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경영’ 고삐 죈 삼성의 새로운 선택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1.08.03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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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달라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중요한 공식 행사가 아니면 얼굴조차 내비치지 않던 그가 언론 매체에 스스로를 노출하는 일도 잦아지고, 회사에도 매일 출근해 긴장감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삼성 전체에 부정부패가 퍼져 있는 듯하다”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그런 이회장이 최근 꺼내든 카드는 ‘위기 경영론’이다. 대체 국내 최대 기업 삼성에 어떤 일이 있기에 이같은 선택을 한 것일까.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시사저널 윤성호

삼성그룹 임직원은 지금 살얼음 위를 걷는 듯 긴장감에 사로잡혀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삼성그룹 사옥의 구내식당은 점심 식사 시간마다 북새통이다. 삼성전자 구내식당 1천2백석과 삼성물산 구내식당 7백50석이 삼성그룹 임직원으로 가득 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구내식당이 이만큼 혼잡하지는 않았다. 구내식당은 지난 6월 초순부터 북적이기 시작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 6월9일 출근하면서 “삼성그룹 전체에 부정부패가 퍼져 있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삼성테크윈에 대한 그룹 경영진단팀 감사에서, 삼성테크윈 임직원이 법인카드를 부정하게 사용하고 협력업체로부터 향응을 받은 사건이 밝혀진 것이다. 당시 삼성그룹 내부 전산망인 마이싱글의 초기 화면에는 ‘부정한 법인카드 사용은 횡령이며, 술·골프 접대를 받는 것은 향응’이라는 경고 문구가 올라왔다. 그렇다 보니 삼성그룹 임직원은 협력업체 관계자와 함께 식사나 술자리를 갖는 것을 삼가고 있다. 업무 관련 골프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는다.

이회장은 과거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있는 자택에서 ‘파자마’ 바람으로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으며 주요 의사 결정을 내렸다. 청와대 만찬이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의 같은 공식 행사가 아니면 언론에 얼굴조차 비치지 않았다. 그러던 이건희 회장이 갑자기 바뀌었다. 지난 4월21일부터는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 있는 회장 집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출근 초기에는 화요일과 목요일에 오다가 요즘에는 요일을 가리지 않고 아무 때나 회장실을 찾는다.

또, 국내외 행사에 빈번하게 참석하며 언론 매체와의 접촉 빈도를 높이고 있다. 사옥 로비에서 기다리는 삼성 출입기자단에게까지 일부러 찾아가 간이 기자회견을 자청하기도 했다. 이회장이 기회가 생길 때마다 언론매체를 통해 쏟아내는 발언마다 긴장이나 위기 의식 같은 불안한 감정이 배어 나왔다. 사업 환경이 바뀌거나 변화를 모색할 때마다 이회장이 꺼낸 카드는 ‘위기 경영론’이다. 이제 이회장이 다시 위기 경영론을 꺼내 들었으니 삼성그룹에는 커다란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회장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국내외 언론 매체에게 “아직 멀었다. 삼성이 10년 전 지금의 5분의 1 크기 구멍가게 같았는데 까딱 잘못하면 그렇게 된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매출 1백36조원, 영업이익 11조원을 기록하며 정보기술(IT) 분야 세계 1위에 오른 것을 감안하면 얼핏 엄살처럼 들린다.

요시카와 료조 일본 도쿄 대학 모노즈꾸리 경영연구센터 특임연구원은 “아무리 경영 실적이 좋아도 이건희 회장은 항상 강한 위기의식을 갖고 전략을 반드시 실행할 것을 사원들에게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료조 연구원은 이회장의 설득으로 지난 2004년까지 10년 동안 삼성전자 본사 임원으로 일한 적이 있다.  

