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 다이아 게이트’ 당사자, “곧 사업 가시화되어 의혹 풀릴 것”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11.08.0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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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룬 다이아 게이트’ 당사자 오덕균 씨앤케이마이닝 회장 인터뷰 / “자체 자금으로 하려다 지연”

▲ “다이아몬드가 실제로 존재하고, 개발이 본격화되면 부가가치가 상당하다.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박차관이 나섰다고 들었다. 마이닝 컨벤션 이후 6개월간 허가가 나오지 않아 마음을 졸였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자 거래를 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주식을 판 임원들 역시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다.” ⓒ시사저널 임준선

“카메룬 정부가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외국 기업에 허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세계 다이아몬드 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 자원 외교 차원에서 박영준 차관이 도움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8월3일 만난 오덕균 씨앤케이마이닝 회장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카메룬 정부로부터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승인받았다. 이곳에는 엄청난 양의 다이아몬드가 매장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영준 당시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은 오회장이 개발권을 획득하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 ‘민관 고위급 대표단’이 꾸려졌고, 카메룬에 파견되었다. 이것이 부메랑이 되었다. ‘특정 업체 밀어주기가 아니냐’라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엎친 데 엎친 격으로 지난 6월부터 씨앤케이마이닝의 내부자 거래 혐의에 대해서도 금감원 조사가 시작되었다.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획득했다고 발표한 이후 계열 상장사인 씨앤케이인터내셔널(옛 코코엔터프라이즈)의 주가는 3천원대에서 1만6천원까지 치솟았다. 이 과정에서 이 회사 임원들은 거액의 시세 차익을 남기고 주식을 팔아치웠다. 금감원 조사와 함께 ‘다이아몬드 게이트’라는 의혹이 제기된 배경이다.

박차관이나 오회장은 그동안 입을 다물었다. 언론의 인터뷰 요청도 한사코 고사했다. 지난 8월3일 오회장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는 “전세계 다이아몬드 시장은 현재 유태계 회사 여섯 곳이 장악하고 있다. 이번 개발권은 세계 다이아몬드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 자국 기업을 밀어주어도 모자랄 판에 흠집을 내는 것에 대해 카메룬 관료들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라고 설명했다.

씨앤케이마이닝의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권 획득 과정에서 박영준 차관이 개입한 의혹이 있다.

인·허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었지만,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5월 카메룬 8개 부처와 세부 계약 내용을 합의하는 ‘마이닝 컨벤션’을 가졌다. 3개월 정도면 대통령 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다. 박차관은 당시 한-카메룬 투자 포럼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했다. 박차관은 ‘카메룬에서 번 돈을 국내에 가지고 올 생각은 하지 마라. 현지에 재투자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이 현지 관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고 나중에 들었다. 얼마 후 대통령의 최종 승인이 떨어졌다. 언론에서는 박차관이 특정 기업을 밀어주기 위한 것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씨앤케이마이닝이 포럼 비용을 댄 것은 맞지 않는가?

이전에도 한국 기업과 카메룬 관료들을 많이 연결시켜주었다. 카메룬 정부는 폐쇄적이다. 기업 입장에서 카메룬의 고위 관료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의 총수들이 그동안 카메룬 관료들을 만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그럴 때마다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여러 차례 만남을 주선해주었다. 카메룬 투자 포럼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기업과 현지 관료들을 연결하는 촉매제가 되었다. 포럼 이후 포스코건설이 카메룬 주석광의 탐사권을 따낸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지 않나.

인적으로 박차관과 인연은 없나?

두 번 만난 것이 전부이다. 총리실에서 광산 개발에 대한 브리핑 요청이 들어와 한 번 만났고, 투자 포럼 때 다시 만났다. 총리실 내에서 박차관의 카메룬행에 대해 반대가 심했다고 들었다. 회사 자체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다이아몬드가 실제로 존재하고, 개발이 본격화되면 부가가치가 상당하다.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박차관이 나섰다고 들었다.

금감원이 최근 내부자 거래 혐의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만이 아니다. 광산 개발권 취득 이후 좋지 않은 소문이 많았다. 검찰, 국세청 등에서도 조사를 받았다. 문제가 있다면 이미 처벌을 받았을 것이다. 내부 정보를 이용해서 주식을 거래하기 위해서는 다이아몬드 개발권이 언제 나오는지 알아야 한다. 상황은 그렇지가 못했다. 마이닝 컨벤션 이후 6개월간 허가가 나오지 않아 마음을 졸였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자 거래를 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내부적으로 조사해보니 주식을 판 임원들 역시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다. 5년간 주식을 보유하다가 일부만 매각했다.

▲ 서울 성북동에 있는 주얼리 전문 매장 ‘오보코’에서 씨앤케이마이닝의 다이아몬드를 전시·판매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점이 중요하다. 정부 발표 이후 주가가 치솟자 주식을 매각했다. 일각에서는 다이아몬드의 실체에 대해서도 의심하고 있다.

카메룬 정부가 이미 회사의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고, 15%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예정이다. 실체가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미 세계 최고의 광산 평가업체인 MSA로부터 최근 ‘다이아몬드가 있다’라는 확인서를 받은 상태이다. 이 리포트 하나로도 뉴욕 시장에 상장할 수 있다. 돈이 필요할 경우 얼마든지 조달이 가능하다. 세계적인 다이아몬드 기업과 투자은행이 현재 투자를 하겠다고 대기하고 있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광산 개발은 해도 망하고, 안 해도 망한다’라는 얘기가 있다. 개발이 되어도 내부적인 알력으로 진척이 없는 것이다. 간섭을 받지 않고 자체 자금으로 회사를 꾸려가다 보니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대신 금을 통해 개발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느라 내 가족들도 지난 5년간 서울 화곡동 원룸에서 월세로 살았다.

왜 이런 의혹이 발생한다고 보는가?

일부에서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 금감원 조사도 이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법적인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결국은 실체를 보여주어야 한다. 최근 다이아몬드를 생산할 수 있는 플랜트를 매입했다. 이 플랜트 가격만 수백억 원대이다. 조만간 사업이 가시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면 그동안의 의혹도 자연스럽게 불식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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