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화할 수 있는 세포 배양 백신 6년 뒤 선보이겠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1.07.12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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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주 신종인플루엔자 범부처사업단장 인터뷰 / “내성 띤 바이러스 극복하기 위해 항체 치료제 개발도 시급”

▲ “신종플루 대유행 당시 문제점들 바로잡으려 보건복지부가 종잣돈을 내서 사업단이 출범했다. 인플루엔자 대응에 관련 부처가 통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엇을 개발하든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거쳐야 하는데, 여기에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병원 연구자 선정, 임상시험 지원자 모집, 접종 모니터 등 임상 경험을 가진 사업단이 임상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시사저널 박은숙

2009년 5월 멕시코를 방문하고 돌아온 수녀가 국내 신종플루에 감염된 첫 사례로 알려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은 신종플루 대유행에 휩싸였다. 10월27일 첫 백신 접종을 시작했고, 급격히 증가하던 희생자 수는 11월부터 고개를 숙였다. 신종플루는 전염성이 강했지만, 치사율은 그렇게 높지 않았던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인플루엔자는 어떤 형태로 다시 우리에게 나타날지 모른다. 또 과거처럼 치사율이 높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변종 바이러스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래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신종인플루엔자 범부처사업단을 만들었다. 각 행정부의 역량을 집결시켜 다가올 인플루엔자 대유행에 대비하겠다는 의지이다. 그 책임을 바이러스 전문가인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맡았다. 한마디로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된 셈이다. 주어진 6년이 지난 후, 그가 어떤 작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당시 대응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분석하는가?

제일 큰 문제는 백신이 부족한 것이었다. 백신을 구하려고 사방팔방 뛰어다니지 않았나. 그 다음은 치료제 비축에 관한 문제이다. 나는 5년 전부터 인구 대비 20%인 1천만명분을 비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그 전에 일이 터졌다. 또 치료 거점 병원이 준비되지 않았던 점도 문제이다. 이런 문제가 복합되어 의료진뿐만 아니라 국민도 고생했다. 당시 대통령이 국립의료원을 방문했고, 추후 새로운 인플루엔자 대유행이 닥쳤을 때를 대비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종잣돈을 내서 사업단이 출범했다. 인플루엔자 대응에 관련 부처가 통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각 정부 부처가 힘을 모으는 이유는 무엇인가?

예를 들면, 백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초-전 임상-동물 실험-임상-제품화-대량 생산 등 일련의 과정이 필요한데, 각 부처가 따로 진행해서는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았다. 예산 투여도 중복되어 효율성도 떨어졌다. 나무는 있는데 숲을 보는 노력이 없었다. 사업단이 숲을 보는 일을 하려고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목표가 있는가?

백신, 치료제, 진단 키트 개발 이 세 가지가 핵심이다. 기존 백신은 계란을 사용한다. 개발에 6개월이나 걸리고, 청정란을 구하기도 어렵고,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서는 백신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세포 배양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포진한 미국 국가과학자문위원회도 이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계란 대신 세포에서 바이러스를 배양해서 백신을 만든다. 세포 배양 백신을 생산하는 기간은 3~4개월로 단축할 수 있으므로 신종플루 대유행 피해를 줄일 수 있다. 6년 후에 상용화할 수 있는 백신을 선보일 것이다.

진단 키트와 치료제를 개발하는 방향은?

신종플루 사태 당시에 간이 검사에 쓰는 신속 항원 검사법(RAT)의 민감도가 50%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확진 검사법(RT-PCR)으로 환자가 몰리지 않았나. 이 검사법은 비교적 정확하지만 결과가 나기까지 3~7일이나 걸리고, 검사 비용도 7만~14만원으로 비싸다. 따라서 민감도를 80% 이상 높이고, 결과도 10~15분 만에 얻고, 비용도 1천~2천원 정도로 저렴한 신속 항원 검사 키트를 만들려고 한다. 

치료제는 항체 치료제를 개발할 것이다. 타미플루나 리렌자와 같은 기존 항바이러스제는 48시간 내에 사용하면 효과가 있지만 내성이 문제이다. 실제로 뉴질랜드 등지에서 항바이러스제에 내성을 띤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 바이러스도 살기 위해 계속 변이하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 항바이러스제가 인플루엔자 확산을 막는 것이라면 항체 치료제는 바이러스 독성을 무력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려고 해도 막대한 돈과 시간이 필요한데, 6년 만에 7백억원으로 여러 가지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가능한가? 

신약 개발에 10년이 걸리고, 돈도 많게는 1조원이 든다. 사실 사업단에 주어진 시간과 투자 비용으로는 언 발에 오줌 누기 격이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우선, 진단 키트는 기존의 것을 발전시키는 정도이므로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 백신도 한국이 개발해본 경험이 있다.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가 세포 배양 백신을 개발해 유럽에서 허가를 받았다. 그런 기술력을 한국도 자체적으로 확보하려는 것인데, 6년 내에 확보하면 획기적인 일이 된다. 그동안 세포 배양 백신 개발이 세계적으로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투자 대비 경제성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세포 배양에 필요한 발효주 탱크를 만드는 데에만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므로 백신을 생산해도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앞으로 대량으로 생산하면 가격은 내려갈 것이다. 

제약사 등 국내 민간 업체와의 협력은 어떻게 해나갈 계획인가?

사업에 참여할 민간 업체 선정 작업을 마쳤다. 백신 개발에는 녹십자 등 2개 업체가 참여한다. 치료제는 셀트리온, 신속 항원 키트는 녹십자MS, 확진 검사는 삼성테크윈이 대학과 함께 공동 개발한다. 무엇을 개발하든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거쳐야 하는데, 여기에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병원 연구자 선정, 임상시험 지원자 모집, 접종 모니터 등 임상 경험을 가진 사업단이 임상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외국 기관과의 협업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가?

공동 연구를 위해 최근 노바티스와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국가 사업인데 다국적 제약사와 협업하면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노바티스는 세포 배양 백신을 유럽에서 승인받았을 정도로 백신 개발에 뛰어난 기업이다. 길리어드 사이언스라는 제약사 등 외국 업체와 언제든지 협력해서 우리의 역량을 키울 생각이다. 또, 세계적인 연구자들을 국제자문단으로 끌어들이는 노력도 하고 있다. 한국의 개발력은 우수하지만 그것들을 한데 모으는 능력은 약한 것 같다. 사업단이 그런 역할을 할 것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도 유사한 사업을 진행 중이어서 자칫 중복 투자나 역량 분산의 우려가 있다.

그곳은 주로 면역 증강제를 연구하는 것 같다. 바이러스 방어에 여러 무기가 필요한데, 면역 증강제도 그중 하나이다. 신종플루 사태 때에도 면역 증강제로 백신을 네 배까지 많이 만들 수 있었다. 백신은 종합 예술이다. 생명과학, 예방의학, 수의학, 약학, 면역학, 바이러스학, 통계학, 임상학 등 각계 전문가들이 시너지를 내야 한다. 그 연구원 박사도 우리 사업단 운영위원에 포함되어 있다. 그 기관과도 협력할 것이다.

단장으로서 정부와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범부처 사업단이라는 말에 걸맞게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예산을 모아주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국가기술위원회가 그런 역할을 해주면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사업단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플루엔자 대유행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므로 국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국민과 소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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