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이용한 마케팅에 주목했다
  • 김회권 기자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1.08.03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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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다운로드 수로 엿본 2011년 한국 사회 / 다문화·스마트폰·무상 급식 등 상반기 키워드로 꼽혀

ⓒ일러스트 찬희

인터넷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그런데 약 15년 전인 1995년에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1993년 월드와이드웹(www)이 보급된 뒤 인터넷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하지만 그 변화를 우리 학계는 능동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지금 바라보면 어이없을지 몰라도 일시적인 유행 정도로 치부하는 학자도 있었다.

1995년 가을, 국내 계간 학술지 <경제와 사회>에 주목할 만한 논문이 실렸다. 백욱인 당시 종합유선방송위원회 연구위원이 쓴 글이었다. 그는 ‘인터넷과 정보 고속도로’라는 글에서 ‘상당수의 학자들이 인터넷을 한때의 유행쯤으로 간주하며 멀리하거나 경험해보지도 않은 채 예단하기 일쑤다’라며 국내 학계의 수동적인 자세를 꼬집었다. 그가 내세운 결론은 이랬다. ‘인터넷을 사회과학적 연구의 주제로 삼자.’ 백연구위원은 인터넷 시대 사회과학의 과제를 세 가지로 제시했다. 첫째, ‘정보화 사회’라는 비과학적 용어 대신 현실의 변화를 반영할 이론적 분석 틀과 개념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노동 과정과 계급 변화 등의 측면에서 정보 산업을 분석해야 한다. 셋째, 새로운 소통 양식과 생활 양식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마케팅연구원의 논문에 관심 쏠려

1990년대 중반, 인터넷이 막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무렵 제시되었던 하나의 논문은 그 시대의 변화상과 주요 논쟁거리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처럼 어떤 사안을 주제로 하는 논문이 나왔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이 읽혀졌는지는 그 사회를 들여다보는 지표가 될 수 있다. 1995년에 그랬듯이 2011년에도 여전히 유효한 명제이다.

국내 학술지를 서비스하는 ‘DBPIA(www.dbpia.co.kr)’를 운영하고 있는 ㈜누리미디어는 지난 7월17일 올해 상반기에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내려받은 논문들을 발표했다. 학술 연구의 현재 경향성이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디비피아는 국내 6백70개 학술 단체와 출판사가 발행하는 학술지 1천4백여 종과 전문지에 수록된 논문 1백27만 편을 유료로 서비스하고 있으며, 주 이용자는 교수와 연구자, 대학생들이다.

다운로드 순위 100위 목록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올 상반기 우리 사회의 열쇳말이 눈에 들어온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다문화’ ‘스마트폰’ ‘무상 급식’ 등등이다. 다운로드 논문 상위 100개를 카테고리로 묶어보면 SNS 관련 논문이 38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문화 관련 논문이 12건, 스마트폰이 8건, 무상 급식 관련이 7건이었다.

2011년은 SNS를 이용한 마케팅이 가장 활발히 전개되기 시작한 시점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지난 4월 갤럭시S2를 공개하는 행사를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했다. 삼성전자는 SNS 전담 관리 직원만 12명을 두고 있을 정도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은 소통의 장을 넘어 소비의 장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가장 다운로드를 많이 받은 논문을 발간한 곳은 한국마케팅연구원이다. 이곳에서 발간하는 <마케팅> 2010년 9월호에 실린 ‘스마트폰의 동반자-소셜네트웍서비스(SNS)’(박현길)는 SNS에 관한 서비스와 흐름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풀어 썼는데 총 2천9백97번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2위 역시 한국유통학회 학술대회 발표 논문집으로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활용한 유통업체 온라인 마케팅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최재용)로 2천6백41건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스마트폰, 커뮤니케이션 격차, 그리고 정치 참여’(한국언론학보, 금희조·조재호), ‘트위터와 페이스북 사용자 접속 요인 비교’(한국인터넷정보학회 학술발표대회 논문집, 홍삼열·오재철) 등이 다운로드 횟수 3위와 4위를 차지하는 등 SNS와 관련된 논문이 1?6위를 휩쓸었다.

‘다문화’도 논문의 주요 테마이다. 이동철 중국동포타운신문 이사는 “조선족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한국인들은 집값 문제 때문에 전학을 가고 이사를 한다. (둘 사이에) 공존 자체가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공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 작업은 진작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다문화 논문의 이용 횟수가 높은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2011년 상반기에만 12편의 다문화 관련 논문이 이용 순위 100위 안에 자리매김했다. <한국교육논단>에 실린 ‘다문화 교육의 현황과 다문화 교육 접근 방향 탐색’(안병환)은 6백63건의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해 25위, 김유경 한국사회보건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내놓은 ‘다문화 가족의 실태와 정책 방안’은 6백44건을 기록해 27위를 차지했다.

특히 김유경 부연구위원의 논문은 200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2년6개월 동안 꾸준히 이용 순위 100위 안에 포함되어 있다. 김위원은 다문화 가족을 ‘계속해서 연구하고 조망해야 할 집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결혼이 늘고 외국인 노동자가 들어오면서 ‘다문화’라는 틀로 들어올 계층은 여전히 많다. 사회 통합이라는 측면에서 행정가, 학계, 연구기관 등에 여전히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장기적인 과제인 만큼 당분간은 중요한 주제로 자리 잡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대학 등록금·오디션·온라인게임 등도 주목

지난 5월 한 대학 교수가 부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복원한 것이 화제가 되었고, 해킹을 염두에 둔 악성 어플리케이션 등이 등장하면서 ‘스마트폰 보안’은 전 사회적인 화두로 떠올랐다. 100위 이내에 든 스마트폰 관련 논문은 총 8건이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논문은 한국정보과학회가 펴낸 2010년 한국컴퓨터 학술발표논문집(37권 2호B)에 실린 ‘스마트폰 보안 취약점 동향’(김기연·조성제)이었다.

