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지사, “문재인은 문재인의 정치를 해야”
  • 경남 창원·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1.08.03 02: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두관 경남도지사 / “차차기 대권 도전하겠다는 말은 와전된 것…지금은 도정에만 전념”

 

▲ “지방 균형 발전의 분권에 대해서 이 정부가 너무 무관심하다. 지금은 세계화와 지방화를 동시에 지향해야 할 때이다. 균형 발전이나 지방 분권은 중앙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앞으로는 우리 시·도지사들도 (중앙 정부에 맞서서) 제대로 한번 싸워보려고 한다.” ⓒ시사저널 이종현

 

약속된 시간보다 10분 정도 늦게 인터뷰 자리에 나온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시사저널> 취재진을 향해 활짝 웃는 얼굴로 악수를 건넸지만, 몸은 상당히 무거워 보였다. “많이 피곤해 보인다”라고 인사를 건네자 “어제 행사장에서 술을 조금 했다. 요즘 취임 1주년 관련 업무가 많았고, 또 18개 시·군 릴레이식 순방을 펼치는 강행군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에도 자주 올라가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서울을 제외한 15개 시·도 가운데 제주를 제외하면 경남이 서울에서 가장 먼 거리에 있는 셈이다.

그 거리만큼이나 김두관 지사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하며 이명박 정부에 맞서 소송을 벌이는 등 강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자신의 고향인 남해에서 이장과 군수를 지내고 도지사에까지 당선된 김지사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성공 신화로 불린다. 그런 그는 지금 야권의 잠재적인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기도 한다. 최근 김지사가 ‘차기’는 포기하고 ‘차차기’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처럼 알려지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그는 “사실과 다르게 전달되었다”라며 부인했다. ‘그렇다면 차기 대권 도전 가능성을 남겨둔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지금은 도정에 힘쓸 때이다”라며 애써 확답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도지사이지만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정치 활동을 하겠다”라며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의 야권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7월26일 경남도청 도지사실에서 김지사를 만났다.

서울은 자주 가는 편인가?

한 달에 세 번 정도는 가는 것 같다. 그것도 좀 부족할 때가 있다. 한 다섯 번, 여섯 번은 가야할 텐데.(웃음) 어떻게 보면 도지사는 또 그 위상에 걸맞은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중앙 부처의 장·차관도 만나고, 실무 국장들도 만나야 한다. 경남의 여러 정책을 알려야 하고, 국회와도 빈번하게 접촉해야 한다. 그것을 다 실현하려다 보면 여기 도정은 부지사에게 맡기고, 도지사는 한 달에 한 20일은 서울에서 살아야 할 정도이다.

얼마 전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인터뷰에서 “경기도만 해도 서울과 떨어진 느낌이다”라고 하더라. 경남은 더할 것 같다.

김문수 지사께서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서울시장만큼 조명을 못 받는다”, 뭐 이런 섭섭함을 나타내시더라. 경기도가 그런데 경남은 오죽하겠나.(웃음)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은 서울 중심의 나라라서 가고 싶지 않지만 자주 서울을 가게 된다”라는 다소 뼈 있는 말을 했다. 중앙과 지방의 격차를 많이 느끼는가?

물론이다. 격차가 너무 크다. 어제 보도를 보니까, 지난 국민의 정부 때 지방 정부에 권한을 이양한 것이 한 6백개 정도 되고, 참여정부 때는 7백~8백개 정도 이양했는데, 이 정부에서는 서른 몇 개 정도라고 하더라. 지방 균형 발전의 분권에 대해서 이 정부가 너무 무관심하다. 모든 것이 수도권 중심이고, 마치 서울이 잘되면 그것이 퍼져서 나라 전체가 다 잘된다는 그런 논리를 펴고 있다. 지금은 세계화와 지방화를 동시에 지향해야 할 때이다. 국방, 외교, 국가 장기 발전 전략 이런 것 빼고는 상당 부분을 지방 정부에 권한을 이양해주는 것이 사실 장기적으로도 좋다. 또 재정 분권도 필요하다. 균형 발전이나 지방 분권은 중앙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앞으로는 우리 시·도지사들도 (중앙 정부에 맞서서) 제대로 한번 싸워보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만날 기회는 자주 있는 편인가?

