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경차들 “내가 제일 잘나가”
  • 김세희 기자 (luxmea@sisapress.com)
  • 승인 2011.08.03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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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시대 맞물리면서 ‘경제적인 차’로 인식 바뀌어 판매 ‘쑥쑥’…‘모닝’ 앞서고 ‘스파크’ 맹추격

 

▲ 판매되는 모닝 중 가장 수요가 큰 색상은 밀키베이지(왼쪽)이다. 현재 모닝 구매 시 출고까지 약 5주의 시간이 걸릴 정도로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기아 모닝 (가솔린 2011년형 디럭스 기준) 전장 3,595mm전폭 1,595mm전고 1,485mm연비 자동변속기 19.0km/ℓ 수동변속기 22.0km/ℓ배기량 998cc최고출력 82마력최대토크 9.6kg·m소음수치 75~76데시벨가격 1,000만원~1,050만원 ⓒ기아자동차

 


주춤했던 기름값이 꾸준히 상승해 어느새 리터당 2천원에 육박하면서 경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고유가에 대한 공포는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경차는 좋은 연비는 물론 경차에 주어지는 각종 혜택을 무기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2008년부터 경차 구매율이 급격히 높아지더니 올해 들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판매된 경차만 무려 9만2천1백5대이다. 지난 1998년 한 해 동안 세웠던 역대 최고 기록 7만9천대를 가뿐히 제쳤다. 1998년 이후 경차 판매는 하락세였다. 2003년에는 2만5천대까지 떨어지다가 2006년에는 2만대 이하의 판매 실적을 보였다. 2008년 들어 경차 규격이 확대되면서 반등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올해 초 신형 모닝인 기아자동차의 올뉴모닝(이하 모닝)이 출시되면서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이승원 연구원은 “1998년 외환위기 직후가 경차 판매의 전성기였다. 그때는 현대자동차도 경차를 판매하고 있어서 모델 수도 많았고, 대내외적 환경을 보더라도 경차 수요가 많았다. 그런데 2008년 들어 경차 규격이 확대되고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판매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는 상반기 판매량만 보더라도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경차 규격 1천cc로 확대되면서 시장 커져

직장인 이서정씨(28·여)는 1년여 전 경차 모닝을 구입했다. 그동안 집은 서울, 회사는 경기도 외곽인 탓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불편을 겪었다. 입사 3년차에 접어들어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고 나자 묵혀두었던 운전면허증이 생각났다. 동료들도 대부분 차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도 차에 대한 욕심이 생기려던 차였다. “한 달에 일정 금액만 내면 되겠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사려고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세금이나 기름값 등을 합쳐 한 달에 60만~70만원을 차에 쓰고 있다고 하더라. 순간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다른 것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한동안 고민하고 있는 것을 본 부모님이 경차를 추천해주셨다.”

그래도 고민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동료들이 추천하는 준중형급 차와 차량 유지비에 대한 걱정이 충돌했다. 이씨는 “고민을 많이 했다. 경차에 대한 주변의 시선은 차치하고서라도 기름값 걱정이 앞서 큰 차를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사회에 들어와서 첫차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그가 선택한 것은 경차 모닝. 1년여가 지난 지금 그는 자신의 선택에 만족한다. “짧은 구간이지만 고속도로를 자주 이용하는데 요금도 반값이고 또 보험료도 절약되고 세금도 면제되는 것이 많아서 좋다. 계산해보니 한 달에 30만원  정도 들어가는 것 같다. 앞으로도 몇 년간은 이 차를 쓸 계획이다. 경제성을 고려하는 사회 초년병에게는 꼭 경차를 추천해주고 싶다.”

