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내서 몸 키우는 한국 대형 교회들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11.07.12 20:0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 개신교 교회들의 대형화 바람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기존 대형 교회들은 오히려 교회를 더 키우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교회 신축 또는 증축 공사에 들어가는 돈이다. 교인들의 헌

 

▲ 서울 서초구에 있는 사랑의교회. ⓒ시사저널 박은숙

 

대형 교회들이 더 ‘대형화’하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비용이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이르는 초대형 증축 및 신축 공사가 여럿 된다. 교회에 그렇게 여윳돈이 많은 것일까. 대부분 그렇지 않다. 교인들의 헌금으로 운영되는 교회의 특성상, 금융 기관으로부터 거액의 대출을 받지 않고서는 건물을 짓기가 쉽지 않다. 빚을 내어 교회를 짓는 것이 관행이 되었다는 지적이다. 그렇게 해서 생긴 빚은 이후 교인들이 내는 헌금으로 갚아나간다. 이자 비용만 1년에 수십억 원이 나가는 교회도 있다.

근저당 채권 최고액, 총 1천2백여 억원

 

 

<시사저널>은 국내 대형 교회들이 어느 정도 빚을 지고 있는지 해당 교회의 등기부등본을 통해 실태를 파악했다. 20개 대형 교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실제 여덟 개 대형 교회의 본당 건물과 토지에 설정되어 있는 채권 최고액만 총 1천2백8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대출금의 1백30% 정도를 근저당권으로 설정하는 관례를 놓고 보면, 이들 교회의 빚 규모만 총 1천억원 정도일 것으로 여겨진다. 파악되지 않았지만 본당 건물과 토지 외에 교회가 소유한 건물이나 기도원 등 부대시설을 담보로 받은 빚까지 포함하면 부채 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서초구에 있는 사랑의교회는 최근 신축 문제로 구설에 올랐다. 우선 논란이 되는 부분은 건축 시행 허가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는지 여부이다. 지하철 출입구를 폐쇄하고 공공도로 지하에 교회 시설이 들어가게 한 것을 두고 서초구에서는 재량 행위라고 하는 반면, 이러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초구 주민들을 비롯해 종교계 및 시민단체들은 지난 6월16일 서울행정법원에 건축 허가 취소와 시정을 요구하는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특혜 의혹과는 별개로 초대형 건물을 짓는 것은 그동안 사랑의교회가 지켜온 기독교 정신에 위배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이 교회는 평신도가 중심이 된 소박하고 투명한 운영으로 개신교계 안팎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설립자인 고 옥한흠 목사는 대형 교회의 관행인 ‘목사직 세습’을 하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교회측은 기존 교회 건물로는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턱없이 부족해 신축 공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2011년 3월 기준으로 이 교회의 재적 신도 수는 8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그렇다고 하지만, 신축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크다. 2012년 말께 완공될 이 공사에 들어가는 비용은 총 2천1백억원에 이른다. 땅값으로 1천1백74억원이 들었고, 은행으로부터 6백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토지 매입을 잘못해서 공사비가 3천억원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시 강동구에 있는 명성교회는 공사가 한창이다. 지난 2009년 말경에 시작해 현재 내부 공사를 남겨 놓고 있다. 올해 안으로 완공 예정이다. 명성교회는 준공 당시 한 건설사와 4백97억원에 공사 계약을 맺었다. 이 교회 관계자는 “현재 교회 본당이 4천석도 안 된다. 출석 교인의 10%도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라고 신축 이유를 밝혔다.

 

▲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새문안교회. ⓒ시사저널 우태윤
온누리교회도 신축 계획을 가지고 있다. 서울시 용산구에 있는 교회 앞 도로 건너편에 있는 공원 부지인데 규모가 상당하다. 약 2만8천여 ㎡(28,099㎡)로, 평형으로 따지면 8천9백평이나 된다. 온누리교회는 이 공원 부지를 5백20억원을 들여 확보했으며, 4백억원가량을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축 비용도 1천억원 이상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새문안교회도 재건축에 들어갔다. 대형 교회는 아니지만 한국 최초의 개신교 교회로서 상징성이 큰 교회이다. 새문안교회는 지난 2008년 교회 후문 앞 건물을 1백93억원을 들여 매입했다. 새 교회 건물은 오는 2015년쯤 완공될 예정이다.

 

이들 교회를 포함해 국내 주요 교회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상당수의 교회가 거액의 부채를 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온누리교회의 경우 신축 사업과 별개로 제주은행으로부터 총 91억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다. 1996년에 두 번, 1998년에 한 번 등 총 세 번에 걸쳐서다. 새문안교회 역시 국민은행으로부터 채권 최고액 2백8억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다. 계약일은 2009년 1월이다.

가장 많은 금액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교회는 안산동산교회이다. 1979년 문을 연 이 교회는, 지난 2006년 8월 안산시 상록구에 있는 현재의 본당에 입당했다. 같은 해 7월 신한은행으로부터 2백8억원에 1백30억원을 더해 총 3백38억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었다. 용인시 수지구에 있는 지구촌교회는 한빛은행(현 우리은행)으로부터 채권 최고액 1백88억5천만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다. 계약일은 2002년 3월이다.

역시 용인시 수지구에 있는 새에덴교회는 농협과 우리은행으로부터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다. 농협의 경우 2005년 10월에 채권 최고액 2백7억6천만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었다가 2010년 12월에 1백50억원, 2011년 4월에 82억원으로 변경 계약되었다. 대신 우리은행으로부터 2010년 12월에 26억원, 2011년 2월에 36억4천만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었다. 이를 계산하면 현재 남은 금액이 총 90억원에 이른다.

