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결과 따른 거취, 지금 고민 중…”
  • 감명국 기자│정리ㆍ이규대 인턴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1.07.1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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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 인터뷰 / “‘무상 급식’ 주민투표 자체가 무산되어도 내겐 부담스런 결과”

 

▲ 무상 급식 주민투표가 가시화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뜨거워졌다. 지난 7월14일 무상 급식 주민투표에 정치 생명을 건 오세훈 서울시장이 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요즘 거의 살인적인 일정 속에 강행군을 펼치고 있습니다.” 기자가 7월14일 오세훈 서울시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서울시청을 찾았을 때 비서실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그는 “다음 스케줄이 바로 이어지기 때문에 꼭 좀 인터뷰 시간을 지켜달라”라고 신신당부했다. 오세훈 시장은 여름 정국 ‘태풍의 눈’이다. 그는 서울시의회의 다수당인 민주당의 ‘서울 시내 초·중학교 전면 무상 급식 조례안’ 강행 처리에 강력 반발하며, ‘무상 급식 반대 주민투표’ 실시라는 정치적 승부수를 띄웠다.

오시장 스스로 밝힌 것처럼, 8월 말에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주민투표의 결과는 내년 총선과 대선의 향방을 가늠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의 관심과 부담감은 대단하다. 무엇보다 오시장 자신이 여권의 잠재적 대권 주자로, ‘박근혜 대항마’로 계속 거론되는 입장에서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여권의 대권 구도에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그래서일까. 인터뷰에 응한 오시장의 목소리는 전과 다르게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지난해 7월 민선 5기 취임 이후 지난 1년 동안 오세훈 시장의 역점 사업으로 인식되어왔던 ‘서해뱃길’ ‘한강 예술섬’ 등이 거의 표류 상태에 놓여 있다. 무상 급식 문제 때문에 시의회와의 마찰도 극에 달했고, 급기야 주민투표까지 실시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이처럼 서울시의 시정이 난맥상에 빠져든 이유는 시장의 정치력 부재 때문인가? 아니면 ‘여소야대’ 시의회 구성 때문인가?

난맥상이라는 표현은 좀 과하다. 사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여소야대 시의회가 구성되는 순간부터 갈등과 충돌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 아니었나. 지금 잘 풀어가기 위해 애쓰는 과정이고, 과거라면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던 사안들이 지금은 모두 타협과 조정의 와중에 있다고 보면 된다. 초기 약 6개월간은 (시의회에서) 정말 터무니없는 요구와 주장을 해도 모두 수용하며 대화 국면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 이후 6개월은 갈등 속에서 서로의 역량을 시험하는 시간이었다. 전체 4년의 임기 동안 효율적인 협상 및 타협을 진행하기 위한 밑바탕을 마련하려면 이런 진통의 시간도 필요하다. 조금씩 대화 국면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고 본다.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상 급식 문제를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으로 인식하는 데는 조금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표현을 쓴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전면적 무상 급식은 민주당에서 주장하는 ‘보편적 복지’의 첫 사례인데, ‘먹는 것’으로 포장되어 있어 많은 분들의 착각을 유도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사안의 본질을 보아야 한다. 공적 보조가 개인의 소득 수준과 전혀 무관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정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저소득 계층부터 별로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고소득 계층에 이르기까지 똑같은 액수가 기계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보편적 복지’라는 이름으로 현금을 살포하는 복지 정책이 수도 없이 등장할 수 있다. 내가 처음에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얘기했을 때 다소 과한 표현이라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3무1반’(무상 급식·무상 의료·무상 보육·반값 등록금)이라는 민주당의 과잉 복지 정책이 실제 발표되었다. 지금도 여야를 막론하고 내년 선거를 염두에 둔 과잉 복지 경쟁이 벌어지고 있지 않나. 그 시발점에 무상 급식이 서 있는 것이다.

정부와 여권에서 무상 급식 주민투표에 대해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주민투표가 실시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확히 말하면 정부가 부담스러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당이 부담스러워 하는 것이다. 주민투표가 실시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은 진보 진영에서 나오는 것 같은데, 그것도 참 아이러니하다. 주민투표는 시민들의 의사를 직접 묻는 것이다. “시장이 민의를 수용하지 않는다”라는 주장을 지난 1년 동안 해온 사람들이, 그 민의를 확인하겠다고 나서는 것에 대해 왜 이렇게 겁을 내고 위축되는지 모를 일이다.