취득세 면제·통행료 할인 등 혜택 풍성

전통적으로 경차는 ‘엔트리 카(entry car)’였다. 이서정씨처럼 사회 진출 후 처음 구입한 차라든지 초보 운전자의 생애 첫차라는 개념이 강했다. 경제성이나 실용성은 물론 운전 숙달이나 미숙한 운전으로 인한 사고 후 처리 등 때문이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이런 경향이 짙게 나타났다. 이승원 연구원은 “실제로 경차를 찾는 고객의 70% 이상이 여성 고객이다. 그중에서도 사회에 처음 진출해서 차량을 사는 사회 초년병이 많다. 전통적으로 경차는 엔트리 카로서 여성들에게 매력적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엔트리 카’였던 경차는 2008년 이후부터 ‘세컨드 카’로 범위를 넓혀가기 시작했다. 당시에도 기름값은 꾸준히 오름세에 있었고 경차의 규격도 8백cc에서 1천cc로 확대되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시장이 커진 것이다. 기존에는 한 가정에 차량 한 대가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한 가정 내에 차량을 두 대 이상 소유하고 있는 사례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세컨드 카의 개념은 차량 보유 대수가 늘어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한 자동차 영업소의 팀장은 “중형 이상의 세단이나 SUV, 수입차 같은 것은 주요 차량으로 두고 단거리 이동이나 출퇴근 용도로 경차를 구입하려는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경차를 구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이다. 경차에게 주어지는 취득세 면제, 책임보험 10% 할인, 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 유류세 10만원 환급, 1년 자동차 세금 총액 8만원 등의 혜택은 소비자의 부담을 많이 덜어주었다. 그리고 세컨드 카 개념이 생기면서 경제성에 트렌드가 덧붙여졌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2007년에는 경차 구입 고객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4백50만원 이상인 경우가 29%였다. 그런데 2010년 들어 그 비중이 42.5%로 상승했다. 경제 형편으로 인해 경차를 사는 것이 아니라 단거리 이동, 출퇴근 용도 등의 신규 수요가 늘어났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여기에 안전성에 대한 우려 해소가 뒷받침이 되었다. 과거에는 에어백이나 차체의 크기 등으로 인한 위험성 등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그러나 최근에는 에어백 의무 장착이나 규격 확대 등으로 안전성이 좋아지면서 경차 구매를 가로막던 요인들이 희석되었다는 것이다.

 

▲ 쉐보레 스파크 (가솔린 2012년형 LS스타 기준) 전장 3,595mm전폭 1,595mm전고 1,550mm연비 자동변속기 17.0km/ℓ 수동변속기 21.0km/ℓ배기량 995cc최고출력 70마력최대토크 9.4kg·m소음수치 67~68 데시벨가격 1,134만원 ⓒ한국GM

 

수입 경차 판매는 아직 미미한 수준

구형 마티즈나 아토즈, 비스토 등을 제외하고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1000cc 미만의 경차는 기아자동차의 모닝과 한국GM의 쉐보레 스파크(옛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뿐이다. 여기에 메르세데즈 벤츠의 스마트포투를 비롯한 일부 수입 경차들이 병행 수입을 통해 국내에 유통되고 있지만 규모를 놓고 볼 때는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경차는 지난 2010년 국내 전체 판매량의 13.2%에 달하는 16만5백79대가 팔렸다. 소형차와 대형차의 판매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가운데 경차 판매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8.3% 늘어났다. 주역은 모닝과 스파크였다. 모닝(뉴모닝)은 10만1천5백70대, 스파크(마티즈 크리에이티브)는 5만6천1백84대를 판매하며 각각 3위와 7위에 올랐다. 전체 판매 비중에서 두 경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2.9%에 달했다.

