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런 척 선수 팔아 살림살이 나아졌을까
  •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 ()
  • 승인 2011.08.0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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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넥센, “트레이드하면서 머니 게임 했다” 구설 올라

▲ 2008년 1월30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프로야구 제8구단 창단 조인식에서 나란히 앉은 신상우 당시 KBO 총재와 이장석 센테니얼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오른쪽). ⓒ연합뉴스

올해도 어김없이 넥센발 트레이드 폭풍이 프로야구를 강타했다. 트레이드 마감을 불과 3시간 앞둔 지난 7월31일 오후 9시 넥센은 “투수 송신영과 김성현을 내주는 조건으로 LG 투수 심수창과 야수 박병호를 받는 2 대 2 트레이드를 했다”라고 발표했다.

넥센과 LG는 “현금은 10원도 포함되지 않은 순수한 선수 대 선수의 트레이드이다”라고 강조했지만, 야구계는 “차라리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편이 낫다”라며 두 팀의 주장을 전혀 믿지 않고 있다. 후폭풍 역시 만만찮다. 인내심 많기로 정평이 난 넥센 팬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구단의 트레이드를 맹비난하는 신문 광고를 냈다.

전반기 막판까지 4위를 지켰던 LG는 후반기 도약의 열쇠로 뒷문 강화를 꼽았다. 그도 그럴 것이 LG는 번번이 9회에 역전을 허용하며 다 잡은 경기를 놓치기를 반복했다. 블론세이브(세이브를 놓치는 것)만 12개로 리그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다 17연패를 기록하던 심수창을 대신해 새로운 선발 투수를 구하는 것도 후반기 핵심 과제였다. 하지만, 나머지 일곱 개 구단에서 알토란 같은 마무리와 선발 투수를 내줄 리 만무했다. 실제로 LG는 트레이드 마감을 앞두고 중량감 있는 야수를 매물로 내놓고, 여러 구단과 접촉을 시도했다. 그러나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트레이드 시장에서 철수했다.

그때 마지막으로 LG의 눈에 띈 팀이 넥센이었다. 넥센에는 지난해 세이브왕에 올랐던 특급 소방수 손승락이 버티고 있었다. LG와 넥센은 2009시즌 종료 후, 이택근 트레이드를 성사시킨 바 있어 서로 잘 아는 처지였다. 무엇보다 두 팀은 지난해 손승락의 트레이드와 관련해 진지하게 협상을 벌였었다. 당시 LG는 넥센과의 트레이드가 무산된 뒤 “넥센이 트레이드 머니로 70억원을 불러 손승락 영입에 실패했다”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퍼뜨리고 다녔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LG의 구애가 결실을 보았다. 그토록 원했던 손승락은 영입하지 못했지만, 특급 불펜 요원 송신영을 얻었다. 덤으로 리그 최고의 선발 유망주 김성현까지 챙기며, LG는 제대로 수지맞는 장사를 했다.

넥센 역시 겉으로는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을 보강했다. 박병호의 영입으로 최대 숙제였던 오른손 강타자를 확보했다. 여기에다 경험 많은 선발 요원 심수창도 얻었다. 하지만 박병호는 올 시즌 내내 2군에 머무른 타자였다. 또, 심수창은 지난해부터 올 시즌까지 단 1승도 올리지 못한 투수였다. 야구 문외한이 보아도 넥센이 손해 보는 장사였다. 그런데도 넥센이 현금이 10원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우기는 것은 좀체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과연 이 트레이드에는 현금이 정말 10원도 포함되지 않았을까. 야구계는 최소 20억원가량이 오갔을 것으로 추정한다.

현금 트레이드는 없었다?

▲ 넥센 히어로즈 선수들 ⓒ연합뉴스

2008년 현대를 인수하며 극적으로 야구계에 뛰어든 히어로즈는 2009년부터 올해까지 해마다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2009시즌이 끝나고서 장원삼(삼성)과 이택근(LG), 이현승(두산)을 차례로 현금 트레이드한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가입비를 완납하지 못해 퇴출 위기에 몰렸던 히어로즈는 세 선수를 팔고 현금만 최소 55억원을 챙겼다. 히어로즈는 이 돈 가운데 일부를 가입비로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야구계와 팬들은 히어로즈를 향해 “선수를 팔아 운영비를 충당하는 매혈을 하고 있다”라며 맹비난했다. 비난이 거세지자 한국야구위원회(KBO)도 “히어로즈의 무차별적인 현금 트레이드가 야구 시장의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 밀린 KBO 가입비를 완납하지 않는 이상 현금 트레이드를 금지하겠다”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KBO의 발표에 두려워할 히어로즈가 아니었다. 히어로즈는 KBO의 방침을 비웃기라도 하듯 지난해에는 마일영(한화), 황재균·고원준(이상 롯데), 올해는 김성현·송신영을 트레이드하며 프로야구 시장의 ‘마르지 않는 샘’을 자처했다. 물론 넥센은 “2010년부터의 트레이드에는 현금이 포함되지 않았다”라고 주장하며 KBO의 감시망에서 벗어났다.