IT 업종은 한 번의 전략 실패로 ‘훅 가는’ 일 잦아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7월29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선진 제품 비교 전시회를 참관하고 직원들과 점심을 함께한 뒤 사업장을 떠나면서 환송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IT 업종은 기술 혁신이나 전략 실패로 한번에 ‘훅’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디지털카메라가 나오자 필름업체 코닥이 하루아침에 몰락했다. 플래시메모리가 나오자 컴팩트디스크(CD)나 자기 저장 장치는 시장에서 퇴출되었다. 삼성전자가 애플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스마트폰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핀란드 휴대전화 제조업체 노키아는 지난 수년간 지켜왔던 스마트폰 선두 자리를 애플과 삼성전자에게 내주고 3위로 추락했다. 모토로라가 세계 휴대전화 제조업계 1위에서 물러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두 번째 1위 노키아가 순식간에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순학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노키아의 몰락은) 휴대전화 시장에서 전략의 부재나 오류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라고 지적했다.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만 패퇴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일반 전화기(피처폰) 시장에서도 밀리고 있다. 지난해까지 점유율 1위를 굳건히 지키던 중국 시장에서 삼성전자에게 따라잡혔다. 2분기 출하량이 지난 분기에 비해 53%나 줄어 삼성전자에게 1위 자리를 내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4분기 39%였던 노키아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이제 18.2%에 불과하다.

스마트폰 시장 2위인 리서치인모션(RIM)의 몰락은 더 극적이다. 캐나다 휴대전화 업체 RIM은 올해에만 전체 인력의 11%인 2천2백명가량을 감원해야 했다. 한때 ‘오바마폰’으로 불리는 스마트폰 블랙베리로 시장 점유율 19.7%를 차지하며 스마트폰 시장 2위에 올랐다. 지난해 1분기부터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더니 올해 1분기에는 13.4%까지 추락했다. RIM이 지난 6월 발표한 3~5월 실적은 더 참혹했다. 1천3백20만대를 팔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백70만대가 줄었다. 분기 판매량이 줄어든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업무용에 주력하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스마트폰 시장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한 탓에 추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금융정보업체 블룸버그통신은 ‘RIM은 2분기 판매량에서 삼성전자, 애플, 노키아에 이어 4위로 추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키아와 RIM이 정상에서 바닥으로 떨어지기까지는 채 2년이 걸리지 않았다. 이건희 회장이 IT업계 1위(매출액 기준)에 오른 삼성전자가 언제 노키아나 RIM 꼴이 나지 않을지 불안해하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송종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올해 매출액 1백65조원(7% 증가), 영업이익 13조9천억원(20% 하락)으로 역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실적은 매출액 39조원으로 소폭 늘어났으나 영업이익은 3조7천5백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5.18% 줄어들었다. 메모리 반도체값이 떨어지고 액정표시장치(LCD) 부문이 2분기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값 하락세가 심각하다. 타이완의 반도체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지난 7월26일 ‘PC용 메모리 반도체(DDR3 1Gb 1066㎒ D램)값이 7월 상순보다 0.09달러 떨어진 0.75달러를 기록했다’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1달러 선이 붕괴된 이래 줄곧 떨어지기만 했다. PC용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태블릿PC나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낸드플래시 메모리값도 떨어지고 있다. 7월 넷째 주 32Gb와 64Gb 낸드플래시 메모리값은 각각 1.1%, 3.2% 떨어졌다.

LCD사업 부문은 2분기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위츠뷰가 7월20일 발표한 하반기 LCD 패널값 조사에 따르면, 대형 TV 패널 수요가 줄어들면서 46, 47인치 TV 패널값이 2% 하락했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패널 업계는 가동률을 줄이고 재고를 없애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가동률은 60~65%, 타이완 업체 AUO나 CMI의 가동률은 50~55%로 추정된다”라고 분석했다.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경쟁 상대와 1위 다툼

삼성전자가 부진하다 보니 삼성전자에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전기도 아울러 부진하다. 삼성전기는 2분기 매출 1조6천8백17억원, 영업이익 8백71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11.8%, 72% 줄어들었다. 지난 1분기와 비교해도 1.9%, 5.4% 줄었다. 2분기 매출이 1분기보다 줄어든 것은 2005년 이후 6년 만이다.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은 2004년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실적을 발표한 이래 처음이다. TV 수요가 줄어 TV 부속품 파워나 튜너 사업 부문이 타격을 입은 것이 컸다.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부문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 발광다이오드(LED) 제조업체인 삼성LED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LED는 LCD 패널에 들어가는 광원인 백색 LED를 생산하고 있다.

