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들의 트윗’, 민주당이 한 수 위
  • 김회권 기자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1.07.19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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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네트워크에서 한나라당 대권 주자들보다 우세…김문수·한명숙, 인기 높아

지난 5월 황우여 의원이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당선된 뒤 단연 주목받은 것은 바로 그의 ‘트위터’였다. 영남대 박한우 교수팀이 지난해 2월, 트위터를 사용하는 정치인 72명의 네트워크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한 바 있는데 당시 황원내대표는 ‘팔로워(나의 트위터를 구독하는 사람)’와 ‘팔로윙(내가 트위터를 구독하는 상대방)’ 모두에서 1위를 차지했다. 여야를 넘나드는 황원내대표의 폭넓은 인맥과 소통 능력이 여기서 크게 부각된 것은 물론이다.

이처럼 SNS 네트워크 분석은 현실 정치를 분석하는 새로운 틀이 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감추어진 정치인 사이의 친소 관계가 온라인 네트워크에서 재조명되기도 한다. <시사저널>은 SNS 네트워크 분석 전문 기업인 ㈜사이람에 의뢰해 여야 주요 대권 주자 8인이 어떤 정치인들과 연결 고리를 맺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이다. 여기서 말하는 벽이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 의원인 이재오 특임장관과 원혜영 민주당 의원처럼 ‘맞팔(서로의 트위터를 구독하는 것)’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만 같은 정당 내의 교류가 여야 간의 교류보다 훨씬 활발하다. 한나라당 정치인끼리, 민주당 정치인끼리 팔로우하는 ‘끼리끼리’ 경향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불규칙적으로 보이는 온라인상의 교류도 오프라인을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두 정당 사이에 뚜렷한 차이점도 있다. 한나라당 유력 대권 주자들의 네트워크와 민주당 유력 대권 주자들의 정치인 네트워크는 그 촘촘함의 정도가 다르다. 좀 더 촘촘한 쪽은 민주당 대권 주자들의 연결선이다. 한나라당 대권 주자들 사이에서 허브 구실을 하는 정치인은 정옥임·이인기 의원(한나라당) 단 두 명에 불과한 반면, 민주당은 네트워크 지도에 등장하는 정치인만 박지원·천정배·김진애·이종걸 의원 등 13명이나 된다. 야권 연대의 대상인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와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의 네트워크까지 포함할 경우 민주당 대권 주자들의 네트워크망은 더욱 끈끈하게 조직된다.

한나라당에서 최다 팔로워를 가지고 있는 정치인은 박근혜 전 대표(10만7천4백20명)이지만, 일반인을 배제하고 정치인들의 네트워크로 범위를 좁힌다면 박 전 대표보다 이재오 장관과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위상이 훨씬 더 높다. <그림 1>에서 보면 민주당 쪽에서 나간 화살표들이 한 점에 모이는 핵이 두 군데가 있다. 바로 이장관과 김지사이다. 야권과 소통하는 교류의 폭에 서는 이들이 박 전 대표나 정몽준 전 대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넓다는 것을 의미한다.

▲ 정당별 팔로우 네트워크 맵 * 민주당 의원들이 주로 팔로우하는 한나라당 의원은 김문수 후보와 이재오 후보임* 이 둘을 팔로우하는 민주당 의원은 이계안·김진애·이종걸· 원해영·조배숙·김영환·김진표 의원임

리트윗 많은 대권 주자는 정동영·손학규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한나라당 정치인들보다 민주당 정치인들의 장벽 뛰어넘기가 더 활발한 편이다. 한나라당 대권 주자들은 말하기에만 주력했지만, 민주당 대권 주자들은 상대방을 팔로윙하며 ‘듣기’에도 능숙함을 과시했다. 바로 반대쪽 방향을 보면 알 수 있다. 손학규 대표, 정동영 최고위원, 한명숙 상임고문 등 민주당 대권 주자들의 화살은 또 다른 두 점을 향한다. 바로 한나라당 반대편에 위치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와 이정희 민노당 대표에게로 수렴되고 있다. 정치인들 사이의 온라인 네트워크에서 민주당 정치인들은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왼쪽·오른쪽을 넘나들며 일종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네트워크 지도만을 놓고 볼 때 한나라당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권 주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였다. 한나라당 팔로워가 네 명, 민주당 팔로워가 일곱 명이었다. 반대로 야권에서는 한명숙 전 총리를 팔로윙하는 정치인들이 많았다.

팔로윙·팔로워가 네트워크의 양적인 면을 보여준다면, ‘리트윗(트윗을 자신의 팔로워에게 전달하는 것)’은 네트워크의 질적인 면을 보여준다. 대권 주자의 글을 다른 정치인이 확산시킨다는 것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더라도 트위터 관계망에서의 영향력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 2>에서 화살표 방향(A→B)은 ‘A가 B의 글을 리트윗 했음’을 뜻한다. 화살표의 굵기는 리트윗 횟수를 의미한다. 조사 기간이 두 달이었기 때문에 리트윗 횟수가 그다지 많지 않음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중요한 것은 화살표의 굵기보다 개수라고 볼 수 있다. 대권 주자들의 말에 얼마나 많은 정치인이 공감하며 퍼날랐는지를 보여준다면 네트워크상에서 발언권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로 리트윗은 트위터 문화가 활발한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이루어졌다. 그 가운데 정동영 최고위원의 글을 리트윗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리트윗된 내용을 보면 주로 ‘한진중공업 사태’와 ‘반값 등록금’에 관한 것이다. 그 다음의 허브로는 손학규 대표가 눈에 띈다. 여기서 여권의 김문수 지사나 이재오 장관은 주변인에 머물렀고, 박근혜 전 대표는 이름조차 보이지 않았다. 여권에서 그나마 활발하게 트위터 활동을 펼치고 있는 홍정욱·정두언·나경원 의원 등도 대권 주자들과의 교류는 거의 없었다.  



지난해 9월9일, 한나라당 지도부 인사들은 최고위원실에서 노트북을 열고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며 트윗을 날렸다. 트위터에서 항상 절대 열세였던 한나라당이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한다며 ‘트위터 한나라당 창당식’을 하는 자리였다.

공식적으로 트위터에 한나라당 계정이 만들어졌고 당 차원에서 의원들에게 트위터 활동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권장했다. 그래서일까. 한나라당 정치인들의 트위터 계정은 일단 양적으로 풍성한 편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정당별 정치인 트위터 계정 현황도 집계했는데, 그 대상은 주요 대권 주자 9명, 18대 지역구 국회의원 2백67명, 광역자치단체장 15명, 원외 주요 정치인 6명 등 총 2백90명에 달했다. 조사 대상 정치인 가운데 트위터 계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1백83명이었다. 한나라당은 소속 정치인 1백57명 중 98명(62.4%)이 트위터 계정을 가지고 있었고, 민주당 정치인 91명 중에서도 63명(69.2%)이 계정 보유자였다.

소수 정당들은 정치적 성향에 따라 트위터 활용도가 극명하게 갈렸다.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등 진보 정당은 거의 모든 정치인이 트위터 계정을 가지고 활발하게 활동 중인 반면, 자유선진당·미래희망연대 등 보수 정당의 트위터 활용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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