특히 모닝의 질주가 빠르다. 올해 초 새로운 모델이 출시된 모닝은 지난 5월까지 구형 모닝을 포함해 5만8백42대가 팔려나갔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판매율이 15.3% 늘었다. ‘올뉴모닝’이라는 이름처럼 완전히 새롭게 나타난 신형 모닝은 안전성과 실용성에 디자인 요소까지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되며 경차 전쟁에 뛰어들었다. 기아자동차 관계자는 “경쟁사의 차량인 스파크가 나온 이후에 출시되면서 소비자에게 좀 더 새로운 제품으로 다가갔다. 구형 모델에 비해 성능과 디자인도 크게 개선되었다. 더군다나 고유가 시대에 경차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세컨드 카로 많이 나가고 있다. 그리고 5월에 액화석유가스(LPG)와 가솔린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바이퓨얼’, 화물을 적재할 수 있는 ‘밴’ 등 다양한 라인업이 출시되면서 기름값에 대한 걱정을 상쇄시킬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었다”라고 말했다.

모닝의 공인 연비는 리터당 19km(자동변속)에서 22km(수동변속) 수준이다. 도로 상황이나 주행 습관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에너지관리공단의 2010년 에너지 효율 분석 기준인 평균 공인 연비 13.07km와 비교했을 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동급 최초로 운전석·동승석·사이드·커튼 에어백 등 총 6개의 에어백을 기본으로 적용하며 안전성을 갖추었다. 이 밖에도 7인치 음성 인식 내비게이션, 버튼 시동 스마트키, 4센서 후방 주차 보조 시스템 등 편의 사양을 대거 적용하며 기존 경차의 이미지를 탈피했다. 가격은 8백80만~1천1백5만원 수준이다.

모닝의 뒤는 스파크가 바짝 쫓고 있다. 아직까지는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로 더 친숙한 스파크는 지난 2월 제품명을 바꾸고 본격 판매에 들어갔다. 한국GM 안쿠시 오로라 부사장은 “쉐보레 스타일로 새롭게 디자인되고 고객의 의견을 반영해 대폭 강화한 편의 사양과 옵션 및 구성, 합리적인 가격으로 쉐보레가 주는 진정한 가치에 만족하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절대적인 판매량에서 모닝을 넘어서지는 못하고 있지만, 지난 1~5월 사이 쉐보레 스파크는 2만4천6백53대를 판매하며 모닝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영화 <트랜스포머>에 출연하며 더욱 관심을 모은 스파크는 공인 연비에서도 17.5km(자동변속)에서 21km(수동변속)를 기록하며 평균 공인 연비를 웃돌고 있다.

 

▲ 스마트포투(포투 MHD 모델 기준) 전장 2,695mm전폭 1,560mm전고 1,540mm연비 23.3km/ℓ 배기량 999cc최고출력 71마력최대토크 9.4kg·m가격 2,290만원 ⓒ스마트코리아

 

안전성도 높이고 편의 사양도 진화

스파크가 내세우는 강점 역시 안전성이다. 실용성과 경제성은 이미 경차에 내재되어 있는 장점인 만큼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를 확실히 불식시켜 선택을 받겠다는 것이다. 스파크는 차체 전체적으로 탄력이 좋은 고(高)장력 강판을 사용했다. 커튼 에어백 등의 안전장치 또한 적용했다. 또 후방 주차 감지 센서, MP3 CD플레이어 등도 기본적으로 장착해 풀옵션 구매 시 약 2백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했다. 가격은 7백74만~1천49만원 수준이다.

국내산 경차 모닝과 스파크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수입 경차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비록 가격 경쟁력에서는 밀리지만 경차의 혜택을 모두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작용하면서 마니아층이 형성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지난 2008년 2월부터 국내에 유통되기 시작한 스마트포투(smart for two)는 이미 국내에 자리를 잡았다. 스마트포투의 가격은 옵션을 제외하고 2천2백90만~2천7백90만원 수준이다. 국산 준중형급 차량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스마트코리아 배대권 팀장은 “가격이 비싸다 보니 경차라는 이유로 사는 고객보다는 구매력 있는 분들이 세컨드 카로 사는 경우가 많다. 경제성·실용성보다는 일종의 아이콘 같은 차량이다. 하지만 경차 혜택을 받을 수 있고 하이브리드를 제외한 가솔린 엔진 중 최고 연비를 자랑하고 있어 인기가 있다”라고 말했다.

