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 꾀한 특수 효과, 애쓴 보람 있을까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1.08.0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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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광구>, 개봉 늦추면서까지 후보정 작업에 공들여…언론 시사 후 3D 완성도 높이는 ‘튜닝’ 다시 해

ⓒJK필름 제공

8월4일 <7광구> 개봉을 하루 앞두고 제작사인 CJE&M은 개봉을 아침이 아닌 오후 6시로 늦춘다고 발표했다. 7월26일 기자 시사회와 일반 시사회를 거친 뒤 객석 반응에 맞춰 추가 보정 작업을 하느라 개봉 연기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충무로 시스템으로 제작된 괴물이 등장하는 첫 한국형 3D 액션 판타지 영화는 이렇게 마지막까지 산통을 겪었다.  

ⓒJK필름 제공

8월3일 오전, 기자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모팩스튜디오를 찾았다. 모팩은 영화 <해운대>와 미국 드라마 <스파르타쿠스>의 특수 효과를 맡았던 회사로 <7광구>에서 괴물 디자인 등 모든 특수 촬영을 담당한 회사이다. 이 회사의 장성호 대표(아래 사진)는 3층 대표실 소파에서 조각 잠을 자고 있었다. 이날 아침까지 밤샘 작업을 해서 겨우 <7광구> 후보정 작업을 마치고 잠에 빠져든 것이다. 장대표가 <7광구>에 합류한 것은 2년 전, 모펙 전체가 <7광구>에 매달린 것은 지난 11개월간, 그 마지막 지점까지 밤샘이 이어진 것이다.

장대표는 “언론 시사 후 전반부의 드라마를 손보고 괴물이 등장하는 60여 장면의 입체값을 수정하고 괴물의 디테일이 잘 보이도록 컬러톤을 수정했다”라고 말했다. 일주일여 만에 이를 끝내기 위해 밤을 새고 또 새는 강행군을 벌인 것이다. 사실 기자 시사회 때도 <7광구>의 크리쳐 디자인과 특수 효과 부분은 합격점을 받았었다. 다만 3D 효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튜닝’을 다시 한 것이었다. <아바타> 개봉 당시 장대표는 “<아바타>의 CG량이 태평양이라면 <해운대>는 욕조 하나 정도의 양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7광구>는 어디쯤일까. “<7광구>는 수영장 하나 정도의 양은 된다”라고 말했다. 3년여 만에 질적으로 100배 이상의 성장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애초 생각한 것에 비해 70% 정도의 결과만 얻었다. 시간과 돈만 더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는 기술이 있는데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괴물 디자인과 특수 촬영, 전부 국내 기술로 완성해 주목

ⓒ시사저널 임준선

<7광구>는 충무로 영화사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국내 인력이 크리쳐(괴물)를 디자인하고 특수 촬영 전부를 국내 기술로 완성했다는 점이다. <괴물>만 해도 국내 회사에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결국 웨타에서 만든 것이었다. “<7광구> 같은 작업물을 해내니까 국내에서도 특수 촬영을 위해 더 이상 할리우드 회사를 찾아가지 않고 있다. <7광구>의 괴물은 시추선에서 주인공을 쫓는 장면에서 감정 연기도 자연스럽게 해 살아 있는 캐릭터임을 보여준다. 이제 국내에서 못할 작업이 없다”라고 그는 말했다.

<7광구>의 괴물 디자인 콘셉트에 대해 그는 “애초에는 예전에 없던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개발했다. 눈·코·입이 어디 붙어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외형에 소리나 진동, 파장 같은 것으로 반응하는, 움직임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기괴하게 움직이는 디자인의 괴물을 만들었다. 하지만 협의 과정에서 크게 수정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수 효과 담당자는 영화의 스태프이다. 감독의 세계관에 맞춰서 갈 수밖에 없다. 컴퓨터그래픽 완성도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로 의미를 부여받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한국 컴퓨터그래픽의 기술력과 손재주는 세계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예산이나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다”라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는 지난 11개월간 <7광구>에 매달리느라 다른 작업을 거의 하지 못했다. 대신 스튜디오 식구는 3년 전 60명 수준에서 1백30명으로 늘어났다. 그는 업그레이드된 스튜디오 시스템으로 차기작에 들어간다. 할리우드 제작사의 의뢰를 받은 판타지 로맨스물과 윤제균 감독의 판타지 어드벤처 영화 <템플스테이>가 차기작이다. 할리우드 영화는 계약상 이름을 밝히지 못하지만 특수효과담당 메인 제작사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모팩이 부분 참여에서 메인 제작사로 격상된 것이다. “곧 작업에 들어가는 이 영화에 배정된 예산은 <7광구>보다 훨씬 많고 시간은 더 길게 주어졌다”라고 말하는 그는 “<템플스테이>는 한국적 판타지라 크리쳐도 굉장히 많이 등장하고 재미있는 요소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해도 좋다”라고 덧붙였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캐릭터로서 스머프는 유달리 그 입지가 독특하다. 공동체 마을을 형성하고 사는 그들의 삶의 양태에 대한 논문이 나오는가 하면, 정치적 관점의 분석이 등장하기도 했다. 파란 피부에 둥근 코, 네 개의 손가락을 지닌 이 캐릭터는 파파스머프, 편리, 익살이, 허영이 등 개성을 극대화시킨 이름을 달고 한국 텔레비전 전파를 오래도록 탔다.

캐릭터의 생명력이 인기의 반영이라면, 53년째 살아남은 이들이 최고 캐릭터 중 하나라는 것은 과장이 아닐 터이다. 그리고 그들이 돌아왔다. 2D도 아닌 3D 입체 캐릭터가 되어.

할리우드 감독 라자 고스넬의 손에 의해 다시 태어난 <개구쟁이 스머프>는 우연한 사고 때문에 뉴욕에 입성한 스머프의 소동을 그린다.

스머프와 가가멜 그리고 아지라엘은 원작에서처럼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다. 가가멜과 아지라엘은 스머프를 잡기 위해 뛰어다니고 스머프는 탈출을 위해 분주하다. 어떤 면에서는 여전하다고 하겠다.

달라진 것은 이들이 더 이상 작은 숲 속 마을이 아닌 대도시 뉴욕의 복판을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차이는 이야기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온다. 안타깝게도, 그 변화는 어색하다.

인간의 눈동자를 지니고 눈을 껌벅이는 스머프는 낯설고, 축소된 캐릭터들만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이야기는 단조롭다. 개성 강했던 스머프의 다양한 매력도 캐릭터 축소로 간소화되었다. 애니메이션과 실사의 조합을 위해 등장한 인간 캐릭터 패트릭과 그레이스 부부의 이야기는 역할조차 미미하다. 그나마 빛나는 것은 행크 라자리아와 박명수가 연기한 가가멜, 애니메이션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아지라엘의 표정뿐이다. 대체, 53년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그대로 두지 않고 인간 세상으로 불러낸 이유는 뭘까?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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