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한국, 누가 움직이는가 - 전체 영향력] 전직 대통령 그림자 길고 김연아·안철수 ‘힘찬 도약’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1.08.0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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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력 1위는 이명박 대통령…노무현·김대중·박정희 전 대통령, 6·7·9위 차기 노리는 대권 주자들도 20위권에 다수 포진

 

‘권력을 가진 자는 영향력을 발휘하지만, 영향력이 있는 자가 반드시 권력을 행사하지는 않는다.’ 권력과 영향력의 상관관계를 잘 설명하는 표현이다. 독일의 정치학자 칼 도이취는 ‘권력은 타인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라고 정의했다. 이에 반해, 영향력은 ‘권력이나 권위를 포함한 힘이 다른 존재에게 미치는 힘의 범위’로 규정된다. 권력 하면 흔히 정치권력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는 경제(자본) 권력, 사회 권력, 언론 권력, 문화 권력 등이 다양하게 포함된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의 권력은 막강하다. ‘한국을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을 논할 때 현직 대통령이 항상 맨 윗자리를 점유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올해로 집권 4년차를 맞는 이명박 대통령은 <시사저널>이 창간 이래 해마다 8월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해온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의 2011년도 조사에서 ‘한국을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에 꼽혔다. 57.6%의 지목률을 나타냈다.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현상은 이제 현직 대통령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직 대통령들의 영향력 또한 점점 커지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6위(6.6%),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공동 7위(5.4%), 박정희 전 대통령은 9위(5.1%)에 각각 올라 있다. ‘한국을 움직이는 10인’ 가운데 전·현직 대통령이 무려 네 명이나 포함된 것이다. 특히 전직 대통령 세 명은 모두 ‘고인(故人)’임에도 여전히 ‘그림자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유력 대권 주자들도 ‘미래 권력’을 담보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현재 여야의 대표적인 대권 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3위(25.3%),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4위(13.6%)에 각각 포진해 있다. 10위권 밖에도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15위·1.6%), 오세훈 서울시장(17위·0.9%),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공동 20위·0.7%), 이재오 특임장관(공동 22위·0.6%),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공동 28위·0.4%) 등 차기 대권을 노리는 여야 ‘잠룡’들이 잔뜩 도사리고 있다. 


‘재계 대통령’ 이건희 회장, 부동의 2위 굳혀

물론 한국을 움직이는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꼭 정치인으로만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사회가 다양화되고, 경제와 문화 수준이 발달할수록 ‘비정치인의 영향력’도 힘을 얻게 된다. 맨 처음에 언급했듯이, 영향력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을, 매년 <시사저널>의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설문조사에 참가하는 전문가들은 놓치지 않고 짚어내고 있다.

‘재계 대통령’으로 불리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단연 ‘비정치인 영향력’의 1인자로 통한다. 그는 지난 2004년 조사 때 처음 2위에 오른 이후 올해까지, 2009년 단 한 번 3위로 미끄러진 것을 제외하면 ‘부동의 2위’였다. 현직 대통령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가장 오랫동안 누려온 셈이다. 이를 두고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한국에서 대통령의 영향력이 막강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권력 기간은 5년에 불과하다. 그에 비하면 이건희 회장의 영향력은 임기가 없다. 그야말로 지지 않는 권력인 셈이다. 그래서 더 무서운 것이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 전문가의 평가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 권력’이 갖는 힘도 실로 막강하다.  

우리 사회의 정치권력과 경제 권력의 틈바구니 속에서 ‘권력을 행사하지 않으면서도 영향력을 발휘해온 인물’을 찾기는 지난한 일이었다.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거기에 부합하는 최적임자로 김수환 전 추기경을 꼽았다. 그는 창간 첫해인 1989년 <시사저널>이 조사를 처음 실시한 이래 2008년까지 지난 20년간 변함없이 ‘전체 영향력 인물 10인’ 가운데 자리하며 우리 사회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 2009년 2월 선종하면서 그도 역사의 뒤편으로 물러났다. 물론 김 전 추기경은 올해에도 12위(2.4%)에 오르며 ‘정신적 지주’ 역할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우리 사회는 새로운 ‘원로’, 새로운 ‘멘토’, 새로운 ‘영웅’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김연아 선수 5위, 안철수 원장 공동 10위

