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희망버스’는 어디로 달릴까
  • 부산·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1.08.09 15:5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산 시민들, 이구동성으로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 촉구…영도 주민들은 “피로감 상당하다” 호소

▲ 지난 7월30일 부산역 광장에서 열린 3차 희망버스 행사에 참석한 야당 대표들(왼쪽). 오른쪽은 같은 날 부산 영도대교 진입 도로 앞에서 3차 희망버스의 영도 진입을 반대하는 한 시민단체 회원. ⓒ시사저널 박은숙

“희망버스 때문에 이제 ‘한진중공업 사태’는 모든 부산 시민의 일이 되었다.”

7월30일 부산역 앞에서 만난 부산 시민들의 말이다. 이날 오후 6시 무렵 부산역 앞 광장에서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는 ‘3차 희망버스’ 문화제가 열렸다. 전국에서 모인 1만5천명의 사람들은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크레인에서 2백일 넘게 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 6월11~12일 1차 희망버스가 부산으로 향할 때만 해도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문제에 대해 관심을 두는 부산 시민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부산 시민 대다수가 ‘한진중공업 파업 사태’에 대해 저마다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희망버스가 부산에 몰고 온 변화의 바람이었다. 부산에서 만난 지역민들은 희망버스로 인해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되었다고 말했다. 7월30일 부산역에서 만난 강정호씨(37·부산시 사하구)는 “이제 부산 사람들 대개가 한진중공업이 부당하다고 말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부산을 대표하는 유일한 기업인데, 그동안은 한진이 살아야 부산이 산다는 생각이 대부분이었다”라며 부산 민심이 상당히 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 7월27일 ‘한진중공업·부산경제살리기 부산시민대책위’가 사회동향연구소에 의뢰해 부산 시민 1천32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8.4%가 한진중공업의 1백79명 노동자 정리해고와 관련해 ‘대규모 흑자 기업에서 노동자를 정리해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며 정리해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또 응답자 가운데 58.5%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는 사측이 먼저 철회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희망버스’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극명하게 둘로 나뉜 상태이다.

희망버스 보는 부산 시민 시각, 극과 극 갈려

지난 ‘3차 희망버스’ 행사에서 만난 부산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운’ 한편으로 또 ‘차가웠다.’ 7월30일 희망버스 행사를 위해 일시적으로 ‘희망약국’을 열었던 약사 조현모씨(49)는 “1·2차 때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가 3차 때는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주고 싶어서 이렇게 나왔다”라며 “그동안 부산에 있어도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해 정확하게 알기 힘든 분들이 많았다. 그것이 (희망버스를 통해) 전국적으로 확산되어서 이제 변화가 생겼다”라고 답했다. 이날 ‘희망약국’에는 부산 지역 개국 약사 30여 명이 참여했다.

하지만 ‘희망버스’에 대한 부산 영도구 주민들의 냉담함은 거의 극에 달한 수준이었다. 7월30일 밤 영도주민자치위원회의 주민들이 모여 영도대교 부근에서 희망버스 행사를 저지하기도 했다. 또, 거리 곳곳에서 행사 참가자들과 항의하는 주민들 사이에서 승강이가 벌어졌다. 영도대교 부근에서 만난 한 영도구 주민은 “영도 주변에 들어가봐라. 희망버스를 좋게 보는 사람 거의 없다. 희망버스가 오는 날이면, 30분이면 갈 수 있는 집을 날을 새고 걸어서 간다. 갑자기 인구를 그렇게 퍼부으니 주민들 피해가 얼마나 큰 줄 아는가”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번 ‘3차 희망버스’ 이후 희망버스 기획단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희망버스의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과연 부산 지역에서, 특히 영도 주민들이 희망버스를 계속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또 3차 희망버스를 두고 부산 지역 일부 단체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앞으로 4차, 5차 희망버스가 이어진다면 이 반발이 더욱 극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희망버스의 본질은 사라지고 ‘민·민 간의 대치’라는 돌발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현재 희망버스 기획단은 4차 희망버스의 향방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희망버스가 끝나자마자 4차 희망버스를 8월20일 서울에서 추진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민주노총은 오는 20일로 예정된 ‘희망시국대회’를 앞두고 있는데, 4차 희망버스가 ‘희망시국대회’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희망버스에 대한 부산 지역의 일부 부정적 시각을 의식한 데 따른 제안으로도 비친다. 4차 희망버스가 다시 부산으로 갈 것인가는 아직 물음표 상태로 남아 있다. 


▲ 송경동 시인 ⓒ시사저널 전영기
3차 희망버스의 참가자 수가 1만5천명이나 되었다. 그동안의 성과를 짚어본다면.

1차는 개인적 참여가 7백45명이었다. 2차에서는 1만명, 3차에서는 1만5천명으로 늘어났다. 사실 3차 희망버스는 걱정이 많았다. 지난 1차 때 1백4명이 소환장을 받았고, 2차 때에는 현장에서 50여 명이 경찰에 연행되었다. 3차 희망버스를 진행할 때에는 시기적으로 휴가철이기도 했는데, 오히려 참가자는 늘어났다. 1만5천명의 사람들이 연대해 ‘정리해고 철회’라는 흐름에 함께한 것은 놀라운 사건이다. 세계적으로도 주목과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희망버스를 바라보는 부산 시민의 반응이 갈리고 있는 느낌이다. 영도 주민들이 호소하는 피로감도 상당한 듯한데.

3차 희망버스에 대한 반대는 부산시의회와 부산 지역의 경제인연합 및 보수 단체들이 총동원된 것이었다. 희망버스가 가기 전에는 1만여 명이 나서서 저지하겠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영도 주민이나 부산 시민들 중에 실제 그렇게 나선 분들은 거의 없다. 오히려 평화로운 문화제를 할 때 영도 주민 가운데 함께 즐기는 분들도 있었고, 곳곳에서 상점 혹은 음식점 주인들이 응원도 해주었다. 물론 영도 주민들 가운데 불편함을 호소하시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이번 희망버스는 거리 행진도 하지 않았고 소수 단위로 움직였다. 무리해서 영도조선소 크레인 앞으로 가지도 않았다. 희망버스 행사가 끝난 후에는 수해 복구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4차 희망버스의 향방이 궁금하다. 민주노총에서는 서울에서 4차 희망버스를 열자고 제안하지 않았나?

희망버스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가 잘 풀릴 때까지 계속 갈 것이다. 3차 희망버스에 오른 이 가운데 3분의 2 정도가 새로 참가한 사람들이었다. 그 수는 이제 더욱 늘어날 것이다. 앞으로 희망버스에는 해외 참가단도 모집해 부피를 더 늘릴 것이다. 민주노총에서 8월20일의 희망대회에 맞춰 4차 희망버스라는 사회적 힘을 모아주면 좋겠다는 제안이 들어온 것은 맞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아직 어떤 결정도 한 바 없고, 희망버스가 주체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4차 희망버스에 관한 의견들을 더 모으고 취합할 것이다. 사실 민주노총 제안대로 하게 되면 규모가 상당히 커진다. 민주노총에서만 약 3만명의 인원을 모을 것이고, 이때에는 정말 큰일이 날 것이다. 더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희망버스를 추진해오면서 체포영장까지 받게 되었는데.

사실 체포영장이 나온 날 오전에는 제26회 신동엽 창작상을 수상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오후에 체포영장이 나왔다는 기사가 쏟아졌는데, 나는 오히려 더 기분이 좋았다. 내가 제대로 살고 있다는 안도감도 들었다. 지은 죄가 없으니 영장 같은 것은 두렵지 않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