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포털 사이트의 횡포인가 얄팍한 기사 짜집기인가
  • 반도헌│미디어평론가 ()
  • 승인 2011.07.1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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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언론 ‘민중의 소리’에 대한 네이버의 퇴출 조치 싸고 논란…일부 “진보적 성향 때문” 의혹도

▲ 민중의 소리 홈페이지 초기 화면과 네이버의 언론 길들이기 거부 운동을 알리는 배너 광고.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6월29일 인터넷 언론사 민중의 소리를 뉴스 검색 제휴 서비스에서 퇴출시켰다. 이를 두고 한때 민중의 소리가 가진 진보적 성향이 문제가 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네이버측이 “지난 5월 말 동일 기사 반복 전송 정도가 가장 심한 10개 매체에 최종 시정 요청을 했고, 이를 수용하지 않은 세 개 매체와 뉴스 검색 제휴를 종료했다. 외부의 압력이나 정치적 배경은 없다”라고 밝히면서 정치적 논란은 잦아들었다. 이제 관심은 인터넷 언론사의 선정적 보도 행태와 함께 포털 사이트와 인터넷 언론사 간의 뉴스 유통 구조에 대한 문제로 모아지고 있다.

네이버가 문제 삼은 동일 기사 반복 전송은, 같은 기사를 원문 그대로 또는 제목이나 기사 일부만 수정해 다시 보내는 것을 말한다. 속보성이 강한 인터넷 뉴스의 속성상 추가 취재한 사건 진행 상황을 덧붙이거나 맞춤법 등 잘못된 내용을 수정해서 보내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잦은 노출을 위해 의도적인 반복 전송이 이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네이버측은 ‘옥주현 다크서클’과 ‘신비한 숫자 142857’ 관련 기사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민중의 소리는 동일한 키워드를 두고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몇 시간 간격으로 수차례 전송했다. 유사한 기사를 반복적으로 쪼개서 보내는 경우도 지적했다. 한 연예인의 다이어트 사례 기사를 작성하면서 같은 몸통에 이전에 다이어트에 성공한 바 있는 연예인들을 한 명씩 바꿔 꼬리 부분에 붙여가며 대량 생산하는 방식이다.

민중의 소리는 지난해부터 민중의 소리 ENS를 통해 연예 뉴스를 생산해오고 있다. 여기서 생산된 연예 뉴스는 페이지뷰 증가로 이어졌고 민중의 소리를 인터넷 언론사 중 상위권에 올려놓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 과정에서 동일 기사 반복 전송, 기사 쪼개기, 선정적 키워드를 담은 기사 생산 등이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이런 행태들을 민중의 소리만의 일로 치부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많다. 대부분 인터넷 언론사들이 소비자에게 노출되는 횟수를 늘리기 위해 관행적으로 써온 방법들이기 때문이다.

‘함량 미달’ 연예 뉴스 남발도 원인

선정적인 연성 뉴스의 과잉 생산, 차별성 없는 기사의 반복 노출 등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연예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언론사들의 행보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인터넷 뉴스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10 국민의 뉴스 소비’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인터넷을 통한 뉴스 소비가 지상파 TV에 이어 2위로 나타났다. 20대의 경우만 한정하면 오히려 인터넷이 지상파 TV를 앞섰다. 인터넷 뉴스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젊은 네티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연예 콘텐츠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선·중앙·동아·한국일보, 경향신문 등 연예 스포츠 매체를 보유하고 있는 메이저 언론사들은 물론이고 마이너 언론사와 경제지 등도 새로운 연예 스포츠 매체를 창간하거나 기존 매체와 업무 제휴를 맺는 방법으로 관련 뉴스를 확보하고 있다. 과학, 의학, 건축, 순수 예술, 종교 등 전문 영역을 다루는 소규모 인터넷 매체들도 전혀 무관해 보이는 연예 뉴스 생산에 힘을 쏟고 있다.

경제지까지 연예 매체 창간·제휴 안간힘

인터넷 뉴스 시장이 이렇게 된 배경에는 인터넷 뉴스 유통의 두 축인 포털 사이트와 언론사 간 힘의 불균형이 존재한다. 인터넷 뉴스 이용자 대다수가 포털 사이트를 통해서 뉴스를 소비한다. 언론사 홈페이지를 통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새롭게 부각되는 모바일 뉴스 시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등장과 함께 많은 언론사가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뉴스 유통 창구를 확보하려고 했다.

하지만 포털 사이트가 개발한 어플리케이션과 모바일 웹페이지에 자리를 넘겨준 상황이다. 힘의 불균형이 존재하다 보니 언론사들은 포털 사이트의 뉴스 유통 방식에 맞추어 기사를 생산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민중의 소리 퇴출 사례처럼 소규모 언론사는 포털 사이트의 조치에 따라 생존을 위협받기도 한다.

네이버는 메인 화면에 뉴스캐스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뉴스캐스트 제휴 언론사들은 이를 통해 자신들의 대표 기사를 등재하게 된다. 오프라인에서는 뉴스 가치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지만 온라인에서는 네티즌을 유혹하는 자극적인 내용과 제목의 기사가 전면에 배치된다. 뉴스캐스트에서 제외된 뉴스 검색 제휴 언론사는 이런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와 관련된 뉴스 생산이 유일한 무기인 셈이다. 네티즌들이 실시간 상위 검색어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실시간으로 교체되는 검색어 관련 뉴스를 두고 벌어지는 인터넷 언론사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인기 검색어의 경우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뉴스 검색 위치가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게 된다. 네티즌이 주목하는 상단으로 위치를 옮기려다 보니 동일 기사 반복 전송 행태가 되풀이되는 것이다. 오프라인 언론사의 인터넷 연예 뉴스 전문 매체에 몸담았던 한 기자는 “인터넷 매체에서 뉴스를 생산하는 방식은 취재에 의한 창작 작업이라기보다는 대량 생산 공정에 가깝다. 최신 검색어와 관련 기사를 찾아서 이를 변형 재생산해내는 것이 주된 업무이다”라고 비판했다.

네이버의 이번 조치는 인터넷 언론사들의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판단의 기준과 주체를 어떻게 정해야 할 것인가와 해당 기사에 대한 제재를 넘어 언론사의 진입 창구 자체를 막아버린 것이 적절한 조치인가 하는 것 등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민중의 소리측은 “일반 사건·사고를 다루는 기사에서 볼 수 있는 패턴을 동일 기사로 지적한 경우도 있었다”라며 네이버가 자사의 일방적인 기준과 판단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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