ⓒ연합뉴스

그런 면에서 올해 ‘2011년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 결과는 두 명의 새로운 가능성 있는 인물을 발굴해냈다. 피겨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 김연아 선수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다. 김연아 선수는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조사에서 5위에 올랐다. 정치 권력·경제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빅5’에 입성한 것이다. 안철수 원장은 공동 10위에 오르며 올해 ‘10인’의 명단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김연아 선수의 5위 등극은 올해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결과로 기록될 만하다. 하지만 이변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2년 전부터 보여왔던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지난 2009년 처음 10위로 깜짝 등장한 이래 지난해에는 7위에 올라서더니, 올해 급기야 5위권 내에 진입했다. 이른바 ‘20대의 문화 혁명’으로 상징되는 스포츠·예술인들의 ‘바람’은 사실 김연아가 처음은 아니었다. 지난 1997년 박찬호 선수가 9위에 오른바 있고, 지난해에는 박지성 선수가 8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지목률은 대개 3%대 이하에 그쳤고, 그나마 시즌 성적에 편승한 반짝 등장에 머물렀다. 그에 비하면 ‘김연아 현상’은 예사롭지 않다. 그는 최근 3년간 베스트 10에 계속 이름을 올리며 꾸준히 순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획득으로 인기가 절정에 오른 것처럼 여겨졌지만, 오히려 올해 들어 순위가 더 상승했다. 단순히 반짝 현상이 아닌 셈이다. 지목률도 무려 8.3%에 달했다. ‘영향력’이라는 명칭을 부여하기에 손색이 없다.

대중문화평론가 하재근씨는 “이제 김연아 선수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단순한 인기의 차원을 넘어섰다고 보아야 한다. 올림픽 금메달로 전 국민적인 성원을 받고 영웅이 되었지만, 이번에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보여준 것처럼 그의 국제적인 위상과 영향력도 어느 정도 입증되었다. 이건희 IOC 위원과 나란히 설 정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인사가 된 것이다. 앞으로 그가 단순히 선수 활동과 예능 활동에만 그친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고 지금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사회적 역할을 계속해나간다면 김연아의 영향력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평가했다.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연합뉴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주목하는 시선도 많다. 지난해 본지 조사에서 ‘가장 멘토로 삼고 싶은 인물’ 1위에 꼽히며 ‘국민 멘토’ 수식어를 선사받은 안원장은 올해 3.5%의 지목률을 나타내며 본지 조사의 메인 이벤트인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조사에서도 처음으로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그 역시 김연아 선수와 더불어 ‘권력’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시대 청춘의 멘토 겸 비전으로 상징되는’ 안원장의 영향력을 높게 평가하기 시작했다. 현 정부에서 한때 국무총리 후보로 타진하기도 했고, 얼마 전 문재인 이사장이 “(부산 총선에) 안철수 원장을 영입하고 싶다”라고 희망을 피력한 것이 화제가 되는 등 정치권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지만, 흔들림 없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그 자신이 성공한 엘리트이면서도, 항상 사회적 약자나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묻어나는 사회적 책임 의식을 갖고 있는 점, 자신의 인생관이나 가치를 일관되게 실천하고 있는 점 등 안철수 원장이 갖는 장점이, 기득권층이 보여주는 특권적이고 천민적인 행태에 대비되어서 상대적으로 더 돋보이는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지금 우리 처지가 사회적으로 신망받는 인물이 두텁지 않은 상황인데, 비(非)정치 분야에서 사회적 신뢰나 존경을 받는 거의 유일한 인물로 안원장이 부각되는 추세이다”라고 평가했다.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유시민 참여당 대표는 20위권에서도 밀려  

지난 2009년 잇따라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여전히 6, 7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현상도 주목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지난해 9위로 깜짝 등장한 이후 올해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켜 ‘박정희 향수’가 일시적 현상이 아님을 입증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유창선 박사는 “이미 서거한 전직 대통령들이 계속 영향력 순위에 포함되는 현상은 현재의 리더십에 대한 전문가들의 불만이 반영된 결과로 보여진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야권에서 두 분을 대신할 만한 리더가 없는, 대안적 리더십이 부상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보수층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되는 것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다시 거론하는 것은 현 정부의 리더십도 역시 충족이 안 된다는 것을 반영하는 결과이다. 즉, 보수와 진보 할 것 없이 좀 더 새로운 리더십을 강력하게 원하는 현상이다”라고 분석했다. 

▲ 김해 봉하마을에서 시민들과 함께 어울린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시사저널 윤성호

 ‘한국을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조사 결과는 그 시대의 사회상도 잘 반영하고 있다. 올해 순위 조사에서 영향력이 가장 급상승한 인물로 또 한 명 주목해볼 이가 문재인 이사장이다. 그의 등장은 최근 야권 대권 후보들의 지지율 정체 현상과 맞물리게 된다. 즉 손학규 대표와 유시민 대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등의 정체 현상이 장기간 계속되면서 새로운 인물을 갈망하게 되었고, 여기에 문이사장이 때맞춰 <문재인의 운명>이라는 자서전을 들고 나오며 ‘새바람’을 일으킨 것이다.

