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에 일희일비할 것 아니다”
  • 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1.08.03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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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이사장, <시사저널> ‘출마 시기’ 질문에 “답할 준비 안 되어 있다” 응답…계속 고민 중인 듯

▲ 7월29일 서울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북콘서트에 참석한 문재인 이사장이 팬사인회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2008년 2월25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은 참여정부의 마무리를 모두 직접 점검했다.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를 나온 그는 이후 정치권에서 ‘수녀님’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고 지냈다. 주변 인사들의 권유와 정치권의 러브콜이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그는 단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 지난해 12월22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도 정치 참여 의사가 없음을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 4·27 재·보선 이후 그의 행보가 달라졌다. 그는 지난 5월18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정치 활동 가능성에 대해 묻자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라며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 6월15일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담은 책 <문재인의 운명>을 내놓으면서부터다. 책이 출간되자마자 문이사장의 ‘정치적 운명’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더욱 증폭되었다. 쏟아지는 관심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그는 언론을 통해 점점 수위 높은 ‘정치적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7월 말을 기점으로 활발한 발걸음 보여

지난 7월1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이사장은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라도 총선 승리가 필요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보탤 생각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충분히 ‘상황에 따라 총선에 직접 참여할 수도 있다’라는 뜻으로 비칠 수 있는 말이었다.

부산·경남에 거의 칩거하다시피 했던 그가 최근 들어 서울을 방문하는 일이 부쩍 잦아진 것도 주목해볼 대목이다. 특히 7월26일에는 4년 만에 처음으로 국회를 찾아 화제가 되었다. 그가 이날 국회를 찾은 것은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원로들과 함께한 ‘희망 2013·승리 2012 원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문이사장이 국회에 모습을 보인 것은 2007년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있을 당시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이후 처음이었다.

원탁회의는 문이사장이 4·27 재·보선 이후 시민사회 원로들을 만나가며 직접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원탁회의에는 이해찬 전 총리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함세웅 신부,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 등이 함께했다. 이 가운데 스포트라이트는 단연 문이사장에게 쏠렸다. 회의가 끝난 후 문이사장에게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고 이에 그는 “내가 특별한 역할이 있는 것이 아니라 원탁회의의 멤버로 참여하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내년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그냥 갈게요”라며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원탁회의를 두고 문이사장이 사실상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문이사장은 사흘 뒤인 29일에는 서울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문재인의 운명> 북콘서트에도 참석했다. 문이사장은 그동안 자신의 움직임이 정치적 행보로 비치는 것을 염려해 출판기념회를 미뤄왔었다. 7월 말을 고비로 활발해진 발걸음은 ‘정치인 문재인’의 행보를 보여준다.

그러나 문재인 이사장은 여전히 ‘고민 중’에 있다. 기자는 7월28일 오후 문이사장과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명확한 답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다소 공격적인 질문을 던졌으나, 여전히 정치 문제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답변을 꺼리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무엇인가 ‘준비(?)’를 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최근의 지지율 상승 추세에 대해 물어보자 문이사장은 “내가 뭐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조심스럽게 운을 뗀 뒤 “현재 상황이 답답하니까 (국민들의)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도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기존 인물 이외의 대안을 찾다 보니 그런 것 아니겠느냐”라고 나름의 해석을 내놓았다. 

“정치 상황이란 늘 변하는 것”

최근 유시민 대표와의 대결 구도를 넘어 손학규 대표와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그는 “정치 상황이라는 것이 사실상 늘 변하는 것인데 지지율 상승 같은 것 가지고 일희일비할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금 사실상 정치를 하고 있다고 보는 이들도 많은데, (출마)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물음에는 “답하기도 곤란하고, 아직 답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라는 말로 대신했다. 

그는 지금 향후 선거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고민을 하는 듯했다. 그 고민이 언제쯤 끝날지 모르지만, 점점 결단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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