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달러 풀었는데도 왜 경제가 죽을 쑬까
  • 한면택│워싱턴 통신원 ()
  • 승인 2011.07.2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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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더블딥’ 우려 속에 ‘2%대 저성장’ 장기화할 전망

 

 

미국은 불경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3조 달러라는 엄청난 자금을 풀었으나 금융 위기를 진정시키고 불경기를 종료시키는 데 가까스로 성공했을 뿐 기대만큼 경제를 살리지는 못하고 있다. 고용과 성장에서는 거북이 걸음을 면치 못해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되는 더블딥까지 우려되기도 하고 더블딥은 아닐지라도 2%대의 저성장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예측을 낳고 있다.

미국은 왜 3조 달러를 풀고도 나라 빚만 늘렸을 뿐 경제를 살리지 못하고 있을까. 그 이유는 그동안 3조 달러를 풀어 증시와 은행, 기업들만 배부르게 만들고 국민 개인들에게는 별로 혜택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 경기부양책으로 1년 반 만에 불경기 끝나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는 금융 위기와 주택 시장의 붕괴에 대처하기 위해 2조4천억 달러를 사용했다. 주택 모기지 채권을 사들이는 데 1조4천7백50억 달러를 풀었고 재무부 국채를 매입하는 데 9천억 달러를 방출했다. 시기별로는 금융 위기 직후에 7천억 달러, 1차 양적 완화에 1조 달러 등 1조7천억 달러를 썼다.

그리고 지난해 11월부터 올 6월 말까지는 2차 양적 완화로 6천억 달러를 국채 매입 방식으로 풀었다.

이와는 별도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연방의회는 불경기 탈출을 위한 경기 부양책으로 8천3백10억 달러를 집행했다. 이를 모두 합하면 3조1천3백억 달러를 시중에 푼 셈이다. 그 결과 2007년 12월에 시작된 미국의 불경기는 2009년 6월, 1년 반 만에 끝난 것으로 평가되었다. 마치 기계로 돈을 마구 찍어낸 듯이 엄청난 자금을 풀어 금융 위기를 진정시키고 불경기에서 탈출시키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불경기가 끝난 후 미국 경제의 회복세는 거북이 걸음, 느림보 속도를 보여 모든 사람을 실망시켰다. 더블딥(재침체)이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때때로 고개를 들 정도였다.

불경기가 끝난 직후부터 회복기의 미국 경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 5.5%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의 역대 불경기의 종료 이후에 기록한 평균 성장률 10.1%의 절반에 그쳤다. 미국 경제가 뒷걸음치는 것은 아니지만 얼마나 더디게 회복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경제 성장률은 3.1%였으나 올 1분기에는 1.9%로 급락했다. 경제 분석가들은 2분기에도 경제 성장률이 2.0%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연준은 최근 올 한 해 경제 성장률이 2.7~2.9%에 그칠 것으로 낮춰 잡은 바 있다. 한때 4%대의 높은 성장을 기대했으나 이제는 2%대의 저성장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미국의 실업률이 내려가 국민들이 회복을 체감하려면 경제 성장률이 3.5% 안팎을 기록해야 하는데 그보다 훨씬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미국 국민 일자리와 소득은 제자리

 

▲ 미국 뉴욕 퀸즈 지방의 한 주택 앞에 매매 안내문이 붙어 있다. ⓒEPA 연합

 

