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장 뒤에 숨었던 ‘불편한 진실’들의 경고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1.08.0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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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에너지·기후의 위기에 대한 한 경제학자의 리포트
▲ 내일은 얼마나 멀리 있는가관칭유 지음시그마북스 펴냄456쪽│1만5천원

폭우가 말했다. 기상 이변이 초래할 재앙은 먼 훗날에 오는 것이 아니라고. 그 훗날이 불쑥 찾아든 것이다. 직접 피해를 당한 사람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나. 위기 징후를 재빨리 살피지 못한 관계 당국이 야속하기만 하다. 또다시 ‘사후약방문’만 남발하고 있다.

위기가 아주 가까이 있음을 말해주는 일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것은 기후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발 금융 위기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또다시 전 지구적 경제 위기를 초래했다. 에너지 문제도 꼬였다. 석유값은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일본 대지진으로 원자력도 대안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을 넘어 위기라는 사안으로 치달았다.

중국의 경제학자이자 에너지 연구자인 관칭유(管淸友)는 최근 사회 현상과 자연 현상에서 나타나는 위기의 징후들에 주목했다. 성장의 달콤한 열매에 취할 수도 있었을 시기에 그는 그 징후들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어 <내일은 얼마나 멀리 있는가>라는 책으로 정리했다. 크게 통화 위기와 에너지·기후 문제로 나누었다.

저자는 금융 위기와 관련해 ‘2006년 말, 미국 남부의 일부 지방에서 부동산 가격 하락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것이 미국 일부 지역의 부동산 위기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우리가 틀렸다. 2007년 초 미국은 특별 부동산 담보 대출을 방출했고,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론과 관련한 일부 금융 기구들이 잇달아 도산했다. 우리는 신용등급이 낮은 대출자에게 맹목적으로 대출을 해주었기 때문에 이러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위기가 발생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는 또 틀렸다. 2007년 8월에 유럽 각국의 중앙은행 연합은 금융 시장의 유동성에 주목했고, 이때야 우리는 전세계적인 금융 위기가 찾아왔다고 정확히 판단할 수 있었다’라고 쓰나미처럼 밀려든 경제 위기를 진단했다.

20세기 말 세계 경제는 보기 드문 수준의 대규모 번영을 이루었다. 이와 동시에 규제에서 풀려난 화폐 발행 체제에는 눈속임에 불과한 번영의 거품이 일었고, 에너지 가격은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결과 최근 10년 동안 인류는 화폐 범람에서부터 석유·식량·금융 위기에 이르는 시련들을 겪어야 했다. 또한 전세계적인 기후 변화가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위기의 원인에 대해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저자는 ‘위기의 핵심은 바로 에너지이다. 높은 에너지 가격과 화폐의 범람이 상부상조 관계를 이룬 결과이다’라고 주장했다. 주요 경제 체제의 화폐 발행 범람은 경제를 과열시켜 자산 가격과 상품 가격에 거대한 거품을 일으켰고, 경제 과열은 에너지 소모의 급증을 동반해 온실가스 배출도 증가시켰다. 이러한 기후 변화의 결과로 결국 극심한 이상 기후의 발생 빈도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통화 위기와 에너지 위기 그리고 기후 변화라는 3중 위기는 서로 원인과 결과가 겹겹이 포개져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므로 이 위기들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어느 하나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세 가지 모두를 처리해나가는 방향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저자는 “번영의 대가로 경제 불균형과 통화 위기를 맞이한 우리는 오일 쇼크와 유가 거품 그리고 분쟁이라는 극한에 다다랐다. 이에 더해 환경과 기후가 붕괴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우리와 미래의 자손들을 위해 어떤 내일을 맞이할지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라고 말했다.

비관적인 ‘내일’이 가까워졌다고 절망할 것인가. 아니면 ‘내일’이 가까우니 지금 당장 서두를 것인가. 인류 모두에게 절체절명의 과제가 던져져 있다. 



ⓒ해냄 제공

뒤늦게 공부의 재미에 빠져 10년째 ‘공부 유랑’을 이어가고 있는 문화기획자 윤오순씨(사진 맨 왼쪽)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꿈이란 게 신기하다. 계속 같은 꿈을 꾸다 보면 어느새 그쪽으로 길이 열리고 꿈을 향해 한 발짝 다가선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꿈만 꾸고 만다면 결국 꿈은 꿈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나는 머릿속에 떠다니는 막연한 꿈을 시간이 날 때마다 나만의 꿈 노트에 적어둔다. 습관처럼 미래를 상상하며 적어보는 노트에는 짧게는 내일, 길게는 몇십 년에 걸쳐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이 빼곡히 적혀 있다. 활자화된 미래의 꿈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뛴다.’

윤씨의 예전 모습은 어떠했을까?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증권회사에 다니던 시절, 그녀는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으로 읽고 싶은 책을 사서 읽고, 가끔 특별한 날이면 가족들을 위한 선물을 사고 친구들과 커피 한잔하며 수다를 떠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람 사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작스런 생각이 윤씨를 뒤흔들었다.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회사를 다니다 퇴직하는 것이 인생의 전부일까?’ 질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본 끝에, 그는 공부에서 길을 찾기로 결심하고 이화여자대학 철학과에 입학했다. 졸업 후에는 혈혈단신 중국으로 유학을 떠나 그곳에서 축제 문화의 매력에 흠뻑 빠져 지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대학원에서 예술 경영에 대한 공부를 이어나가며 공연기획자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일본 히토쓰바시 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거쳤다. 에티오피아 여행을 다녀와서 외부인의 입장이 아닌, 현지인들이 진정으로 즐기고 이득을 얻는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싶다는 포부를 갖게 되면서, 영국의 엑세터 대학에서 지리학 박사 과정도 밟았다.

윤씨는 최근 자신의 여행 기록과 학습 노트를 정리한 <공부 유랑>(해냄 펴냄)을 펴내며 “한국을 떠나 타지에서 큰 사고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음으로 양으로 응원해주는 사람이 많았다. 새로운 선택과 마주하거나 지금 가는 길이 옳은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면 그들을 떠올렸고, 덕분에 최선의 길을 찾을 수 있었다. 또한 그들을 향한 책임감 때문에 유혹에 빠지거나 쉽게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라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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