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한국, 누가 움직이는가 - 종교인] 떠나도 떠나지 않은 큰 인물 큰 그늘
  • 김회권 기자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1.08.0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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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전 추기경, 선종 후에도 계속 1위 고인 된 분들이 10위권 절반 차지

▲ 고 김수환 전 추기경 ⓒ 일러스트 찬희

이해인 수녀는 지난 2월, ‘고 김수환 추기경 선종 2주기’를 앞두고 “그분이 이 세상에 안 계신 것이 확실한데도 우리 한가운데에 현존하시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라며 간절한 그리움을 전했다. 맞다. 세상에 안 계신 것은 분명한데도 선종 이후 김수환 전 추기경의 영향력을 주목하는 시선은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다. 김 전 추기경이 선종한 2009년 조사에서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대물림한 정진석 추기경은 2010년과 올해 조사에서 2위를 차지한 반면, 김 전 추기경은 지난해(29.4%)에 이어 올해에도 34.7%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 인물’로 선정되었다. 한국종교학회 회장인 류성민 교수(한신대)는 이를 ‘사회적 활동에 대한 평가’로 설명했다. 류교수는 “정추기경의 사회적 활동은 미미한 반면 김 전 추기경은 생전에 사회적 활동력이 왕성했다. 그런 부분에 대한 평가가 아닌가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2위를 차지한 정진석 추기경은 올해 조사에서 18.9%의 지목률을 얻었다. 지난해 24.2%보다 많이 하락한 수치이다. 일반 국민들에게 가장 호감 가는 종교로 꼽히는 천주교는 지난해 홍역을 치렀다. 특히 ‘4대강 사업’ 찬성 여부를 두고 원로사제단이 정추기경의 사퇴를 요구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3위는 최근 퇴진 운동이라는 암초를 만난 조용기 목사(16.7%)가 차지했다. 최근 순복음교회 시무장로와 성도들은 조목사 가족들이 주요 직책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고 법정 스님(13.5%)은 불교계 인물 중에서는 가장 많은 지지를 얻으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4위 자리를 지켰고, 현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10.4%)과 고 성철 스님(9.2%)이 그 뒤를 이었다.

타계한 문익환 목사·이태석 신부도 20위권에 들어

올해 10위권 내에는 개신교 목사들의 이름이 눈에 많이 띈다. 7위는 유품으로 옷가지 몇 벌만 남긴 채 평생을 청빈하게 살았던 고 한경직 목사, 8위는 서초동 ‘사랑의 교회’를 개척한 고 옥한흠 목사, 9위는 소망교회의 설립자인 곽선희 목사, 공동 10위는 최근 강동구에 교회 증축 공사가 한창인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와 현 정부와 대립각을 강하게 세우고 있는 전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차지했다.

올해 조사에서 주목되는 점은 ‘고인들의 영향력’이다. 10위 안에 고인이 되신 분들이 다섯 자리를 차지했다. 10위권 밖에도 고 문익환 목사(12위)와 고 이태석 신부(공동 14위)가 자리해 있다. 류성민 교수는 “김 전 추기경을 비롯해 돌아가신 분들의 경우에는 추모사업회 등이 꾸려져 그분들의 이름으로 관련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고인의 이름을 걸고 벌이는 조직의 활동이나 사업이 영향력으로 투영된 결과라고 여겨진다”라고 말했다. 가톨릭대학교에는 김수환 추기경 연구소가 세워졌고 법정 스님과 성철 스님과 관련해서는 추모 학술회의가 열리는 등 고인이 ‘남기신 것’을 좇는 움직임이 올해에도 활발히 전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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