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한국, 누가 움직이는가 - 언론 매체] “지금은 뉴스의 양보다 질을 생각해야 할 때”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1.08.0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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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찬 네이버 미디어서비스실장 인터뷰 “언론으로 평가되는 것, 솔직히 부담스러워”

▲ 포털 사이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의 건물. 위 작은 사진은 윤영찬 네이버 미디어서비스실장. ⓒ시사저널 박은숙

“엄격히 말해서 네이버는 ‘언론’이 아닙니다.”

<시사저널>의 인터뷰에 응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 업체 네이버의 윤영찬 미디어서비스실장(이사)은 첫마디를 이렇게 조심스럽게 꺼냈다. 이렇게 전제한 이유에 대해 그는 네이버가 지금은 직접 뉴스를 생산하지는 않고 있고,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뉴스를 전달하는 이른바 ‘유통업체’의 성격이 더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를 언론 매체로서 평가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럼에도 네이버·다음 등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크게 언론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현상은 이제 어느 정도 일반화되고 있다. 뉴스를 전달하는 기능에서 포털 사이트가 갖는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전달 기능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뉴스를 취사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는 점에서 그 영향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우세하다.

이런 경향에 맞추어 <시사저널>이 해마다 각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설문조사의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 매체’ 조사에서는 포털 사이트가 하나의 언론 매체로서 포함되고 있다. 지난 2004년 다음이 영향력 있는 언론 매체 9위에 처음 오르는 등 인터넷의 영향력이 서서히 증가되는 추세와 함께 자연스럽게 포털 사이트들이 기존 언론 매체와 더불어 순위 경쟁에 뛰어들었다.

해마다 언론계의 지대한 관심을 촉발하고 있는 본지의 조사 결과, 올해에는 기존 언론 매체들의 순위가 크게 변화하지 않은 가운데 유독 네이버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네이버는 영향력 순위에서 기존의 ‘빅3’인 KBS·MBC·조선일보 바로 다음의 위치를 굳건히 했다. ‘3중’ 구도에서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와의 격차도 벌리고 ‘부동의 4위’(23.3%) 자리를 굳혔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가장 신뢰하는 언론 매체’ 부문에서 네이버가 지난해 8위에서 두 계단 상승한 6위(8.5%)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가장 열독하는 언론 매체’에서는 3위(17.7%)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네이버가 영향력·열독률뿐만 아니라 신뢰도에서도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소감은?

네이버의 신뢰도가 높게 나타난 것은 뉴스 플랫폼 제공자로서의 공정성이 높게 평가된 것이다. 네이버 사용자들은 주로 뉴스캐스트와 네이버뉴스를 통해 뉴스를 소비한다. 사용자들이 이 두 부문 모두에서 높은 만족감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뉴스 플랫폼 제공자로서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네이버는 사용자들에게 종합적이고 객관적으로 뉴스를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장(場)’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뉴스캐스트의 경우 각 언론사가 편집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를 보여줄 수 있고, 네이버뉴스 역시 종합적으로 뉴스를 접할 수 있도록 편집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뉴스캐스트는 네이버 신뢰도 제고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뉴스캐스트를 평가한다면?

뉴스캐스트의 시행 목적은 뉴스 소비자들이 각 언론사들의 목소리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은 종합적인 시각으로 뉴스를 소비할 수 있다.

네이버가 편집권을 가지고 있는 네이버뉴스의 경우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나?

좌우로 첨예하게 나뉠 수 있는 정치적 사건의 경우 상반되는 논조의 기사를 같은 비중으로 편집하고 있다. 또한 각 언론사의 기사 가치 판단을 존중하기 위해 해당 언론사의 지면이나 홈페이지에서 비중 있게 실린 기사를 네이버뉴스에 우선 반영하고 있다.

최근 뉴스캐스트의 선정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해결 방안은?

뉴스캐스트가 시행된 후 각 언론사들은 트래픽을 늘리기 위해 선정적인 기사를 앞다투어 생산해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3월 말 뉴스캐스트의 언론사 신규 제휴를 중단하며, 시민단체 모니터링단에게 선정적 기사 여부 판단을 위임해 선정적 기사라고 판단된 기사는 3시간 동안 뉴스캐스트 ‘주제별 보기’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 조치로 인해 또 다른 논란이 빚어졌다. 신규 제휴를 중단한 것에 대해 ‘뉴스캐스트의 본래 목적인 언론의 다양성을 훼손한다’라는 비판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데.

뉴스캐스트를 통해 91개의 언론사와 제휴를 맺고 있는 만큼 신규 제휴 중단으로 다양성이 훼손된다는 것은 지나친 지적이다. 국내 언론사는 1만2천여 개로, 이들과 모두 제휴를 맺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해진 트랙픽을 놓고 언론사 간 과잉 경쟁이 일어나면서 선정적 기사들이 판을 치고 있는데, 뉴스캐스트에 또 다른 언론사가 들어올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될 뿐이다. 뉴스캐스트에서 좀 더 시급한 문제는 언론 본연의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다. 뉴스캐스트가 본궤도에 올라선 만큼 지금은 양보다 질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본다. 

뉴스캐스트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선정 기준의 투명성도 또다시 불거져나왔다. 시민단체와 ‘마이너’ 언론 매체들은 제휴 여부를 평가하는 외부 전문가를 공개하고 선정의 심사 기준, 선정 사유를 명확히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저널리즘을 평가하는 것은 평가위원들의 추상적인 가치 판단이 적용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평가위원들이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평가위원들은 언론재단이 추천한 인물들로 검증된 전문가들이다. 이들 위원은 공개할 경우 외부 압력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선정 기준에 관해 말하자면, 보도자료 등 주어진 자료를 그대로 기사로 생산하는 매체보다 직접 발로 뛰어 발굴한 기사가 많은 매체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한 소셜 미디어가 각광받고 있다. 뉴미디어의 새로운 흐름에 네이버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포털은 SNS가 줄 수 없는 검증되고 종합적인 뉴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포털과 SNS는 서로 경쟁 상대가 아니다. 오히려 적절한 결합을 통해 시너지를 유발할 수 있는 협력 관계라고 볼 수 있다. 블로그 등 다른 1인 미디어도 같은 맥락이다. 네이버는 이들과의 융합을 통해 다가올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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