투표로 인한 과다한 비용 낭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안다.

투표 비용을 낭비라고만 보기는 힘들다. 초등학교 및 중학교에 전면적 무상 급식을 시행하는 데 지난해 말 물가 기준으로 4천억원이 든다. 그러나 지금은 식자재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내년에는 5천억원 가지고도 부족할지 모른다. 그런데 이 돈을 1년만 쓰나. 10년이면 거의 5조원이다. 그런데도 이를 깊게 따져보지도 않고 단순 계산해서, “서울시가 부담하는 액수는 1천억원이 안 되는데 무려 1백80억원을 들여 주민투표를 하려 한다”라는 식으로 착각을 유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지금 여당인 한나라당에서도 사실상 주민투표를 거부하는 입장이지 않은가?

‘표 앞에는 장사 없기’ 때문이다. 표에서 손해 보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두려워한다. 그것이 정당과 정치인의 생리이다. (전면적 무상 급식 정책을) 이미 한 학기 동안 시행했다. 이런 상태에서 만약 주민투표를 통해 소득 하위 50%까지만 지원하자는 형태로 결론이 났을 경우, 지난 학기에 혜택을 받았다가 제외되는 분들은 당연히 반발하게 될 것이다. 지금 여당에서는 이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전국적인 사안도 아니기에, 서울시에서 벌어지는 일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정치적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것은 여당의 공식적인 판단도 아니다.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는 분들 중 일부의 입장으로 보인다.

서울시 부채가 오시장이 취임한 이후 배 이상 늘었다는 지적이 있다. 홍보성·포장성 사업에만 치중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돈으로 무상 급식을 실시하면 된다는 얘기도 한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사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사업을 홍보성·포장성으로 몰아붙여 그 돈으로 무상 급식을 하면 된다는 말은 무책임한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 내 취임 이후 늘어난 부채는 경제 위기라는 암을 극복하기 위한 응급 수술비라고 볼 수 있다. 또 위기 국면을 넘긴 지금, 서울시 부채 규모는 하향 추세에 들어섰고 2014년이면 경제 위기 이전 상황으로 회복될 것이다. 이러한 일시적 부채를 항구적으로 재원이 투입되는 ‘무상 급식’의 근거로 거론하는 것은 정책적 이해 부재를 고백하는 것일 뿐이다.

만약 이번 주민투표에서 투표율이 3분의 1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래서 투표 자체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에도 역시 패배로 받아들일 것인가?

만약 3분의 1 이상의 유권자가 투표를 해서,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전면 무상 급식을 하자는 의견이 단 한 표라도 더 나오게 된다면, 이는 분명히 나의 정치적 패배이다. 원하건, 원치 않건 따라야 한다. 그러나 3분의 1 이상의 유권자가 투표장에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면 좀 다르다. “오시장은 (무상 급식 주민투표가) 나라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주요한 사안이라 보았지만, 우리 시민들이 보기에는 그렇게 중요한 사항은 아니다”라는 메시지로 읽는 것이 합리적인 해석이라 생각한다.

‘주민투표를 실시할 만큼의 주요한 사안이 아니다’라는 것이 시민 다수의 의견이라면, 이 또한 오시장의 판단이 틀렸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 그(투표율 저조로 무효가 되었을 경우) 역시도 내게는 부담스런 결과임이 분명하다.

주민투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얘기까지는 나왔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책임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글쎄. 안 그래도 지금 그것 때문에 고민 중이다. 여러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조언을 구해보았는데 그들의 의견도 다 제각각이다.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정도로 중대한 일이라는 의견부터,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진퇴를 논하게 된다면 선거로 뽑는 지방자치 제도가 유지되기 힘들다는 의견까지 다양하다. 아직 고민하고 있다.

언제까지 고민할 것인가. 투표 전에는 입장을 밝힐 것인가?

