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한국, 누가 움직이는가 - NGO 지도자] NGO도 이제 글로벌 시대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1.08.0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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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정정섭·박종삼 등 국제 구호 활동에 앞장선 주요 인사들 상위권에 다수 진입

▲ 박원순 변호사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일러스트 찬희

국내 NGO(비정부 기구)도 글로벌 시대를 맞았다. ‘가장 영향력 있는 NGO 지도자’ 분야에서 한비야 전 월드비전 국제구호팀장을 비롯해 정정섭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회장, 박종삼 월드비전 회장 등 국제 구호 활동에 주력해온 인물들의 순위가 올해 크게 상승했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최열 환경재단 대표 등 국내 NGO 지도자를 대표해온 두 사람은 올해에도 부동의 1, 2위를 차지했지만 지목률은 예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바람의 딸’ 한비야 전 팀장의 상승 폭은 올해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다. 한 전 팀장은 지난해 7위에서 네 계단 오른 3위(2.9%)를 차지했다. 한 전 팀장이 지난 2009년 월드비전 구호팀장 자리에서 물러난 후 현재까지 NGO에 적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순위 상승은 놀랍다. 한 전 팀장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원순·최열 ‘쌍두마차 체제’는 여전

정정섭 회장은 7위(1.1%)로, 올해 10위권에 새롭게 진입했다. 정회장은 현재까지 82개국에 1천2백36명의 해외 봉사단원을 파견했다. 2030년까지 10만명의 봉사자를 파견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외교관 수백 명보다 해외 자원봉사자들이 더 큰 역할을 수행한다’라며 후원금보다 봉사자를 중요시하는 것이 정회장의 지론이다.

▲ 최열 환경재단 대표 ⓒ환경제단 제공

박종삼 월드비전 회장 역시 지난해 20위권에서 올해 공동 8위(1.0%)로 올라섰다. 지난 2003년부터 한국월드비전을 이끌어 왔던 박회장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월드비전을 떠난다. 회장직에서는 은퇴하지만 사회 나눔 활동은 계속한다. 박회장은 “교회 사회봉사연구소를 만들고 더 많은 사람을 도울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 정정섭 한국기아대책 회장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제공

한국 시민사회운동을 상징하는 박원순 이사는 올해에도 압도적인 표차로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지목률은 지난해 24.3%에서 올해 18.4%로 크게 떨어졌다. 지난 5년간 조사 결과를 보아도 박이사에 대한 지목률이 20%를 밑돈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박이사는 지난 7월19일부터 2개월간의 일정으로 백두대간을 종주하고 있다. 박이사는 이 기간 동안 ‘시민 경제, 시민 자본’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새로운 사업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제작소는 최근 해외 구호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아시아 NGO 이노베이션 서미트’를 개최할 계획이다. 지난 2월에는 인텔코리아와 아시아 지역 NGO들의 사회 혁신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참여연대 공동대표 맡은 이석태 변호사, 단숨에 4위로

▲ 박종삼 월드비전 회장 ⓒ한국월드비전 제공

박이사와 더불어 국내 NGO의 양대 산맥인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올해에도 2위(3.6%) 자리를 지켰다. 최대표는 “앞으로의 NGO 활동에서는 국제 사회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해외 구호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환경재단은 지난해부터 ‘그린 아시아 그랜트’ 사업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환경단체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에는 8개국 9개 단체를 선정해 3천 달러를 지원할 예정이다.

올해 참여연대 공동대표로 선출된 이석태 변호사는 단번에 4위(2.3%)로 올라섰다. 지난해 3위를 차지한 임종대 참여연대 공동 대표는 5위(1.9%)로 순위가 내려갔다. 강철규 경제정의실천연합 공동 대표도 4위에서 6위(1.8%)로 떨어졌다. 반면, 김성훈 환경정의 이사장은 지난해 20위권 밖까지 밀려났었지만 올해에는 10위(0.9%)를 차지하며 명예 회복에 성공했다.

이 밖에도 11~20위권에 이름을 올린 주요 인사들을 보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강교자 YWCA 회장, 서경석 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일하 굿네이버스 회장,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최일도 다일공동체 대표, 전종훈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 강지원 한국매니페스트실천본부 공동대표 등이 눈에 띈다.



ⓒ도서출판 푸른숲 제공
<시사저널>이 해마다 실시하는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를 잘 알고 있다. 기쁘기도 하지만 어깨가 무겁기도 하다. 이번 결과는 나 개인에 대한 호감이라기보다 해외 구호 개발 분야 전반에 대한 행동으로 이어지는 관심이라고 믿는다.

해외 구호 활동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이 크게 달라졌다. 해외 구호 활동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지난 10년간 일선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우리나라도 도울 사람이 많은데 왜 외국까지 도와야 하나요?”였는데 이제는 우리 국민들이 한국 국민이자 세계 시민이라는 세계 시민 의식을 갖게 된 것 같아서 뿌듯하다. 해외 구호에 나설 때 우리나라가 이전에 해외 원조를 받았으니 빚을 갚겠다는 심정을 갖는다면 한계가 있다. 세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세상 어딘가에 재난을 당해, 혹은 대를 내려오는 가난을 이기지 못해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에게 관심을 갖는 것, 그리고 머리와 가슴만이 아니라 손발을 움직여 도울 수 있을 만큼 돕는 것이 해외 구호 활동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NGO 활동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리나라 구호 개발 분야의 NGO들이 앞으로 국제 사회에서 영향력과 지도력을 발휘하려면 우선 국제 수준의 전문 인력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민간 지원액과 정부의 NGO를 통한 지원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전문 인력은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다. 이와 관련 정부나 NGO 연합단체에서 구호 개발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학교 설립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의 생활과 향후 계획은?

지난해 미국 보스턴에 있는 터프츠 대학교의 플래처 스쿨에서 인도적 지원에 관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곧 한국으로 돌아가 올해 말까지는 지난해 시작한 백두대간 종주를 마무리하고 내년 1월부터 다시 국제 구호 개발 분야에서 일할 예정이다. 어디서 일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다음 10년은 아마도 국제식량기구(WFP)나 유엔 인도주의업무지원국(UNOCHA) 등 유엔 기구에서 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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