KBO도 번번이 넥센의 주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수사기관이 아닌 이상 구단끼리의 현금 이동을 확인할 방법이 전무한 까닭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넥센의 트레이드가 현금 트레이드였다는 정황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다.

넥센과 LG의 트레이드가 끝난 직후, 한 구단의 사장은 KBO 이사회에 참석했다가 묘한 장면을 보았다. 넥센과 트레이드를 했던 구단 사장들이 모여 서로 넥센에 얼마를 주었는지 털어놓는 장면을 옆에서 지켜본 것이었다. 이 사장은 “구단 사장들끼리 정확한 액수는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 합해 1백30억원 정도가 오간 것으로 계산되었다. 지금껏 알려진 55억원보다 훨씬 많은 트레이드 머니가 오간 것만은 확실하다”라고 전했다.

올 시즌 초 한 구단에서는 단장과 감독 사이에 냉기가 흘렀다. 감독이 만나는 사람마다 “단장이 구단 투자에 인색해 팀 성적이 형편없다”라고 푸념하자 단장이 “감독이 원하는 선수를 데려오려고 얼마나 투자했는데, 그런 소리를 하느냐”라며 발끈한 것이었다. 이 단장이 말한 ‘감독이 원하는 선수’는 바로 넥센에서 트레이드해온 아무개 선수였다. 그러니까 공식 발표된 것과는 다르게 선수 영입을 위해 넥센에 현금을 지급했다는 뜻이었다.

“넥센의 마지막 트레이드는 구단을 통째로 파는 것”

넥센 고위 관계자는 “트레이드는 구단의 고유 권한이다. 팀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누구라도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넥센 팬들이 신문에 트레이드 비판 광고를 게재한 이후에도 구단의 입장은 확고하다. 실제로 넥센은 그동안 트레이드 불가 선수로 꼽았던 강정호, 손승락을 트레이드 가능 선수로 푼 지 오래다. 야구계는 강정호와 손승락을 합치면 넥센이 최소 100억원 이상의 트레이드 머니를 벌 수 있다고 내다본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넥센은 “2010년부터 구단 운영비 문제에서 자유로워졌다”라고 주장했다. “2012년에는 흑자구조, 2014년에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릴 것이다”라며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기까지 했다.

만약 넥센의 자신감이 사실이라면 지금 당장 넥센이 신경 써야 할 것은 전력 강화이다. 팀이 강해야 성적도 오르고, 그래야 메인스폰서와 서브스폰서가 몰리기 때문이다. 현재 부동의 꼴찌를 달리는 넥센이 전력 보강 없이 3년 뒤 우승을 하겠다는 것은 프라이드 치킨을 부활시켜 알을 낳도록 하겠다고 주장하는 것만큼이나 허무맹랑하다. 그러나 넥센은 역설적이게도 올 시즌도 빼놓지 않고 불리한 트레이드를 실행했고, 앞으로도 트레이드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유지하고 있다.

넥센을 잘 아는 한 야구인은 “넥센은 지배 구조상 도저히 흑자를 낼 수 없다”라고 단언했다. 이 야구인은 “넥센은 이장석 사장 외 몇몇 대주주가 있어 이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안다. 넥센의 수익 가운데 큰 부분이 배당금으로 책정되는 통에 정작 구단 살림살이는 예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들었다”라고 귀띔했다.

일부에서는 대주주의 배당금을 챙기려 송신영 트레이드를 단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주주의 정체가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야구계의 뜬소문은 또 다른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넥센에서 트레이드된 한 선수는 송신영의 트레이드 소식을 듣고 “넥센의 최대 트레이드는 바로 이것이다”라고 말했다. 바로 ‘넥센을 통째로 파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구치소에 갇힌 유영구 총재는 야구인들이 면회를 왔을 때 “총재로 있을 때 넥센 관계자들이 구단 매각금으로 7백억원을 부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라는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총재의 기억이 맞다면 넥센은 구단을 팔 생각이 전혀 없거나, 상상 이상의 대박을 꿈꾸는 것이 자명하다. 넥센 이장석 사장은 “절대 구단을 팔지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하지만, 그의 전직은 대기업 빅딜을 전담하던 투자 전문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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