투표 전까지는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무상 급식 주민투표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가 왜 침묵하는지 나는 알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왜 침묵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그 보도는 다소 각색된 것이다. 정확한 워딩은 “(박 전 대표가 침묵하는 이유를) 우리 모두 다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 않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마치 “나는 다 안다”라는 식으로 제목이 나갔다.

어쨌든 박 전 대표가 침묵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왜 침묵하고 있을까?

그 부분까지 얘기하면 오해의 소지가 생길 것 같다. 원치 않는 분분한 해석의 빌미가 될 것 같아 말하기 곤란하다. 양해해달라.

지난 7·4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사실상 한나라당의 차기 대권 주자는 박 전 대표로 굳어졌다는 이른바 ‘박근혜 대세론’이 다시 커지고 있다. 이에 동의하나?

동의한다. 누구나 그렇게 보는데 나 혼자 아니라고 할 수 있겠나.

최근 보수 진영 쪽에서는 ‘보수 집권 플랜B’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박 전 대표로 안 될 경우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거기서 주로 언급되는 이가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오시장이다. 들어보았나?

그렇게까지 이름이 붙어 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다.(웃음)

그런데 다소 소원해 보였던 두 사람의 관계가 요즘 들어 예전과는 달라진 듯하다. 이에 대해 의미심장하게 보는 시선도 있다. ‘박근혜 견제를 위한 연대’라는 식으로 말이다.

 

▲ “원래는 먼저 서울시의회에 읍소를 했었다. 여론조사를 해서 결정을 하되, 그 대상을 학부모로 하자고 말이다. 단, 그 전에 TV 공개 토론 및 학부모 편지 발송 후 전수 조사에 임하자고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게 제안했다. 결국 그것이 안 되어 주민투표에까지 오게 된 것이지, 처음부터 이를 꺼내든 것이 아니다.” ⓒ시사저널 임준선

 

너무 앞서가는 해석이다. 김문수 지사께서 주민투표의 가치를 낮게 보는 듯한 언급을 몇 번 했었다. 그래서 한 번 뵙고 좀 도와달라고 말씀드렸더니 “어떻게 도와줄까”라고 하셨다. 그래서 “언제 날 잡아 화끈하게 입장을 좀 밝혀달라. 개인 소득 수준과 무관한 무상 급식이 바람직한 방향의 복지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현실적인 재산 운영에 관해, 행정을 직접 해본 사람끼리 갖는 공감대가 있을 것 아닌가. 그것을 밝혀달라”라고 부탁했다. 그 말에 김지사께서는 허허 웃으실 뿐이었다. 그런데 며칠 뒤, (김지사 쪽에서) 교차 강연 제안이 왔다. 지금으로서는 이를 두고 화답을 주신 것이라 혼자 해석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아무튼 대권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둔 채 전략적 카드로 주민투표를 꺼내든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전혀 아니다. 큰 오해이다. 내가 처음부터 주민투표를 들고 나온 것도 아니었다. 이는 공개적인 기록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원래는 먼저 서울시의회에 읍소를 했었다. 여론조사를 해서 결정을 하되, 그 대상을 학부모로 하자고 말이다. 단, 그 전에 TV 공개 토론 및 학부모 편지 발송 후 전수 조사에 임하자고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게 제안했다. 시의회에서는 이를 받으려 했다. 그러나 곽교육감이 끝내 응하지 않았다. 그 밖에도 협상을 통해 해결해보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결국 그것이 안 되어 주민투표에까지 오게 된 것이지, 처음부터 이를 꺼내든 것이 아니다. 이런 과정들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아 오해가 발생한 것이다.

김문수 지사는 차기 대권에 대한 의지와 일정을 어느 정도 밝힌 바 있다. 이에 반해 오시장은 계속 입장을 회피하는 식이다.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정치인으로서 조금 무책임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이제 임기의 4분의 1밖에 지나지 않은 지자체장이 서둘러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할 정도로 지금이 그렇게 다급한 시점인가. 더구나 내년 대선도 아직 1년5개월이나 남아 있다. 이런 것이야말로 정말 대한민국 특유의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임기를 시작한 지 1년밖에 안 된 사람에게 사퇴와 바로 직결되는 대선 출마에 관한 입장을 지금 당장 명확히 밝히라고 강요하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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