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체 1위 동아제약 송도 ‘바이오 단지’ 입주한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1.08.0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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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단독 확인…1조원대 규모 투자 지난 7월 2만평 부지 매입, 관계 기관 결정만 남아

▲ 인천 송도 국제신도시 ⓒ시사저널 윤성호

“동아제약이 인천 송도에 있는 바이오산업단지에 들어온다.” 이종철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청장의 말이다. 이청장은 지난 6월 인천 송도 바이오산업단지에 외국계 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 당시 미국의 한 대학에서 이청장은 동아제약이 바이오산업단지에 입성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 자리에 있었던 한 유학생은 “이종철 청장이 바이오산업단지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업계 1위 업체인 동아제약이 송도에 입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투자 규모는 1조원대라고 들었다. 이청장은 아직 발표하지 않은 사실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 자리에 지식경제부 관료들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 자리에 배석했던 지식경제부 관료는 “이청장이 특정 업체를 거론했지만 어떤 업체인지 내 입으로 말할 수 없음을 이해해달라. 이청장이 그렇게 말한 것은 바이오산업단지에 외국 기관을 유치하기 위한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알아달라”라고 말했다.

동아제약의 바이오 산업 관련 시설이 인천 송도에 들어설 것이라는 그동안의 추측이 사실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동아제약측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공식적인 발표 이전에 소문이 돌면 계약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부산·대구·오송 등 다른 바이오산업단지에서 이의를 제기하며 쟁점거리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이 직접 인천 송도 바이오산업단지를 돌아본 일은 있다. 그렇지만 아직 결정한 것은 아니다. 여러 지역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천 송도의 바이오산업단지에 입주하고 싶어도 기준에 맞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우선 외국 자본이 10% 이상 유치되어야 한다. 동아제약은 일본 오츠카 제약과 유대 관계가 있어 외자 유치에 무리가 없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일본 오츠카 제약의 자본 유치는 결정된 것으로 안다. 동아제약의 송도 바이오산업단지 입주는 이사회 결정만 남겨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또 “동아제약을 포함한 업계 5위 업체들과 접촉하고 있다. 그중에 두 업체의 입주가 3~4개월 내로 결정될 것이다. 바이오 신약 개발에 의지가 있고 그만한 투자 여력을 갖춘 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동아제약의 강회장은 오래전부터 신약 개발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경쟁이 심해지는 시장에서 제약사가 살아남는 길은 신약 개발뿐임을 예견한 것이다. 또 세계적인 제약사로 발돋움하려면 신약 개발 외에는 방도가 없다. 그는 매출액의 약 20%를 연구·개발에 쏟아붓고 있다. 제약업계의 평균 연구·개발 투자율이 매출 대비 6.5%인 것에 비해 세 배 정도 높은 수치이다. 바이오 의약품을 연구하기 위해 포항공대 등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가시적인 결실도 나왔다. 위염 치료제(스티렌)와 발기부전 치료제(자이데나)에 이어 지난 5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소화불량 치료제(모티리톤)를 허가받았다. 강회장은 최근 연구·개발 부서에 “기존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제4, 제5의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해달라. 금광 개발 확률은 10%, 유전 개발 확률은 5%인데 신약 개발 확률은 0.02%에 불과하다. 그러나 신약 개발은 생명을 살리는 일인 만큼 우리는 0.02%의 확률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라며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을 주문했다.

동아제약은 바이오 산업에 투자할 여력도 있다. 8천억원 이상의 연 매출로 업계 1위를 달리는 데다 시장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긍정적이다. 최종경 HMC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국내 제약업계에서 동아제약은 신약 개발 선두 업체이다. 투자 대비 성과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투자할 여력을 가진 업체이다”라고 평가했다.

인천 송도 지역의 부동산업계에서도 동아제약의 입주는 기정사실로 통한다. 한 부동산업자는 “동아제약은 한 달 전에 부지 2만평을 계약했다. 인천시로부터 관련 사실을 들었다”라고 귀띔했다. 이 시기는 삼성의 공장 기공식 직후 시점과 맞아떨어진다. 삼성의 움직임에 따라 제약사가 행동을 취할 것이라는 예상이 이전부터 있었다. 바이오 산업에 2조1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삼성은 지난 2월 투자처로 인천 송도를 지목했다. 불과 석 달 만인 5월27일 삼성은 27만4천㎡(약 8만평)에 3만리터급 동물세포 배양 시설을 내년 말까지 갖출 계획으로 첫 삽을 떴다. 바이오시밀러(복제약) 개발은 바이오 신약 개발로 가는 첫 단계이다. 그 선두에 있는 셀트리온이라는 바이오 업체도 이미 9년 전에 송도에 입주했다. 삼성·셀트리온과 함께 동아제약은 송도를 바이오 산업의 메카로 만드는 견인차가 될 전망이다. 동아제약은 인천 송도 바이오산업단지에 1조원 정도를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체로는 삼성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투자 규모이다.

강신호 회장, 50년 내다보고 승부수 던져

▲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 ⓒ시사저널 우태윤
인천 송도의 바이오산업단지는 산·학·연 협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바이오 산업의 특성을 만족시키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유타·인하 연구소, GE헬스케어 연구센터, 이길여 암·당뇨연구원, 이원생명과학연구원, 미국 일리노이 대학 등 다양한 바이오 관련 기관이 입주한다. 바이오 의약품 생산에 필수 단계인 임상시험을 할 수 있는 국제 규모의 병원도 건립되고 있다. 국제공항과 항만이 인접해 있어 세계 시장으로의 진출도 쉽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런 여건도 동아제약이 인천 송도의 바이오산업단지를 선택하는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동아제약이 신약을 개발하는 이유는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을 겨냥하기 때문이다.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이 이런 점도 고려해서 결정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강회장은 인생에서 두 번째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1963년 알약 형태이던 박카스정을 드링크제로 바꾼 일이 첫 번째 혁명이었다. 변변한 영양제가 없던 그 시절에 값싼 드링크제 형태의 피로회복제는 불티나게 팔렸다. 1967년 동아제약은 단숨에 업계 1위에 올라섰고 현재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50년 만에 강회장은 바이오 의약품 개발을 결정했다. 박카스가 동아제약의 50년을 좌우했듯이 향후 50년의 향배를 가를 무기를 꺼내 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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