박원재 대우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시장 전망도 좋지 않다. 삼성LED는 TV 판매량이 늘어날 때까지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 MLCC 부문 경쟁은 여전히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삼성전자와 스마트폰 부문에서 경쟁하는 업체가 MLCC 주문량을 줄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 와중에 삼성전자는 ‘최대 고객’ 애플과 스마트폰 시장에서 치열하게 1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분기 스마트폰 1천8백만~2천100만대를 팔아 애플(2천34만대)과 스마트폰 1위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시장 쟁탈전은 특허 소송으로 비화했다. 애플이 지난 4월15일 ‘삼성전자가 자사 제품 기술과 디자인을 베꼈다’라고 주장하며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28일 애플이 생산하는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 등 여섯 개 제품이 자사 특허 다섯 건을 침해했다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애플은 지금까지 삼성전자가 상대한 경쟁자들과 질이 다르다. 삼성전자는 앞에 가는 차 뒤꽁무니만 보고 따라가는 ‘후미등 따라잡기 전략(tail light strategy)’을 구사했다. 이 전략으로 소니, 샤프, 도시바, 파나소닉 같은 일본 전자업체를 제칠 수 있었다. 미세 정밀 공정에서 앞선 일본 업체들과 달리 애플은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플랫폼 같은 창의적 사고에 기초한 혁신 제품으로 시장을 주도해나가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술력과 플랫폼 전략에서 뒤지다 보니 삼성전자는 애플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IT전문가인 곽동수 한국사이버대학 교수는 “아이폰이 출시된 지 5년이 지났으나 아직 애플이 제시한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제품은 나오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애플은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커지고 있다. 애플은 지난 7월19일(현지 시간) 실적 발표를 통해 2분기(회계연도 3분기) 매출이 2백85억7천만 달러(30조1천억원가량)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2% 늘어난 수치이다. 영업이익률은 33%나 되었다. 제조업체 영업이익률이 기껏해야 7%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경이로운 수치이다. 2분기 순이익은 73억1천만 달러(7조원가량)이다. 지난해 2분기에 비해 1백28% 상승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액정표시장치 같은 부품의 최대 고객이다. 삼성전자로서는 고객과 벌이는 전면전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애플은 차기 모바일 프로세서 A6 생산을 삼성전자 대신 타이완 업체에게 맡길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보니 한때 1백20만원까지 넘보던 삼성전자 주가는 지금 80만원 초반에 갇혀 있다. 

그룹 계열사 곳곳에서는 갖가지 악재가 겹쳐서 일어나고 있다. 삼성전자가 감정싸움까지 번진 3D TV 기술 경쟁에서 LG전자에게 패퇴하면서 체면을 깎이더니 김연아까지 광고 모델로 내세운 에어컨이 잦은 고장으로 리콜을 실시하고 있다. 이회장의 첫째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지난해 11월 루이비통 매장을 공항 신라면세점에 유치하면서 환호를 받는가 싶더니 구찌가 신라면세점에서 철수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4월12일에는 한복 디자이너 이혜순씨가 신라호텔 1층 뷔페 레스토랑 파크뷰에 들어가다가 입장을 제지당하면서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삼성증권이 대한통운 인수와 관련해 CJ와 맺은 자문 계약을 철회하자 CJ그룹은 원색적으로 삼성그룹을 비난했다. 이 사건은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이건희 회장 사이에 집안싸움으로 비치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 특유의 카리스마 경영은 언제나 위기론에 기초했다. 지금까지 삼성그룹은 총수의 카리스마 리더십에 기초해 혁신을 감행하면서 세계 1위 IT업체로 성장했다. 이병철 선대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이어받으면서 ‘신경영’을 부르짖으며 혁신에 나섰을 때도, 세금 포탈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물러났다 총수직에 복귀할 때도 그랬다. 애플과 벌이는 경쟁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회장은 4월21일 첫 출근한 자리에서 “못이 튀어나오면 때리려는 원리이다. 애플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우리와 관계없는, 전자회사가 아닌 회사까지도 삼성에 대한 견제가 심해지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 지난 7월6일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후 이대통령 등 대표단과 함께 기뻐하고 있는 이건희 회장(앞줄 왼쪽 두 번째). ⓒAP연합

