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 배우가 되고 싶은 여교수의 일탈 그린 드라마…중년 초입 여성의 고민 잘 담아내
  • 이지선│영화평론가 ()
  • 승인 2011.07.26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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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일의 리뷰 <심장이 뛰네>

서른일곱, 모든 것이 무료해지기 시작할 나이. 영문과 교수인 주리(유동숙)에게는 자고 싶다는 남자도 없고 재미있는 일도 없다. 심드렁한 일상의 빈틈을 ‘야동’을 보는 것으로 때우던 주리는 우연히 가면을 쓴 중년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야동’을 보고, 포르노 제작자인 친구를 찾아가 자신을 출연시켜달라고 조른다. 결국 주리는 곡절 끝에 포르노 배우로서 첫 촬영에 나서게 되고, 가슴에 흉터가 있는 파트너인 별을 보며 설레고 있음을 깨닫는다.

허은희 감독의 데뷔작 <심장이 뛰네>는 사는 것이 지루해 포르노 배우가 되고 싶은 교수의 일탈을 담은 영화이다. 그야말로 흔한 ‘야동’의 소재가 되기에 적합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감독은 과감한 일탈을 감행하는 주인공의 일상과 심리를 차분히 그리는 것으로 흔하디 흔한 에로영화가 되는 길을 피해간다. 영화를 채운 것은 섹스 장면보다 중년의 초입을 지나는 여주인공의 고민이다.

남의 심장을 뜯어먹는 상상을 할 정도로 생기 없는 일상을 보내던 그녀가 포르노 배우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 뒤 활력을 되찾는 과정은 웃음을 자아낸다. “네가 찍으면 포르노가 아니라 호러!”라는 친구의 말에도 굴하지 않고 절박하게 다이어트를 하고, 지나는 남자들을 보며 엉뚱한 상상을 하는 주리의 모습은 진지해서 더욱 우스꽝스럽다. 이 우스꽝스러운 서사들이 쌓인 덕분에 마침내 자신의 욕망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마침내 심장이 뛰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 자기혐오에 이르는 주리의 얼굴은 설득력을 얻는다.

당연히, 그 순간 무엇보다 빛나는 것은 지난해 고인이 된 배우 유동숙의 덤덤한 연기이다. 이야기를 이끌고 관객을 끌어들이는 그녀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영화 <심장이 뛰네>가 지닌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아쉽게도 주인공 이외의 캐릭터들은 다소 피상적이지만 워낙 주인공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라 감상에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다. 지난해 로마 국제영화제, 로스앤젤레스 국제영화제 등에 출품해, 연이은 수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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