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도서관이 원해서” “국회도서관이 먼저 제안해서”…해명도 갖가지
  • 김지영·김회권 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1.07.2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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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7일, 경상남도 물금읍 가촌리에서는 새 건물의 개관식이 열리고 있었다. 1백44억원의 공사비로 완공된 양산시립도서관이 첫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 지역 국회의원인 박희태 국회의장은 동영상으로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동영상으로 중계되는 박의장의 모습을 지켜보는 관객들 속에는 서울에서 직접 내려온 유재일 국회도서관장도 있었다. 이날 국회도서관은 양산시립도서관에 책 1천권을 기증했다. 

국회의원들은 기증을 요청하거나 주선하게 된 계기로 대부분 지역민의 수요를 꼽았다. 김학용 한나라당 의원실의 관계자는 “안성의 청소년들이 지역에 없는 책을 국회도서관에서 빌려달라고 하면서 도서관 책 기증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지역 도서관에서 요청이 와서 우리는 연결을 해드렸다”라고 말했다. 권선택 자유선진당 의원실 관계자도 “의원 사무실에 들어온 책들을 기증해도 난이도가 있어서 어린이도서관 등은 혜택을 받기 어렵다. 그래서 도서관에 책 기증이 가능하냐고 물어보았고, 그런 사업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이군현 한나라당 의원은 “새마을문고에서 책도 없고 예산도 없는 상황에서 책을 좀 얻을 수 있겠느냐 물어와서 도서관장한테 이야기를 했더니 여분의 책을 주겠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국회의장단과 국회운영위 소속 의원에게 책 기증이 쏠리는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실에서는 이를 국회 운영상의 원리로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지자체 교부금을 가져가는 데 유리하지 않겠나. 소관 상임위에 따라서 일정 정도 자기 지역구에 유리한 것은 국회가 돌아가는 특성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운영위에 몸담았던 한 의원실 관계자는 ‘관심도’의 차이로 표현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 국회도서관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의원들이 얼마 안 된다. 운영위원회에 20여 명의 의원이 소속되어 있지만, 이 중에서도 책을 기증받은 사람은 소수이다. 도서관에서도 관심을 좀 가져주는 사람들에게 책 공급이 우선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거꾸로 국회도서관에서 먼저 제의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김창수 자유선진당 의원은 “지역 사무실 내에 사랑방 역할을 할 작은 도서관을 만들려고 하자 그 소식을 알고서 도서관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라고 말했다. 김학용 의원측도 “과거의 일이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국회도서관에서 먼저 기증을 하겠다고 연락이 왔다”라고 말했다.

운영위와 무관했던 의원실에서는 기증의 ‘사업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박주선 민주당 의원실은 전직 도서관장 시절의 사업이 지속되고 있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박의원측은 “유종필 관장(현 서울 관악구청장)이 있을 때 국회에서 광주 동구 작은 도서관에 책이 필요해 요청을 했고 협의가 되어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강원도 철원·화천·양구·인제가 지역구인 한기호 한나라당 의원측은 “우리 지역구가 워낙 열악한 시골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기증하는 원칙이 오지·벽지에 문화 혜택을 주는 것인데 그런 근본 취지에 부합하는 일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동아마이스터고등학교에 기증을 요청해 눈길을 끌었던 김성곤 입법차장은 ‘지인’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마이스터고에서 국어교사를 하면서 도서관을 담당하는 친구가 있다. 학교 도서관에 책이 너무 없어서 좀 구해줄 수 없느냐고 물어보기에 소개를 시켜주었다. 책이 귀한 곳에 책을 기증해 학생들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내년 총선에서 전 지역구이자 고향인 안동에서 출마할 것이 유력한 권오을 국회 사무총장은 “내가 온혜초등학교를 다녔다. 현재 전교생이 27명에 불과한 학교이다. 3월에 학부모 모임에 나갔는데 다 합해 21명이 모인 자리였다. 그 자리에서 도와줄 것을 찾다가 도서실이 보여서 그러면 애들을 위한 책을 조금 기증하겠다고 말했다. 선거만을 위해서라면 훨씬 큰 학교에 책을 보내는 것이 맞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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