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기축 통화’달러 울면 금이 웃는가
  • 한상춘│한국경제신문사 객원 논설위원·미래에셋증권 ()
  • 승인 2011.07.2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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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이 오르게 된 역사적 배경 분석 /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달러 가치와 금값 사이 괴리 발생

▲ 1971년 8월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금태환 정지를 선언했다. ⓒ연합뉴스

국제 금값이 폭등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금값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수없이 많지만 추세적으로는 국제 통화 질서와 미국 달러화 위상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2차 대전 이후 국제 통화 질서는 크게 세 단계로 구분된다. 첫 번째 단계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출범한 이후 1970년대 초 당시 미국 대통령인 닉슨이 금태환 정지를 선언했던, 이른바 ‘브레튼우즈 체제’이다. 이때는 중심 통화로 달러화의 위상이 확고하고 달러화 가치도 금에 의해 완전히 보장되었던 시기이다.

세계 경제 발전과 글로벌화가 꾸준히 진행되면서 세계 교역 규모가 1970년대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이로 인해 달러화 가치도 더 이상 금으로 보유할 수 없게 되자 닉슨 미국 대통령이 금태환 정지를 선언했다. 그 후 국제 통화 질서는 과도기인 ‘스미스 소니언 체제’에 접어들었다. 이 시기에는 달러 가치가 금에 의해 완전히 보장되지 않음에 따라 달러화 가치와 금값 간에 괴리 현상이 발행했다. 현 국제 통화 질서인 자유 변동 환율제가 정착된 것은 1976년 킹스턴 회담 이후이다. 이 시기에 각국의 통화 가치는 원칙적으로 자국 내 외환 수급 여건에 맡겨 결정되도록 했다. 자유 변동 환율제로 전환하고 나서도 외환 보유나 결제 통화 구성 비중으로 보면 달러화가 여전히 제일의 중심 통화 역할을 담당해온 ‘신(新)브레튼우즈 체제’가 지속되었다. 

달러화 가치와 금값 간에 괴리 현상이 빚어진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2008년에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담보 대출) 사태였다. 달러화의 위상이 급격히 떨어지고 달러화 중심의 신(新)브레튼우즈 체제도 붕괴될 조짐을 보이면서 금값이 단기간에 급등하는 ‘슈퍼 스파이크(super spike)’와 상승 국면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슈퍼 사이클(super cycle)’ 단계에 진입했다.

중심 통화로서 달러화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은 크게 보면 두 가지 요인에서다. 무엇보다 당사국 요인으로 미국 경기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재정 적자와 국가 채무 등과 같은 구조적 문제점으로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금융 위기 후유증에 따른 ‘낙인 효과(stigma effect)’라고 볼 수 있다.

새 중심 통화 둘러싼 논의 더 활발해질 듯

앞으로 새로운 중심 통화를 둘러싼 논의는 빨라지고 국제 통화 질서도 크게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브레튼우즈 체제가 균열될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새로운 중심 통화 논의는 ‘투 트랙’으로 진행되어왔다. 하나는 글로벌 차원에서 논의된 방안들이다. 중국이 제안해 꾸준히 논의되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준비 통화인 특별인출권(SDR)과 라틴어로 지구라는 의미의 테라(Terra), 글로벌 유로화 방안 등이 이 범주에 속한다. 다른 하나는 지역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동 통화 도입 논의이다. 현재 지역 공동체가 결성되어 있는 곳에서는 대부분 공동 통화 도입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일부에서는 실행에 옮기는 단계에 있다.

이에 따라 2차 대전 이후 ‘브레튼우즈→스미스소니언→킹스턴 혹은 신(新)브레튼우즈 체제’로  대변되는 달러 중심 체제의 균열은 불가피해 보인다. 세계 경제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금의 공급처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특정국에 쏠려 있는 시장의 특성상 그때그때 발생되는 재료에 따라 변동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 금값의 고공비행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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