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큰소리치니 일상이 휘청휘청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1.07.2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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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반지 대신 현금·선물…파는 사람 는 것도 신풍속도 금니 치료하는 치과에서는 비용 상승 걱정까지

▲ 지난 5월19일 골드스토어 수서일원점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1g짜리 돌 반지. ⓒ뉴스뱅크이미지

요즘 금 가격이 말 그대로 ‘금값’이다. 요동치는 금 가격이 새로운 풍속도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금반지 계가 있을 정도로 금에 열광하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다. 하룻밤 사이에 수천 원씩 뛰는 금값은 돌 문화까지 바꾸어 놓았다. 부조금 조로 한 돈(3.75g)짜리 금반지를 건네던 돌잔치에는 현금 봉투가 등장했다. 과거 5만~6만원 하던 한 돈짜리 돌 반지가 26만원이나 된다. 몇 개월 전부터는 귀금속 상점에 1g짜리 돌 반지(6만원)가 새로 등장했다. 그마저 7만원을 훌쩍 넘어 서민에게 부담스럽기는 매한가지다. 주부 김현수씨(41)는 “요즘 누가 돌 반지를 선물하나. 모두 현금이나 선물을 준비한다. (반지는)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예나 지금이나 반지·팔찌·귀걸이 등 금붙이는 결혼 패물 목록에서 빠지지 않지만, 14K 커플링이나 실반지(가는 반지)로 간소하게 마련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아예 금으로 할 예물 비용을 다른 곳에 사용하는 실속파까지 생겼다. 7월 중순에 결혼한 박소연씨(가명·28·여)는 “금값이 비싸서 예물을 거의 사지 않고, 그 비용을 절약해서 신혼여행 경비와 부모님 선물을 사는 데 보탰다”라고 말했다.

금을 사는 사람은 줄었지만 파는 사람은 늘어나는 분위기도 신풍속도이다. 장롱 속에 간직해둔 금붙이를 예전 가격보다 많은 값을 받고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귀금속 점포를 찾은 김은재씨(30·여)는 “유학 자금에 보태려고 14K 금반지 두 개를 31만9천원에 팔았다. 살 때보다 비싸게 판 셈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금반지를 장롱 속에 꼭꼭 넣어 놓은 이들도 많다. 굳이 지금 내다 팔 때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소비용 금 수요는 주춤, 투자용 수요는 꾸준

소비용 금 수요가 줄어들면서 문을 닫는 귀금속 매장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동네 금은방이 타격을 받았다. 금값이 오른 점도 있지만, 할인점과의 제품 디자인 경쟁에서 버티지 못한 탓도 있다. 서울 종로에 밀집된 귀금속 거리에 있는 대형 매장을 찾던 발길도 예전 같지 않다. 그렇지만 금 수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김안모 순금나라 대표는 “반지·목걸이 등 소비용 금 수요는 줄었지만, 산업용 금 수요는 꾸준하다. 투자 목적으로 금을 사려는 사람도 여전하다. 금 가치가 예전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다만 영세 금은방이 살아나려면 금값이 안정되어야 한다.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뛰면 매매가 끊어지지만, 안정되면 다시 수요가 늘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라며 업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금값 고공비행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치과 치료비가 오르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치과 관계자는 “금 시세가 급증하고 있지만 아직 금니 치료비가 오른 상태는 아니다. 환자가 금니를 꺼리는 분위기는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치과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는 만큼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의료비 조정이 불가피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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