인천시 부평구에 있는 주안장로교회의 경우 2001년과 2002년에 한미은행(현 씨티은행)으로부터 1백30억원과 39억원의 근저당권을 각각 설정했다가, 2005년 6월 이를 해지했다. 대신 농협에 같은 날 1백23억원, 두 달 뒤에 7억2천만원 등 현재 총 1백30억2천만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다. 인천시 남구에 있는 숭의교회도 100억원대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다. 2008년 4월과 11월에 81억9천만원과 26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총 1백7억9천만원에 이른다.

 

교회 건축을 ‘부동산 투기’로 보는 시각도

 

▲ 서울시 용산구에 있는 온누리교회. ⓒ시사저널 전영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예수소망교회는 2004년 4월 신한은행으로부터 1백49억5천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가 2007년 8월에 80억원으로 변경 계약했다. 이 교회는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소망교회 원로 목사인 곽선희 목사의 아들 곽요셉 목사가 개척한 교회이다. 대형 건물을 건축할 당시 ‘변칙 증여’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역시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할렐루야교회의 경우 2004년 5월 농협으로부터 1백20억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었다가 2009년 6월에 해지되었다. 서울시 중랑구에 있는 금란교회도 1999년 2월 제일은행으로부터 91억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었다가 2000년 5월 해지되었고, 같은 날 외환은행으로부터 1백15억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었다가 2007년 1월에 해지되었다.

교회의 경우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이르는 큰돈은 주로 건물을 증축하거나 신축하는 데 쓰인다고 한다. 방인성 성터교회 담임목사는 “교회 건축은 교인들의 헌금만으로 되기보다는 일단은 은행 대출을 해서 빚을 지고, 그것을 교인들의 헌금으로 갚아나가는 방식이 일종의 관행이 되었다. 새 건물을 건축한 교회 중 빚이 없는 교회는 아마 없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왜 거액의 부채를 안고서라도 큰 교회를 앞다투어 지으려는 것일까. 이를 두고 ‘건축 마케팅’이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무리해서라도 큰 건물을 지어놓으면 그만큼 교인이 몰려든다고 보는 것이다. ‘아파트 불패’와 마찬가지로 ‘성전 불패’가 개신교계에 만연해 있다는 비판이다.

남오성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은 “거액의 빚을 지더라도 일단 지어만 놓으면 이익이 된다고 여긴다. 결국 있지도 않은 돈으로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건물을 짓게 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꼭 그렇게만 볼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있다. 교인 수가 늘어나 기존 건물로는 충분치 않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건물을 새로 지을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교회 건축을 ‘부동산 투기’로 보기도 한다. 교회가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 건물을 넓혀나간다는 것이다. 방인성 목사는 “교회가 부동산을 사놓고 세월이 흐르면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기대를 한다. 실제 강남의 대형 교회의 경우 처음에는 엄청난 빚을 지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땅값이 올라 오히려 어마어마한 부를 챙기기도 했다. 또 많은 교회가 건물과 땅을 가지고 다른 사업을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형 교회의 ‘불패 신화’가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개신교 교인 수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고, 그만큼 교회에서 걷어들이는 헌금의 액수도 작아지는 추세이다. 개신교계의 한 인사는 “분당의 큰 교회 목사들 중에서 고민을 하는 목사가 많다. 교인 수는 줄고 있고 빚은 갚기 어려워지니까 목사 본연의 일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목사가 불필요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그나마 남은 신도들도 교회를 떠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우려 속에서도 중·소형 교회들이 대형 교회의 행태를 따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규모가 작은 교회들이 무리하게 건물을 짓다가 부채를 감당 못해 교회 자체를 매매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그 피해는 어렵게 헌금을 내면서 교회를 지켜온 교인들에게 돌아간다. 남오성 사무국장은 “교인의 개인 재산을 담보로 끌어쓴 빚 때문에 교회는 물론 교인까지 파산하기도 한다. 교회가 은행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 서울 송파구에 있는 수협 중앙회 건물. ⓒ시사저널 박은숙
교회가 ‘건물 짓기’를 경쟁적으로 할 수 있는 데는 교회 대출을 통해 실적을 올리는 금융 기관의 이해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회·사찰·학교 등 비영리 법인은 공익 성격이 강해 만약의 경우 담보 처분이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시중 은행에서는 일부 대형 교회를 제외하면 교회에 대출을 잘 해주지 않는다고 한다.

 

제1 금융권에서는 농협과 수협의 교회 대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협의 경우 ‘샬롬 대출’이라는 이름을 내걸어 공격적인 전략으로 교회를 공략해왔다는 지적이다. 2001년 29억원 정도였던 수협의 교회 대출 규모는 2006년 1조원을 넘어섰다. 김상구 종교권력감시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지난해의 경우 약 1조7천억원의 대출 실적을 올린 것으로 알고 있다. 수협 전체 대출의 10% 정도를 교회 대출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교회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금융 기관에서는 담보 심사를 할 때 단순히 건물만 보는 것이 아니라 교인 수나 신앙심, 헌금 규모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입장에서는 헌금을 충실하게 내는 교인이 얼마나 되는지가 중요한 대출 기준 중 하나가 될 수 있겠지만, 교인 입장에서는 자신의 신앙심마저 대출 담보로 잡히는 셈이 되는 것이다. 김사무처장은 “교인들이 향후에 낼 헌금까지 미리 은행 담보가 되고 있다. 이들이 교회에 헌금을 낼 때 어떤 마음으로 내는지를 되새겨보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