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 불패’ 그릇된 인식을 깨야 한다
  • 남오성│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 ()
  • 승인 2011.07.12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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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개신교 교회, 신도 수는 주는데 대형화 경쟁만 교회 생태계 살릴 작고 건강한 교회 운동 절실

▲ ⓒ시사저널 이종현

한국에는 두 종류의 교회가 있다고 한다. 대형 교회 그리고 대형 교회가 되고 싶은 교회. 교회 성장에 매몰된 한국 교회의 세태를 꼬집는 예리한 진단이다. 대형화는 교회가 본연의 사명인 전도에 충실한 자연스런 결과라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 내면에 감추어진 동기는 세속적 성공과 번영을 추구하는 음흉한 욕망인 경우가 허다하다. 크기의 힘을 숭상하는 대형 교회 신드롬이 온 교회를 물들이고 있다.

‘메가 처치’ 바이러스에 감염된 교회들의 관심은 오직 하나이다.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더 커질까’이다. 이들은 속칭 ‘성전 건축’이라고 위장된, 예배당 건축에서 그 답을 찾는다. ‘예배당이 멋져야 사람들이 모인다. 전도는 사람이 아니라 건물이 한다.’ 일종의 건축 마케팅이다. 예배당 지을 돈이 없으면 대출하면 된다. 대출이 만만치 않은 요즘, 교회 대출은 비교적 나은 편이다. 교회에는 매주 현금이 돌고, 담보로 삼을 만한 기존 건물이나 땅이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없으면, 교인 재산을 담보로 잡히고 대출하기도 한다.

그런데 어쩌나. 난리가 났다. 예배당 불패 신화가 몰락하고 있다. 기존 대형 교회들의 성장기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제는 예전처럼 인구가 늘어나지 않는다. 출산율 저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제 상황도 달라졌다. 지금은 초고속 경제 성장 시대가 아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노령화로 인해 경제 활동 인구가 적은 데다 그나마도 헌금 능력이 예전만 못하다. 등록금 빚을 짊어진 채 대학 문을 나선 젊은이들이 어렵게 취직을 해도 비정규직이 많다. 결혼도 늦고 내 집 장만도 늦다. 게다가 지금은 개신교 이미지가 최악이다. 또 교회는 너무 많다. 은행 빚을 내서 예배당 멋지게 지어놨는데, 생각만큼 사람이 모이지 않고 헌금이 잘 걷히지 않아 은행 이자 내기가 팍팍한 것이 요즘 교회들의 현실이다.

교회 흔들리면 목사 설교도 ‘흔들’

이로 인해 교회가 흔들린다. 목사의 설교가 이상하다. 사람을 불러모으기 위해 교인들이 듣기 편한 설교만 한다. 기독교 본연의 메시지인 죄와 회개, 경고와 심판은 간데없고, 축복과 건강, 번영과 성공만 나부낀다. 복 받으려면 헌금을 많이 하란다. 목사 말 잘 들으란다. 교인들이 교회 운영에 불만을 토로해도, 목사는 듣지 않는다. 그동안 교회 성장에 편리하도록 목사에게 견제 장치 없는 독재권을 허용해온 결과이다. 목사가 교회이고, 교회가 목사란다. 교인들은 절망하고, 교회는 갈라진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대안은 건강한 교회 생태계 운동이다. 지금의 교회 생태계는 망가졌다. 교회라는 생명체가 살아가는 생태계, 즉 교단·신학교·신앙 콘텐츠·교계 언론 매체 등이 번영의 복음, 신자유주의 복음에 오염되어 있다. 이런 나쁜 환경에서 교회다운 교회를 소망하는 작은 꿈들은 가룟 유다처럼 적응하거나, 순교자처럼 죽고 만다.

건강한 교회 생태계를 위해서는 작고 건강한 교회 운동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건강한 작은 교회들의 모임인 ‘개혁교회네트워크’와 최근 시작한 ‘교회2.0목회자 운동’은 주목할 만하다. 대형 교회 신드롬을 포기한 행복한 교회가 많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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