내가 도지사 되고 나서 공식적으로 두 번 있었다. 다른 시·도지사들과 다 같이 만났다.

의견을 활발히 피력할 수 있는 자리인가?

토론 시간이 조금 있기는 한데, 16개 시·도지사와 청와대 수석들이 다 있어서 그렇게 많은 얘기를 할 수는 없다. 생산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그런 자리에서 각 시·도지사별로 그래도 두 개 정도는 건의할 수 있으니까. 아무래도 그 자리에서 시·도지사가 말하면 청와대에서도 무게감 있게 받아들일 테고.

‘4대강 사업’ 등으로 중앙 정부와 가장 강하게 대립하고 있는 편이다. 4대강 사업을 그렇게 강력히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중요한 것은 경남이 반대하는 것과 관계없이 준설이나 보 건설 등 사업은 이미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올 연말이면 사실상 마무리가 될 것이다. 문제는 이 사업을 보는 시각이다. 중앙 정부는 준설을 해서 홍수를 없애겠다고 하는데, 지난번 폭우에 호국 다리가 붕괴되고, 구미 단수 사태가 벌어졌으며, 우리 도에서도 합천 미곡천에서 교량과 제방이 유실되었다. 중앙 정부는 올해 기록적인 폭우에도 그나마 피해가 덜했다는 논리를 펴는데, 전혀 동의할 수 없다. 또 공사가 완공된 뒤에는 그 관리 비용도 많이 들 텐데, 아시다시피 사업권은 (중앙 정부가) 우리 경남에서 회수해 갔으면서도, 관리권은 다시 우리에게 떠넘기면 지방비에 상당한 부담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중앙 정부를 상대로 세 건의 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 이런 것도 앞으로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는 데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이다.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이후 ‘공동 지방 정부’ 성격의 도 정부를 출범시켜서 지난 1년간 도정을 이끌었다. 어떻게 보면 새로운 실험 무대일 수도 있는데.

 

▲ 취임 2년째 맞은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지난 1년간의 성과와 잠재적 대권 주자로서의 포부 등을 말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그동안 경남은 한나라당이 도지사와 도의회 등을 모두 장악해 왔다. 당연히 도정에서 야당들과 시민사회의 참여 통로는 막혀 있었다. 처음으로 경남에서 야권 도지사가 탄생했고, 이를 계기로 도정에서 소외되었던 야당들과 시민사회가 도정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장을 열겠다는 측면에서 공동 지방 정부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공동 지방 정부라는 말에 썩 동의하지 않는다. 진정한 의미의 공동 지방 정부를 구현하려면 부지사 외에 도정을 이끄는 핵심 10명의 실·국장 중에서 최소한 다섯 명 정도는 바깥에서 영입해야 공동 지방 정부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도지사에게는 그런 내각 조각권이 없다. 그나마 공동 지방 정부 정신을 구현한다는 차원에서 야 3당(민주당·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민주도정협의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최근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문제를 놓고 찬성과 반대 입장 사이에서 다소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개발과 보존은 늘 상충하는 과제이다. 선거 때도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경남’을 지향했고, 기본적으로 환경 보존이 매우 중요한 과제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또 지역 개발과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 경제 성장에 대한 열망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환경론자 쪽에 더 가깝다.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문제만 해도 함양과 산청 주민들의 열망이 하도 강해서 “그런 열망을 잘 수용하겠다”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인데, 마치 내가 케이블카 설치를 찬성한다는 것처럼 보도된 것이다.

그렇다면 김지사의 정확한 입장은 케이블카 설치에 반대하는 것인가?

중요한 것은 경남이 허가권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준비는 기초단체가 하고, 허가는 환경부에서 한다. 따라서 내가 찬성이다, 반대다 하는 것은 크게 중요치 않다. 그럼에도 도지사가 갖는 무게감에서 발언이 논란이 되는 것 같은데, 정확한 내 입장은 ‘가능하면 자연이 그대로 보존되는 것이 제일 좋고, 어쩔 수 없이 개발을 해야 한다면 최대한 환경친화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안 했으면 좋겠다.