스마트포투의 공인 연비는 리터당 20.4km (쿠페), 23.3km(카브리오)이다. 휘발유 엔진 중 하이브리드 차량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연비를 기록하고 있다. 차체도 작아 좁은 길을 지나가거나 협소한 공간에 주차할 때 실용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포투의 차체 길이는 2천6백95mm에 불과하다. 의외로 남성에게 인기가 많다. 배팀장은 “87마력밖에 되지 않는데도 차체가 작고 가볍다 보니 앞뒤로 움직이는 반동이 크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오히려 남성 고객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연령대로 보면 50~60대 은퇴하신 분들이 세컨드 카로 구매하기도 하고, 30대 남성들에게 출퇴근용으로 가장 많이 판매된다”라고 말했다.

스마트포투의 올해 목표 판매 대수는 2백20여 대이다. 국산 경차와 비교했을 때 미미한 수치이지만 서비스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수입 경차로서 입지를 단단히 다지겠다는 각오이다. 


 중고 경차 구입할 땐 옵션 확인하고 유색 차종 골라라

기름값 상승은 중고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예 차를 처분하거나 연비가 좋은 중고 자동차로 바꾸려는 소비자들의 문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고연비 차량은 수요가 몰려 매물을 구하기 힘들 정도이다. 중고차 쇼핑몰 카피알의 마케팅 담당자는 “여름철 성수기 시즌임에도 (중·대형) 중고차 구매는 주춤하고 타던 차를 팔겠다는 판매 문의만 급증해 기름값 부담의 여파를 실감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연비가 낮은 중·대형차는 중고차 가격이 떨어져도 구매를 문의하는 소비자들이 없는데 경·소형차와 디젤차는 오히려 중고차 시세가 오르고 있다. 없어서 못 파는 수준이다”라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경차의 대표 모델은 마티즈와 모닝이다. 그중에서도 출고한 지 2~3년 된 모델은 선호도가 높아 매물을 찾기가 힘들다. 매물이 있더라도 지난 6월과 비교해 30만~50만원가량 시세가 올랐다. 2009년식 마티즈 크리에이티브(현 쉐보레 스파크)는 8백만~9백70만원대의 시세를 보이며 높은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쉐보레 스파크로 이름을 바꾸고 난 후에는 신차 가격의 89~90%에 달하는 시세를 보이며 경차 트렌드를 이어가고 있다. 모닝도 이에 못지 않다. 올해 초 출시된 올뉴모닝의 경우 1천100만~1천3백만원대의 신차급 가격을 고수하고 있다.

한 중고차 시장 관계자는 위험도가 작은 것을 경차 인기의 한 요인으로 꼽았다. 중고차 사이트 카즈의 김하나 주임은 “경차 같은 경우 전반적으로 신차 가격도 저렴하다 보니 되팔더라도 손해를 보는 폭이 적은 편이다. 또 장거리 이동보다는 주로 출퇴근용으로 쓰다 보니 주행 거리도 짧아 전 차종과 비교했을 때 차량 상태가 좋고 위험도가 낮다”라고 말했다.

다만 중고 경차를 구입할 때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다. 오래된 경차일수록, 특히 800cc대의 구형 마티즈와 같은 경우 옵션에서 에어백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마티즈 크리에이티브가 출시될 때부터는 안전성이 보완되며 경차의 가장 큰 약점을 넘어섰다. 하지만 그 이전 세대의 경우 에어백 등이 의무 조항이 아니었기 때문에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다.

저렴하게 살 수 있는 팁도 있다. 김하나 주임은 “경차는 색상이 다양하다. 하지만 은색, 검정색, 흰색이 여전히 인기가 많다. 오히려 유색 차종을 구입한다면 시세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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