 관심이 많다. 앙코르와트에 관해서는 다큐멘터리나 TV물은 있지만 장편영화는 없었다. 옛날부터 서양에 없는 아시아 것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트로이>나 <알렉산더 대왕>이나 <300> 같은, 그런 영화를 꿈꾸고 있다. 전투 장면이 많아 60% 이상은 CG에 의존할 생각이다. 앙코르와트 세트도 만들고…. 3D 작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
어떤 배우를 찾나?
영어가 가능한 여자 배우이다. 배우 선정은 오디션을 통해 할 것이고, 배우는 영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낼 수 있는 배우를 원한다. 느낌이 중요한데, 순간적이 아닌, 많은 만남과 리허설 등을 통해 이 배우가 스태프들과 일하는 것과, 다른 배우들과의 관계 등을 잘 풀어가는가에 주목해 배우를 선정할 것이다. 캐스팅을 위해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한 경력이 있는 오순택과 접촉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포르가츄 감독의 한국 쪽 파트너인 임지오 에코 대표가 거들었다. “오순택 배우는 보아 등 할리우드 진출을 준비하는 젊은 배우에게 영어 연기를 지도하고 있다. <그레이트 크메르>의 주연급 남녀 배우는 1급 할리우드 배우와 협의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계약 전이라 실명을 거론할 수는 없다.”)
왜 한국에서 배우를 고르나?
한국에서 캄보디아 투자에 호의적인 것 같다. 한국 파트너인 임지오 대표와는 미국 영화연구소 선후배 관계이다. 캄보디아에 갔을 때 보니까 한국 정부와 캄보디아 정부가 일을 많이 하더라. 한국에 대해 우호적이기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 한국 배우나 한국 투자를 끌어들일 계획을 세웠다.
특히 한국의 아시아적 사고와 철학이 마음에 든다. <라스트 사무라이>는 일본 영화이지만, 일본과 미국 두 문화가 섞여 새 문화가 잘 만들어졌다. 이와 같이 문화들의 특이성을 잘 조화시킨 위대한 크메르 대제국을 담아 성공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그리고 한류스타들의 세계화에도 도움을 주고 싶다. 할리우드에서 한류 스타가 자리매김을 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역을 구성하고 같이 일을 하면 좋겠다.
한국 쪽 기술진이 영화 제작에 참여할 가능성은?
한국 영화의 CGI 기술, 스턴트 등이 좋더라. 나도 헝가리에 스튜디오를 갖고 있으니 동유럽에서도 작업을 같이했으면 한다.
한국에서는 국제적으로 공동 제작한 영화가 흥행에서 실패한 경우가 많다.
투자와 캐스팅은 30% 정도 진행되었다. 헝가리와 캄보디아 투자자는 확보했다. 좋은 영화는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여기에 영어로 만들고 한류 스타 등을 등장시키면 보편성을 확장시킬 수 있다.
(보충 답변에 나선 임지오 대표는 “그동안 만들어졌던 한·중, 한·일 합작 영화가 실패한 것은 공동 제작임을 보여주기 위해 한국이나 중국에서만 통할 수 있는 부분에 매달렸기 때문에 어정쩡하게 만들어졌다”라고 설명했다. 또 공동 제작자 간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했던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캄보디아 정부의 반응은 어떤가?
지난주에도 캄보디아 장·차관과 헝가리 스튜디오에서 이야기했다.
전적으로 내게 영화 내용을 위임했다. 킬링필드의 이미지를 벗어던질 수 있는 프로젝트라고 보는 것 같다.
서양 배우가 앙코르와트에서 활약한다는 것이 좀 이상하지 않나?
그런 것은 문제가 안 될 것이다. 백인 역할을 꼭 백인이 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 아닌가?
헝가리는 영화를 제작하기에 어떤 점이 좋은가?
<헬보이 2>나 <에비타>도 헝가리에서 찍었다. 헝가리가 좋은 점은 모든 유럽 국가의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로케 비용은 할리우드나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다. 세금 혜택도 준다. 이 때문에 1년에 5~10편의 할리우드 영화가 헝가리에서 제작된다. 헝가리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영화 산업을 육성한다.
한국 영화를 본 적이 있나?
제목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미국에서 몇 편 보았다. 이번에 한국에 와서 <국가대표>를 보았다. 조명과 공중 촬영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한국 영화는 드라마가 강하고 스토리가 짜임새 있다. 스토리는 영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스토리를 통해 다른 장애 요소를 극복할 수 있다. 어떤 영화든 스토리는 단순해야 한다. 누구나 동감하는 사랑, 휴머니즘, 액션 등은 성공하는 영화의 핵심이다.
<그레이트 크메르>는 3D로 찍는다고 했는데, 3D가 2D보다 좋은 것인가?
한국에서 2D를 3D로 바꿔주는 업체에도 가 보았는데 한국의 기술 수준이 높더라. ‘3D로 찍은 것이 좋냐, 컨버팅한 것이 좋냐’는 것은 무의미한 질문이다. 3D로 찍으면 제작 비용이 올라가고 2D 컨버팅은 기술적인 완성도가 문제 될 수도 있다. 때문에 필요한 대목에 필요한 기술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감독의 일이 더 많아진 것이다. 나는 이번 영화에 3D, 2D, 특수효과를 다 섞어서 만들 것이다. 감독이 되려면 모든 테크놀로지를 다 알고 있어야 한다.
(헝가리의 영화 역사는 100년을 넘는다. 흑백 영화 시대의 <드라큐라>로 유명한 벨라 루고시나 <카사블랑카>의 감독 마이클 커티스, 흑백 영화 시대의 글래머 자자 가보 등이 모두 헝가리 출신이다. 하지만 2차 대전 중 독일의 침공을 받고 1956년 공산 혁명이 일어나고 유태계의 엑소더스가 진행되면서 헝가리 영화는 긴 침묵에 들어갔다. 가보 포르가츄 감독은 자국에서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가 2차 대전 이전 전성기를 누렸던 헝가리 영화 산업을 되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