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무쌍 기상 정보 ‘천리안’에게 물어봐!
  •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11.08.0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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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기상위성, 최소 8분 간격으로 관측 영상 자료 보내와

▲ 지난해 6월20일 천리안 위성이 발사 전 조립이 완성된 뒤 점검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요즘 일기예보 적중률이 높아졌다. 예전에 비해 척척 잘 들어맞는다. 왜 그럴까. 이는 우리 기술로 만든 최초의 기상위성 ‘천리안’ 위성 덕분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6월27일,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 기지에서 ‘천리안’ 위성을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6개월 동안 임무 수행이 가능할지 여부를 판가름하기 위한 ‘궤도상 시험’과 보정 작업을 거친 뒤, 지난 4월1일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천리안은 우리나라 경도와 일치하는 동경 128.2도, 고도 3만6천㎞ 상공의 정지궤도에서 24시간 한반도를 관찰하며 7년간 기상과 해양 관측,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천리안이 그 임무를 통해 한반도의 기상 예보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까.

통신·해양·기상 업무 동시 수행…위험 현상에 조기 대처 가능케 해

우리는 매일 라디오나 텔레비전을 통해 일기예보 뉴스를 듣거나 본다. 그런데 텔레비전 일기예보에서 무심코 보는 위성 관측 구름 영상은 우리의 자료가 아니고 외국의 기상위성 운영 기관에서 만든 것이다. 기상위성은 실시간으로 구름 영상 자료를 보내주므로 갑자기 생기는 작은 날씨 변화도 쉽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태평양 위에서 태풍이 발생했을 때, 기상 캐스터들은 파란색 바탕의 기상도 위에 하얀 구름 사진을 겹쳐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에게 각종 기상 분석 상황을 알려주는데, 이러한 사진은 기상위성을 통해 얻는 것이다. 이같은 첨단 기술은 세계 최초로 기상위성을 운영해온 미국을 비롯해 일본과 유럽, 인도, 러시아, 중국 등 몇몇 나라만이 가진 기술이다. 그 기술을 이제 우리도 갖게 된 것이다.

천리안은 세계 최초로 기상·통신·해양의 세 가지 기능을 담당하는 복합 위성이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세계 일곱 번째로 독자적 기상위성을, 세계 10번째로 통신위성을, 세계 최초로 해양관측위성을 자체 개발하고 보유한 위성 강국이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가 독자적으로 기상위성을 보유하게 되었다는 점은 그 의미가 매우 크다. 1970년 우리 기상청이 미국 ESSA 위성으로부터 처음 자료를 받은 지 40년 만에 기상위성 관측에서 ‘독립’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독자적으로 기상위성을 운영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첫째는 무엇보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비를 뿌리는 집중호우나 태풍과 같은 위험한 현상이 생길 때, 우리의 필요에 따라 한반도나 동아시아 지역을 자주 관측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관측 주기가 짧아지면 변화무쌍한 기상 현상을 예보하는 데 효과적인 자료를 얻을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일본의 MTSAT-2라는 정지궤도 위성으로부터 30분에 한 번씩 한반도의 구름 영상을 받고, 미국 NOAA 저궤도 위성으로부터 하루 여덟 번의 기상 정보를 받아 기상 예보를 해왔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산이 많은 지형에서는 지역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기상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따라서 30분에 한 번씩 기상 정보를 제공받아서는 기상 상황을 민첩하게 파악하고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이다. 한 시간 안에 많은 비를 뿌리고 사라지는 여름철의 소나기를 효과적으로 감지하지 못해 종종 기상 예측이 빗나갔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위험 기상 현상에 대한 조기 대처와 기상 예보 지원을 위한 기상 탑재체(기상 관측 장비)가 실려 있는 천리안은 평상시 15분 간격, 태풍 등이 나타나는 비상시에는 최소 8분 간격으로 우리나라의 기상 영상 자료를 제공한다. 따라서 일기예보 적중률이 크게 높아지고, 그만큼 기상 재해에 대한 예보나 방재 대응이 더 빨라진다.

또한 지구 반면(지구의 한쪽 면)과 북반구, 남반구의 일부 지역, 아시아·태평양 지역 및 한반도 부근을 연속적으로 관측하기 때문에 국내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 아시아를 비롯한 32개국(인구 22억명)에서도 영상 수신이 가능하다.

정지궤도에 해양 탑재체 실은 복합 위성으로는 세계 최초

천리안은 우리나라 최초의 정지궤도 복합 위성이다. 우리는 세계에서 10번째로 정지궤도 위성을 만들어 올린 나라이다. 물론 이미 활동하고 있는 무궁화위성 3호와 5호, 한별위성도 우리나라의 정지궤도 위성이다. 하지만 이들 위성은 외국에서 구입한 것이며, 국내 연구진이 국제 협력을 통해 직접 만든 정지궤도 위성으로는 천리안이 처음이다.

▲ 기상위성 ‘천리안’ ⓒ연합뉴스

정지궤도 위성은 한 지역을 계속 관찰할 수 있다. 때문에 지속적이고 고정된 역할이 필요한 통신이나 방송, 기상 예보에는 더없이 좋은 궤도 위성이다. 항상 같은 위치에 머무르면서 통신을 하면 지구와 안정적으로 송수신할 수 있고, 급격하게 변하는 기후를 관찰하고 예측하기 위해서는 24시간 같은 지역의 구름 이동이나 기상 상태 등을 살펴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천리안에는 해양 탑재체도 실려 있다. 따라서 한반도 주변 해역의 수온과 해양 오염, 바다의 색깔을 관측해 수산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해양 자원을 관리하고 어선의 조업 활동에도 도움을 준다. 해양 탑재체가 정지궤도 위성에 설치된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다. 지금까지 해양 관측 위성은 극궤도 위성밖에 없었다. 때문에 탑재체뿐 아니라 정지궤도 위성의 관측 자료를 처리하는 프로그램 역시 최초이다. 당연히 처음 제작하는 기술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것이 세계의 눈과 귀를 ‘천리안’에 쏠리게 하는 이유이다.

동시에 여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복합 위성은 위성 국가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세계의 대표적 복합 위성으로는 일본의 MTSAT와 인도의 INSAT 등이 있다. MTSAT는 항공 운항 제어와 기상 관측을, INSAT는 기상 관측과 통신 서비스 두 가지 기능을 갖추고 있다. 복합 위성 수가 이렇게 적은 것은 제작이 상당히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위성에 실리는 탑재체의 작동 환경이 다른 것이 문제이다. 하나의 위성에서 활동을 하지만 통신 서비스, 기상과 해양 관측이라는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하므로 서로 상반된 환경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통신 탑재체는 열을 많이 발생시키는 반면 적외선 관측이 필요한 기상 탑재체는 저온의 상태가 유지되어야 하므로 제작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 복합 위성은 위성의 수명에도 영향을 미친다. 저궤도 위성의 평균 수명은 3년, 정지궤도 통신 위성의 수명은 평균 12년 정도이다. 그런데 복합 임무, 특히 기상 임무를 하는 위성은 전자파의 영향과 관측을 위한 구동 장치(광학 기기)들이 마모되기 때문에 7년 정도로 수명이 줄어든다. 이 또한 복합 위성을 선뜻 만들지 못하는 이유이다.

천리안 위성은 2016년 수명을 다한다. 이를 대비해 우리 정부는 2016년 말이나 2017년 초에 천리안-2를 발사할 계획이다. 천리안에서 천리안-2에 이르기까지의 맹활약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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