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 누빌 ‘아이언맨’이 오고 있다
  • 양욱│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
  • 승인 2011.07.12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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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용형 전투 장비의 진화에 힘입어 ‘출현’ 임박…2015년에는 강력한 미래 병사 체계 선보일 듯

▲ 록히드마틴 사가 개발한 착용형 로봇 ‘헐크’는 미국 육군 네이틱 연구소에서 현재 시험 평가 중이다. ⓒ Lockheed Martin

영화 <아이언맨>을 보면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강철로 된 옷을 입고 지상의 게릴라들과 전투를 벌인다. 총알도 뚫지 못하는 이 옷에는 강력한 동력이 갖춰져 강철 문을 부수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는 하늘까지 날아다닌다. 그야말로 무적이다. 이렇게 평범한 인간을 슈퍼맨과 같은 초인으로 만드는 로봇을 병사에게 지급하는 군대는 백전백승을 기록할 것이다. 만화 속의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실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 미국의 대규모 방위산업체들은 ‘아이언맨’ 전투복을 개발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이런 장비는 착용형 로봇 또는 동력 외골격(powered exoskeleton)이라고 한다. 손쉽게 말하면 ‘입는 로봇’이다. 이렇게 로봇을 입은 병사는, 며칠이고 60kg가 넘는 군장을 짊어지고 행군하면서도 아무런 피로를 느끼지 않는다. 90kg의 물건도 가볍게 들 수 있다.

방산 기업들 경쟁 치열…SF 영화가 현실로 

영화 <에일리언>이나 <아바타>에 등장하는 ‘파워로더’와 같은 외골격 로봇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개발이 시작되고 있었다. 2000년 미국 국방부 산하의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한국의 국방과학연구소에 해당)는 5천만 달러를 투입해 ‘인간 활동 보조를 위한 외골격 장치’ 개발을 지원해왔다.

이 개발 사업은 단순히 근력이나 속도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보병이 소총보다 더욱 큰 무장을 들도록 해 전투력을 향상시키려고 하고 있다. 또한 더 많은 탄약과 식량, 기타 보급품을 가지고 더욱 오랜 기간 전투가 가능하도록 하고자 한다. 그리고 착용형 로봇은 더 나아가 부상당한 병사를 스스로 기지로 복귀시키기까지 한다.

미국 국방부의 제안으로 시작된 착용형 로봇의 개발은 이제 대규모 방산 기업이 뛰어들면서 실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토마호크 미사일을 만드는 세계 최고의 유도 미사일제 작사인 레이시온이나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에서 이지스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군수품을 생산하는 방산업계의 공룡 록히드마틴이 대표 주자이다. 이렇게 참여한 기업의 면면을 보아도 이런 로봇의 미래 수요가 상당함을 짐작할 수 있다.

우선 레이시온은 XOS2(Exoskeleton 2nd generation)라는 로봇을 선보이고 있다. XOS의 최초 모델은 사코스(Sarcos)라는 회사에 의해 2002년 최초로 개발되었는데, 2007년 레이시온이 이 회사를 인수했다. 레이시온이 선보인 최신 모델인 XOS2는 90kg의 짐을 손쉽게 들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인간의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다. XOS2는 발전기로 전력을 제공하는데, 이전 모델에 비해 50%의 전력을 사용하면서도 더욱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XOS2는 2010년 미국 시사 잡지 <타임>으로부터 우수한 발명품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XOS2는 2015년까지 완제품이 등장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 다른 경쟁자인 록히드마틴은 헐크(HULC; Human Universal Load Carrier)라는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원래 UC버클리 로봇공학연구소에서 개발된 헐크는 하체의 지지대와 등판이 결합된 착용형 로봇으로 24kg의 가벼운 무게를 자랑한다. 배터리를 사용하는 헐크는 한 번 충전으로 90kg의 짐을 2km 이동시킬 수 있으며, 최고 시속 16km의 속도로 달릴 수도 있다. 문제는 배터리 운용 시간인데, 미국 육군은 최소 72시간을 요구하는 반면 헐크는 48시간 운용이 가능하다.

두 로봇 가운데 현재는 헐크가 앞서고 있는 형국이다. 헐크는 2010년 미 육군 네이틱 병사체계연구소(Natick Soldier Center)로부터 헐크의 야전 운용 시험을 1백10만 달러에 수주받았다. 이렇게 군에서 시험 평가를 받는다고 해도 헐크가 그대로 야전에 채용될지는 의문이다. 애초에 국방부가 요구했던 능력은 4백 파운드(약 1백80kg)를 들 수 있는 능력이었고, 72시간 동안 야전 운용을 위해서는 별도로 연료전지 같은 시스템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군이 착용형 로봇을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어떤 전쟁이든 최종적으로 적지를 점령하는 것은, 스마트 폭탄도 스텔스 전투기도 아닌, 바로 보병이다. 보병이 적들의 근거를 모두 점령할 수 없다면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보병이 강한 군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전투력, 즉 정신과 육체 능력이 강화된 미래의 보병이 필요하다.

한국의 ‘로봇 병사’는 어디만큼 왔나

▲ 레이시온 사가 개발한 ‘XOS2’는 축구공을 잘 다룰 정도로 움직임이 자연스러운 착용형 로봇이다. ⓒRaytheon Sarcos

우리나라도 미래 병사를 준비하기에 여념이 없다. ADD는 육군사관학교 화랑대연구소 및 삼성탈레스와 공동으로 미래 병사 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한편 착용형 로봇도 이제는 시제품이 완성되고 있는 단계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민군실용로봇사업단을 발족하고 최근 착용식 군사용 로봇인 하이퍼를 개발했다. 유압식 액추에이터가 핵심인 하이퍼는 1백20kg의 짐을 짊어지고 걸을 수 있다고 한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빠른 템포로 무기 체계를 개발하고 있는 우리나라이니 만큼 머지않아 ‘로보캅’이나 ‘터미네이터’도 울고 갈 만한 강력한 미래 병사 체계를 선보일 것을 기대해본다. 한편 이렇게 육체적 능력이 강해지는 만큼 미래 병사에게 요구되는 것은 정신력이다. 착용형 로봇으로 무장한 병사가 최근 해병 총기 난사 사고와 같은 일을 벌인다면 그 피해는 더욱 클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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