최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정치에 뛰어들 것인가 하는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흔히 ‘노무현의 적자’ 혹은 ‘계승자’라는 표현을 쓰면서 문이사장,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김지사 등이 ‘친노’의 대표 후보로 자주 거론된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도 역시 거론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가치나 정신은 분명히 계승해야 한다. 더불어 또 한계가 있다면 그 한계를 극복하고 뛰어넘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정치에 참여하고 있는 유시민 대표나,  도정을 이끌고 있는 나와 안희정 지사나 이제는 자기 정치를 시작하는 단계이다. 정신은 계승하되, 더 발전시켜서 새로운 영역, 새로운 정치를 해야 하는 양면성이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문재인 이사장도 노 전 대통령의 가치와 정신만 계승해서는 희망이 있겠나? ‘문재인’이 갖고 있는 비전과 가치를 갖고 문재인의 정치를 해야 한다.

‘친노 그룹’의 대표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정치 단체도 아닌데, 대표가 뭐 필요하겠나? 노무현재단을 중심으로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고 있고, 정치인은 각자 자기 자리에서 자기 정치를 하는 것인데, 굳이 대표가 필요할 이유가 없다.

김지사는 여전히 야권의 잠재적인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현재의 도지사직을 수행하고 대권은 ‘차차기’인 2017년에 도전하겠다”라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

농담조로 한 말인데 와전되었다. 사실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니었다. 도정 맡은 지 이제 1년밖에 안 되었고, 도정을 열심히 수행하고 있는 입장에서 내년 대선에 출마한다, 안 한다 이런 얘기가, 더더군다나 차기, 차차기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 문제에 대해서는 정확히 답변하지 않고 있다. 지금 어떻게 2017년을 얘기할 수 있겠나. 당장 오늘내일도 모르는 판국에.

그 말은 바꿔 말하면, 상황에 따라서는 ‘차기’인 내년 대선에 나갈 수도 있다는 말인가?

그건 또 모르겠는데. 지금은 일단 도정을 열심히 해야 하고, 또 도정을 책임지는 상황에서 지금 그런 논의가 나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도민들이 오해할 수도 있고.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부산·경남(PK)에 많은 기대를 갖고 있는 듯하다. 민심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고, 그래서 총선에서는 두 자릿수 의석도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대선에서도 40%대의 득표율을 올리면 정권 교체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PK 지역 전체 의석 수가 41개인데 야권의 바람은 15석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도지사 안 하고 총선을 진두지휘하면 15석은 문제없는데, 내가 묶인 몸이라.(웃음) 실제로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다. 시·도민들이 (정부 여당에) 많이 실망하고 있고, 새로운 변화를 열망하고 있다. 이제는 ‘무조건 한나라당’ 이런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무소속이든 인물을 보고 선택하겠다는 기류가 강하다.

야권이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야권 통합 내지는 연대가 상당히 중요할 듯한데,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가?

기본적으로는 대통합으로 가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다. 각 정당마다 사정이 있어서 쉽지는 않겠지만, 정파 등록제를 통해서 각 당의 정체성은 지키면서 단일 기호, 단일 정당 이렇게 가면 좋겠다. 이것이 최대치의 바람이고, 그것이 안 된다면 최소한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연대는 꼭 가져가야 한다.

지금 거론되는 야권의 대선 후보들 가운데 개인적으로 누구를 선호하는가?

각 후보마다 개인적 친소는 있지만 그것을 말할 수는 없고. 손학규 민주당 대표, 문재인 이사장, 유시민 대표 그리고 이정희 민노당 대표까지 모두 자기 준비를 잘 하고 있고,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총선에서도 승리하고, 대선에서도 승리해서 지난 ‘10년 정부’를 만회할 기회가 꼭 왔으면 좋겠다. 

내년 대선을 위해서는 야권의 후보 단일화 과정이 필요할 텐데, 그 상황이 오면 개인적으로 누구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피력할 것인가?

선거법에서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선거법으로 보면 도지사가 정당에 속하는 것만 가능하지 선거 운동은 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후보 지지 표명도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내가 참 갑갑하다.(웃음)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