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6배·시가총액 10배 키웠다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1.07.19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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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반석 LG화학 부회장 / 갓 시작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분야에서도 세계 1위 자리 굳혀
ⓒLG화학

최근 몇 년간 증권가의 주도주는 자동차·화학·정유주이다. 그래서 ‘차화정’이니, ‘화정자’니 하는 신조어가 널리 쓰인다. 화학주가 최근 몇 년간 한국 경제를 떠받들고 있는 힘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화학주 중에서도 시장 주도주는 LG화학이다. 합성고무나 아크릴레이트, ABS 등 전통적인 순수 화학 분야 제품으로 알토란 같은 순익을 거두는 것은 물론, 최근 LCD용 편광판 필름, 자동차용 2차전지 등 정보 전자 소재 분야와 태양광 등 언론의 주목을 받는 뉴스를 연이어 터뜨리며 뉴스를 독점하고 있다. 현재도 큰 실적을 거두고 있고, 향후 3~5년 내에 실적이 가시화될 새로운 먹을거리 분야에 대한 투자도 선도하며 ‘계속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대표적인 성장주로 LG화학이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현지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 오바마 대통령 참석 ‘화제’

LG화학의 질주 뒤에는 김반석 부회장이 있다. 김부회장은 지난 2006년 LG화학을 맡아 영업이익을 여섯 배 성장시키고 해마다 최고 실적을 경신하며 시가총액도 10배 이상 불려놓았다. 특히 이제 시장이 열리고 있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분야에서는 미국 GM이나 현대자동차, 볼보 등과 잇따라 납품 계약을 체결하며 세계 1위 지위를 굳혔다. 지난해 LG화학이 미국 미시건 주 홀랜드 시에서 착공한 LG화학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했다. 또 지난 4월 충북 오창에서 열린 LG화학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준공식에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것이 상징적이다.

LG화학 매출액 및 순이익  단위 : 백만원 

    연도  

    매출액 

    순이익 

2005년  

7425104

400258

2006년  

9302341

318782

2007년  

8899578

686205

2008년  

14555000

1002585

2009년  

15760000

1533000

2010년

19471000

2207992

2011년(E)

24495000

2726000

금융감독원 제출 감사 보고서, 2007년 이후는 KTB투자증권 자료.


모두 LG그룹이 요즘 내세우는 ‘강한 LG’ ‘넘버1 LG’에 딱 들어맞는 사례들이다. ‘넘버 1’ LG화학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2006년 말 LG화학의 시가총액은 3조원이었다. 2011년에는 30조원에 달한다. 또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2010년 LG화학에 신용등급 A3를 부여했고, S&P도 동일 등급인 A- 등급을 매겼다. 이는 국내 화학·정유 기업 중 최고 신용등급으로 세계적인 화학 기업인 바이엘과 같은 등급이다.

증권가에서는 김부회장이 현재 사업의 강화와 미래 사업의 발굴이라는, 최고 경영자라면 반드시 고민해야 하는 두 가지 사안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08년 코오롱의 고흡수성 수지 사업 분야를 인수해 프로필렌→아크릴산→SAP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을 완성하고 에틸렌이나 합성구모, SAP 분야의 생산 설비를 시장 수요에 맞춰 증설하는 등 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여기에는 김반석 부회장의 ‘스피드 경영론’이 있다. 사업의 변화 속도와 사람의 변화 속도를 두 배로 해 비전을 성공적으로 달성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에 빗대 설명하고 있다. E(성과)=M(자원)xC(속도)². 속도가 두 배면 성과는 네 배로 급등하지만 반대로 속도가 2분의 1이 되면 성과는 4분의 1로 악화된다는 것이다. 남보다 ‘먼저’, 남보다 ‘빨리’, 남보다 ‘자주’라는 세 가지 행동 양식으로 LG화학의 근본적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이는 2006년 이후 LG화학 실적의 수직 상승과 자동차용 2차전지 시장의 선점 등 가시적 결과로 이어졌다.

조직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그는 핵심 업무에 대한 집중과 임직원 간의 ‘신뢰 쌓기’를 강조하고 있다. 사원과의 대화를 강조하고 불필요한 대면 보고를 줄였다. 소재 산업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고, 그 가운데서 LG화학이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쌓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중복 업무를 줄여서 실행력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취임 초부터 “좋은 내용은 보고하지 않더라도 향기가 되어 알려지게 되어 있다. 문제가 있을 때만 CEO를 찾아와 보고하라”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런 뒤에는 김부회장이 직접 결재하는 일이 거의 없어졌고, 최근 3개월 동안은 10건 정도의 결재만 그가 했을 뿐이다.

순수 화학 실적 늘고 신규 사업 투자도 술술

▲ 지난 4월 LG화학 전기배터리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구본무 LG 회장, 김반석 부회장(오른쪽부터). ⓒLG화학

또 그는 집중을 위해 ‘빨리 퇴근하기’를 강조하고 있다. 김부회장은 ‘퇴근’을 LG화학이 제조하는 배터리의 충전에 비유한다. 배터리에 파란불이 들어와야 제 기능을 하는 것이지 빨간불이 들어와 방전되면 쓰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제대로 된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적기에 충전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빨리 퇴근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또 하나는 현장 경영의 강화이다. 그는 한 달에 열흘 정도는 전국의 사업장과 해외 지사를 방문한다.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있는 것이다. 현장 방문 때는 따로 수행원을 두지 않고 단독으로 움직인다. 격식이나 형식보다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해야 경쟁력이 강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스피드를 강조한 김부회장이 결정을 못 내리고 2년 반 동안 고민을 거듭하던 프로젝트도 있었다. 태양광 산업의 기초 소재인 폴리실리콘 사업에 진출할 것인가 여부를 놓고서다.

폴리실리콘은 태양전지의 원재료이다. 잉곳-웨이퍼-태양전지-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산업의 최초 소재이자 핵심이다. 국내에서는 현재 OCI가 선두로 뛰고 있고, 삼성정밀화학, 한화케미칼, 웅진폴리실리콘 등 주요 그룹 화학 계열사들이 잇따라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김부회장의 고민도 여기에 있었다. 지난 1월만 해도 그는 폴리실리콘 사업에 대해 계속 고민 중임을 내비쳤다.

그러다 지난 4월 전격적으로 “공장 건설에 들어가 2013년부터 생산하겠다”라고 선언했다. 폴리실리콘 사업 참여를 공개하면서 그는 “선발 진출 업체들이 이미 포진해 있는데 나중에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경쟁력이 가능할까 생각했지만, 생산 원가를 낮추면 시장 진입이 가능할 것이다. 지금까지 폴리실리콘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던 것은 여러 투자 아이템 가운데 우선순위가 조금 낮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LCD 편광판, 자동차용 2차전지에 이어 태양광까지 신규 사업에 추가한 것이다. 물론 이것이 당장 재무제표상 순이익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조 단위의 신규 투자비가 들어간다.

LG화학이 신규 사업에 잇따라 투자할 수 있는 것은 순수 화학 분야의 실적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IBK투자증권에서 화학을 담당하는 박영훈 애널리스트는 “LG화학 순이익의 80%가 석유화학 쪽에서 나오고 있다. 아직 IT 소재 쪽의 실적은 별 기여가 없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순수 화학 분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순수 화학 분야가 “지난 3~4년 동안도 좋았고, 앞으로 2~3년간은 계속 좋을 것이다”라고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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