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와트에서 빛날 한국 여배우 찾으러 왔다”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1.07.1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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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의 강제규’ 가보 포르가츄 감독 / “액션 로맨스물 기획 중”

헝가리의 유명 감독인 가보 포르가츄 감독이 한국에 왔다. 그는 미국 영화연구소를 졸업하고 촬영감독으로서 <언더 월드>나 <아이스파이> <호두까지 인형> 등의 할리우드 영화 제작에 참여했다. 헝가리에서는 1천만명의 헝가리 인구 가운데 2백50만명이 본 영화 <드림 닷 넷>을 만든 인기 감독이자 여러 텔레비전 드라마를 제작한 제작자,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로케를 자주 오는 파라벨 스튜디오의 대표이기도 하다. 그의 히트작 <드림 닷 넷>은 주인공인 여학생이 치어리더팀을 이끌어가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Parabelstudio제공

 할리우드에서 촬영감독으로만 활동하던 그는, 오는 11월에 할리우드에서 감독 데뷔작인 <러브 네버 다이즈>라는 작품의 촬영에 들어간다. 내년 할로윈데이 때 미국 전역에서 와이드 릴리즈를 목표로 촬영되는 이 영화는 ‘영원한 젊음’을 얻기 위해 젊은 여자 6백50명을 살해해 피의 잔치를 벌인 16세기 말 헝가리의 백작 부인 엘리자베스 배소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 촬영을 앞두고 바쁠 포르가츄 감독이 우리나라를 찾은 이유는 더 큰 프로젝트인 <그레이트 크메르>라는 작품 때문이다. 오는 2013년 크랭크인해 2014년에 개봉하는 것을 목표로 기획 중인 <그레이트 크메르>는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를 무대로 한 액션 로맨스물이다. 그는 “이 영화에 출연할 여배우를 찾기 위해 한국에 왔다”라고 말했다.

왜 서양인이 앙코르와트에 주목하나?

지금 서양에서는 아시아에 대해 관심이 많다. 앙코르와트에 관해서는 다큐멘터리나 TV물은 있지만 장편영화는 없었다. 옛날부터 서양에 없는 아시아 것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트로이>나 <알렉산더 대왕>이나 <300> 같은, 그런 영화를 꿈꾸고 있다. 전투 장면이 많아 60% 이상은 CG에 의존할 생각이다. 앙코르와트 세트도 만들고…. 3D 작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

어떤 배우를 찾나?

영어가 가능한 여자 배우이다. 배우 선정은 오디션을 통해 할 것이고, 배우는 영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낼 수 있는 배우를 원한다. 느낌이 중요한데, 순간적이 아닌, 많은 만남과 리허설 등을 통해 이 배우가 스태프들과 일하는 것과, 다른 배우들과의 관계 등을 잘 풀어가는가에 주목해 배우를 선정할 것이다. 캐스팅을 위해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한 경력이 있는 오순택과 접촉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포르가츄 감독의 한국 쪽 파트너인 임지오 에코 대표가 거들었다. “오순택 배우는 보아 등 할리우드 진출을 준비하는 젊은 배우에게 영어 연기를 지도하고 있다. <그레이트 크메르>의 주연급 남녀 배우는 1급 할리우드 배우와 협의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계약 전이라 실명을 거론할 수는 없다.”)

 왜 한국에서 배우를 고르나? 

한국에서 캄보디아 투자에 호의적인 것 같다. 한국 파트너인 임지오 대표와는 미국 영화연구소 선후배 관계이다. 캄보디아에 갔을 때 보니까 한국 정부와 캄보디아 정부가 일을 많이 하더라. 한국에 대해 우호적이기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 한국 배우나 한국 투자를 끌어들일 계획을 세웠다.

특히 한국의 아시아적 사고와 철학이 마음에 든다. <라스트 사무라이>는 일본 영화이지만, 일본과 미국 두 문화가 섞여 새 문화가 잘 만들어졌다. 이와 같이 문화들의 특이성을 잘 조화시킨 위대한 크메르 대제국을 담아 성공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그리고 한류스타들의 세계화에도 도움을 주고 싶다. 할리우드에서 한류 스타가 자리매김을 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역을 구성하고 같이 일을 하면 좋겠다.