이회장 양손에 쥔 카드는 ‘감사’와 ‘수시 인사’

이건희 회장이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꺼낸 카드는 감사와 수시 인사이다. 그룹 경영진단팀은 계열사마다 3~4년 만에 한 번씩 정기 감사를 한다. 지난해 경영진단팀이 4개 계열사를 감사했다. 올해에는 세 곳이다. 그룹의 감사 횟수가 유난히 많아졌다. 삼성그룹 감사가 1~2년 사이에 다섯 곳 이상 집중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회장은 김순택 부회장에게 ‘경영진단팀 인원을 늘리고 직급과 보수를 올려라’라고 지시했다. 지난 7월7일 경영진단팀은 삼성화재 감사에 착수했다. 보험 계열사는 지난 2003년 이후  경영진단팀에게 감사를 받은 적이 없다.

경영진단팀 감사 결과 비리가 적발되거나 경영 실적이 형편없으면 최고경영진은 바로 내쳐진다. 삼성테크윈 감사 결과 횡령이나 향응 같은 비리가 적발되자 오창석 삼성테크윈 사장이 바로 사퇴했다. 삼성테크윈은 임원 10명 안팎과 직원 80명에 대한 추가 징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7월1일에는 삼성전자 LCD사업부가 2분기 연속 적자를 내자 장원기 LCD 사업부장 사장을 경질하고 LCD사업부를 DS사업총괄 아래로 편입했다. LCD사업부 부사장 두 명도 함께 물러나게 했다. 전직 삼성전자 임원은 “(이회장 지시 업무 수행에) 실패하면 회사를 그만두어야 한다는 공포감이 항상 있다”라고 말했다.

이회장은 무슨 주제나 관심 사항이든지 한번 빠지면 아주 깊이 천착한다. 전직 삼성 구조본 관계자는 “일본 NHK 다큐멘터리를 일본 도쿄 지사에서 수십 개씩 복사해서 보내오면 3~7일 동안 틀어박혀서 모두 보고 나온다”라고 말했다. 칩거를 끝내고 일단 행동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집요할 정도로 밀어붙인다. 이 과정에서 자기 뜻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거스르는 이는 지위 고하를 가리지 않고 내친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 1993년 6월10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캠핀스키호텔에서 이수빈 당시 비서실장과 만났다. 이수빈 실장은 ‘질 경영’을 부르짖던 이회장에게 “아직까지는 양을 포기할 수 없다. 질과 양은 동전의 앞뒤이다”라고 건의했다. 4개월 후 현명관씨가 신임 비서실장에 임명되었다.

지난 2007년 10월 삼성 구조본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을 폭로하면서 이건희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칩거에 들어가야 했다. 이회장은 지난 2009년 12월31일 특별사면을 받았고 지난해 3월 삼성전자 회장직에 복귀했다. 그동안 그는 회사 경영보다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몰두했다. 지난 7월7일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면서 정부에 진 빚을 갚았다. 위기 경영을 부르짖고 있는 것은 이회장이 본격적으로 그룹 경영에 나섰다는 반증이다.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그가 어떤 변화를 추진할지를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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