우리네 슬픈 청년들의 자화상을 드러낸 등록금에 관한 논문은 반상진 전북대 교수(교육학)가 쓴 ‘대학 재정과 등록금, 무엇이 문제인가’(<동향과 전망> 77호) 단 한 건에 불과했지만 전체 순위 7위(1천1백74건)를 차지하며 중요한 사회적 관심사임을 드러냈다.

2011년 대중문화를 휩쓴 열쇳말은 ‘오디션’이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이렇게 설명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아우라 자체가 없는 일반인이 참여해도 그 과정을 통해 스타의 아우라를 갖게 되는 형식이다. 많은 이가 주목하는 것이 그 경쟁 시스템이지만, 사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그 과정이 가져오는 스타의 스토리이다.” 2011년 우리 사회는 오디션의 아우라를 덧입은 일반인들을 주목했고 연구자들도 이런 흐름에 주목했다. 그 흐름에 맞춰 오디션을 주제로 한 세 건의 논문이 100위 안에 들었다. 특히 최지선씨의 ‘오디션 프로그램의 생산과 소비’(<문화과학>)는 1천20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전체 순위 10위에 올랐다.

입학사정관 제도·녹색 성장에 지속적 관심

게임도 논문의 대상이다. 특히 상반기 게임업계와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들을 웃고 울렸던 ‘온라인게임 셧다운제’에 관한 황성기 한양대 교수(법학)의 논문은 6백10건이나 내려받기되었다. 이외에도 신기술을 다룬 ‘스마트 TV 현황 및 발전 방향’(김대진), 일본 원전 사고와 무관하지 않은 ‘원자력 발전의 환경적 정치·경제적 문제점’(임성진), 커피전문점을 이용하는 소비자를 인터뷰하며 질적 조사를 실시한 ‘소비자들에게 커피전문점의 의미는 무엇이며 어떻게 이용하는가?’(황장선·도선재) 등도 내려받기 횟수가 많은 논문이었다.

최근 3년 동안 다운로드 순위 100위 안에 꾸준히 포함된 논문은 세 편이다. 앞서 언급한 김유경 부연구위원의 ‘다문화 가족의 실태와 정책 방안’ 외에도 입시 문제를 다루고 있는 ‘입학사정관 제도의 운영상 문제점 및 발전 방안’(김용기·<한국교육논단> 7권 2호), 그리고 ‘저탄소 녹색 성장의 이념적 기초와 실제’(윤순진·<환경사회학연구 ECO> 13권 1호) 등이다. 다문화뿐만 아니라 입학사정관 제도와 녹색 성장이 우리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핫’한 이슈라는 방증이다.

2010년에는 4대강, 낙태, 존엄사, 사형 제도, 성폭력과 관련한 논문이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11년 상반기 이용 순위 100위 안에서 이들 주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것은 시대 상황에 따라 논문 주제와 다운로드 인기가 달라진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시사저널 박은숙

박현길 커뮤니케이션학회 이사가 쓴 ‘스마폰의 동반자 - 소셜네트웍서비스(SNS)’는 올해 상반기 ‘DBPIA’에서 가장 많이 내려받기가 이루어진 논문이다. 박이사는 “일반인들이나 마케터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쓰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논문이 많이 읽히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아무래도 IT 상황이 급변하니까.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에 이제는 클라우드까지 나오지 않았나. 기술은 계속 변하는데 일반인들이나 기업의 마케터도 심도 있게 알기 어렵다. 그분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정리가 필요했다.

SNS에 관한 논의가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흐름이라고 볼 수 있나?

학계에 계신 분들은 구체적으로 내용을 가지고 논문을 쓰기를 조금 꺼려하는 편이다. 체험적인 모델링이 제대로 없는 상태이다. 예를 들어 시장이 커지면서 커머스가 더해져 소셜 커머스가 생겼다. 새로운 사회적 문제들도 생기기 시작한다. 이것이 미디어냐, 지나가는 모바일 쿠폰 수준이냐 하는 설왕설래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좀 애매모호한 부분들이 있다. 그래서 이론이나 모델링을 연구하시는 분들의 활동이 더디다.

올해 SNS 관련 논문들을 보면 마케팅 등 산업적인 요소와 관련된 논문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띈다.

상업화하려고 하는 기업들의 갈증이 반영되었다고 본다. SNS는 소통의 도구이자 정보를 전달하는 채널이고 더 나아가서 일종의 ‘무(無)라인’의 유통 채널도 될 수 있다. 광고나 상품의 정보를 전달하는 개념의 접근이나 활용이 가능하다. 그런 논문들이 인기를 끄는 것은 마케터들의 생각이 거기 녹아 있다는 얘기이다.

SNS의 경우 관련된 기사나 글 등 소스들이 많은데 논문이 차별화되는 점이 있을까?

다운로드 건수를 보아도 논문과 같은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들이 많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그것은 사회적 변화 때문이라고 본다. SNS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는 소비자들의 노력이 나타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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