한국 쪽 기술진이 영화 제작에 참여할 가능성은?

한국 영화의 CGI 기술, 스턴트 등이 좋더라. 나도 헝가리에 스튜디오를 갖고 있으니 동유럽에서도 작업을 같이했으면 한다.

한국에서는 국제적으로 공동 제작한 영화가 흥행에서 실패한 경우가 많다.

▲ 가보 포르가츄 감독한국의 아시아적 사고와 철학이 마음에 든다. 문화들의 특이성을 잘 조화시킨 위대한 크메르 대제국을 담아 성공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그리고 한류 스타들의 세계화에도 도움을 주고 싶다. ⓒ시사저널 임준선

투자와 캐스팅은 30% 정도 진행되었다. 헝가리와 캄보디아 투자자는 확보했다. 좋은 영화는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여기에 영어로 만들고 한류 스타 등을 등장시키면 보편성을 확장시킬 수 있다. 

(보충 답변에 나선 임지오 대표는 “그동안 만들어졌던 한·중, 한·일 합작 영화가 실패한 것은 공동 제작임을 보여주기 위해 한국이나 중국에서만 통할 수 있는 부분에 매달렸기 때문에 어정쩡하게 만들어졌다”라고 설명했다. 또 공동 제작자 간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했던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캄보디아 정부의 반응은 어떤가?

지난주에도 캄보디아 장·차관과 헝가리 스튜디오에서 이야기했다.

전적으로 내게 영화 내용을 위임했다. 킬링필드의 이미지를 벗어던질 수 있는 프로젝트라고 보는 것 같다.

서양 배우가 앙코르와트에서 활약한다는 것이 좀 이상하지 않나?

그런 것은 문제가 안 될 것이다. 백인 역할을 꼭 백인이 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 아닌가?

헝가리는 영화를 제작하기에 어떤 점이 좋은가?

<헬보이 2>나 <에비타>도 헝가리에서 찍었다. 헝가리가 좋은 점은 모든 유럽 국가의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로케 비용은 할리우드나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다. 세금 혜택도 준다. 이 때문에 1년에 5~10편의 할리우드 영화가 헝가리에서 제작된다. 헝가리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영화 산업을 육성한다.

한국 영화를 본 적이 있나?

제목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미국에서 몇 편 보았다. 이번에 한국에 와서 <국가대표>를 보았다. 조명과 공중 촬영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한국 영화는 드라마가 강하고 스토리가 짜임새 있다. 스토리는 영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스토리를 통해 다른 장애 요소를 극복할 수 있다.  어떤 영화든 스토리는 단순해야 한다. 누구나 동감하는 사랑, 휴머니즘, 액션 등은 성공하는 영화의 핵심이다.

<그레이트 크메르>는 3D로 찍는다고 했는데, 3D가 2D보다 좋은 것인가?

한국에서 2D를 3D로 바꿔주는 업체에도 가 보았는데 한국의 기술 수준이 높더라. ‘3D로 찍은 것이 좋냐, 컨버팅한 것이 좋냐’는 것은 무의미한 질문이다. 3D로 찍으면 제작 비용이 올라가고 2D 컨버팅은 기술적인 완성도가 문제 될 수도 있다. 때문에 필요한 대목에 필요한 기술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감독의 일이 더 많아진 것이다. 나는 이번 영화에 3D, 2D, 특수효과를 다 섞어서 만들 것이다. 감독이 되려면 모든 테크놀로지를 다 알고 있어야 한다.

(헝가리의 영화 역사는 100년을 넘는다. 흑백 영화 시대의 <드라큐라>로 유명한 벨라 루고시나 <카사블랑카>의 감독 마이클 커티스, 흑백 영화 시대의 글래머 자자 가보 등이 모두 헝가리 출신이다. 하지만 2차 대전 중 독일의 침공을 받고 1956년 공산 혁명이 일어나고 유태계의 엑소더스가 진행되면서 헝가리 영화는 긴 침묵에 들어갔다. 가보 포르가츄 감독은 자국에서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가 2차 대전 이전 전성기를 누렸던 헝가리 영화 산업을 되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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