미국 경제가 지표상으로 나아지고 있다는데도 다수의 미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가 따로 있다. 엄청난 자금을 풀었지만 그 혜택이 일반 국민들에게는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경기가 끝난 뒤 지금까지 미국민들의 일자리는 0.4% 늘어나는 데 그쳐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의 역대 불경기 직후 평균 고용 증가율인 10.1%였던 것에 비해 너무나 미약한 수준이다.  미국의 실업률은 최근 세 달 연속 상승해 6월에 9.2%를 기록했다. 특히 2~4월까지는 일자리가 한 달 평균 21만5천명씩 늘어났으나 그 후 급속히 얼어붙어 5월에는 2만5천명, 6월에는 1만8천명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미국 국민 개인 소득도 1.8%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보통 불경기가 끝나고 나면 개인 수입이 평균 8.8%나 대폭 늘어났던 것에 비하면 차이가 크다. 게다가 미국민들은 경기 회복이 시작된 후 신용카드 사용 한도와 홈 에큐티 론(집 담보 대출) 등이 4%나 줄어드는 바람에 돈 가뭄을 겪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회복이 시작된 후 미국 내 은행들은 신용카드 사용 한도를 3조4백억 달러에서 2조6천9백억 달러로 오히려 줄였다. 또한 홈 에큐티 론은 1조3천3백억 달러에서 1조1천5백억 달러로 축소했다. 은행 문턱이 높아져 대출받기도 어려워졌기 때문에 미국 국민들의 경제적 고통이 해소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것은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국민의 혈세를 지원받아 금융 위기를 넘기고서는, 대출을 잘 해주라는 정부 당국의 주문을 일축하고 돈줄을 더 졸라맸음을 입증하고 있다.

▒ 증시·은행·대기업들만 배불려

반면 뉴욕 증시는 활황세를 되찾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였던 2009년 3월 초 다우존스지수는 6000 선대로 주저앉았으나 현재는 1만2000포인트로 두 배 올라 있다. 1년 전에 비해서도 다우존스지수는 24%나 급등해 있다. 정부 당국이 시중에 푼 돈의 상당액이 주식시장으로 흘러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금융 위기 때에 지원받은 7천억 달러와 그 이후 ‘돈맥경화’ 풀기에 사용하라고 내려온 자금 등을 대부분 제 몸집을 키우고, 체질을 강화하는 데에 사용했다고 비난받았다.

기업들은 불경기 종료 이후 이익이 무려 46.6%나 급증했다. 이것은 미국 불경기 직후의 평균 기업 수익 증가율 37.4%를 뛰어넘은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대기업들은 상당한 이익을 내고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일자리 늘리기는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국 불경기 종료 후 경기 회복 속도  

구분

현재
불경기 종료 후 

역대
불경기 평균  

GDP(경제 성장률)

5.5%(연율)

10.10%

일자리  

0.40%

5.30%

개인 소득 

1.80%

8.80%

개인 소비 

3.90%

8.50%

개인 대출 

-4.1%(감소)

19.70%

기업 이익  

46.60%

37.40%

자료 : 월스트리트저널

 

▒ 소비 위축이 저성장 부작용 초래

미국 국민들이 일자리를 손쉽게 찾지 못하고 있어 소득이 늘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소비를 늘릴 수 없는 상황이다. 불경기 종료 이후 미국 국민들의 소비는 3.9% 늘어나는 데 그쳤다. 미국의 역대 불경기 종료 후 소비는 평균 8.5% 성장했는데 그 절반에도 못 미친 것이다. 미국 경제는 미국 국민 소비가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균형 잃은 경기 부양이 거북이 성장을 초래해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결과를 빚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 나라 빚은 눈덩이처럼 늘어나

반면 미국의 나라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국가 부도까지 걱정해야 하는 참담한 상황을 겪고 있다. 미국이 3조 달러나 푼 거액 중에는 중국에서 빌려온 1조 달러도 들어 있다. 지구촌 슈퍼파워 자리를 놓고 파워 게임을 벌이는 라이벌에게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탄식이 미국 내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의 국가 부채는 법이 정한 한도인 14조2천9백억 달러를 이미 넘어서 8월2일까지 16조7천억 달러로 올려야 내년 말까지 버틸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미국 사상 초유의 국가 디폴트(채무 상환 불이행)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지구촌 최강 경제 대국이라는 미국이 국가 부도 사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워싱턴 의회가 어떤 방식으로든지 정부 채무 한도를 올려 디폴트 사태만큼은 피할 것이 확실하지만, 이런 상황은 미국 국민들에게 깊은 상실감을 안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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