방송인 김제동씨와 ‘시골 의사’ 박경철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이 공동 24위로 나란히 등장한 것 또한 최근의 사회적 현상과 무관치 않다. 지난 7월29일 안철수 원장과 박경철씨, 김제동씨가 출연한 <MBC 스페셜>은 심야 시간임에도 시청률 10.9%를 기록하며 타 방송사들의 예능 프로그램을 제치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세 사람은 ‘21세기 리더십론’이라는 주제로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무게감 있게 ‘수다’를 떨었다. 어느덧 이들 세 사람은 비교적 ‘젊은’ 나이임에도 ‘국민 멘토’ ‘국민 방송인’라는 수식어를 달게 되었다. 정치권에서 “세 사람을 내년 총선에 영입해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올 정도였다.

지난해에 비해 순위가 급상승한 인물이 있는 반면, 급락한 인물도 여럿 눈에 띈다. 대표적인 이가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과 유시민 대표이다. 야권의 ‘잠룡’으로 평가되는 두 사람이지만 각각 민주당 대표 경선 패배와 4·27 김해 을 재·보선 패배로 영향력은 급격히 감소했다. 정최고위원은 지난해 4위에서 올해 30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유대표는 지난해 11위에서 올해 공동 28위로 추락했다.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지난해 12위), 정운찬 전 총리(지난해 13위) 또한 올해는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정치권력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대한민국의 ‘정치 제일주의 현상’은 지난 23년간 계속되어온 <시사저널>의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너무나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김연아의 부상, 안철수의 등장 등 올해 조사에서는 비정치 분야 인물의 성장이 돋보이면서 우리 사회의 다양성 측면이 부각되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정치 인물이 너무 비정상적으로 많은 것이 사실이다”라고 평가했다.

정치권력은 지난 1987년 이후 ‘대통령 5년 단임제’를 실시하는 우리의 헌법 질서와 그 맥을 같이한다. 즉, 5년 주기로 정치 인물들이 일정한 패턴으로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는 것이다(그래프 참조).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현재 권력’과 대통령에 맞서거나 또는 승계하기 위해 쟁투하는 차기 대권 주자군의 ‘미래 권력’은 5년을 주기로 한 번씩 크게 판갈이를 하며 요동친다.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권력의 영향력 정도는 엄준하고 냉정하다. ‘현재 권력’의 영향력 지수는 집권 첫해와 둘째 해에 절정을 치닫다가 3년차부터 서서히 하락세에 접어든다. 역대 어느 정권이나 이런 패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집권 첫해 무려 96.2%의 지목률을 나타내며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했던 그는 이후 급격한 내리막길을 타면서 집권 5년차에는 46.9%의 지목률로 급락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고, 지금의 이명박 대통령 역시 집권 첫해인 2008년 72.7%로 최고점에 이른 이후 해마다 영향력 지수가 떨어지고 있다.

이와 반비례해서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영향력 지수가 올라가는 세력은 바로 ‘미래 권력’이다. 대표적으로 1992년의 경우에는 아예 차기 여야 대권 주자인 김영삼·김대중 후보가 노태우 대통령의 영향력을 추월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노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점차 감소하는 것과 반비례해서 이명박 후보의 영향력은 꾸준히 상승 곡선을 탔고, 이런 현상은 이번 이명박 정부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나고 있다. 이대통령의 하향 곡선과 그에 반비례한 박근혜 전 대표 및 손학규 대표의 상승 곡선이 눈에 띈다. 권력의 속성은 본지의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영향력 조사에 선명하게 반영된다.



▲ 서울 서초구에 있는 삼성 본관. ⓒ시사저널 윤성호
‘삼성 공화국’이라는 말이 회자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말 속에는 거대 기업 삼성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순기능과 역기능의 성격이 동시에 내포되어 있지만, 삼성그룹의 영향력이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를 장악한다는 부정적 의미가 좀 더 진하게 묻어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삼성의 영향력 증대는 갈수록 점점 더 현실로 다가오는 모양새이다. ‘2011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조사 결과를 보면 이는 확연해진다.

 

삼성그룹의 수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현직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최근 7년간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갖는 인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 인물’ 분야에서는 2000년 이후 올해까지 이회장이 12연패를 기록하고 있다.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 분야에서도 1996년 이후 올해까지 삼성 또는 삼성전자가 계속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한국을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집단 혹은 세력’ 조사에서도 상당히 의미 있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최근 6년째 정상을 고수하고 있지만, 지목률은 17.6%로 지난해(25.4%)에 비해 상당히 감소했다. 반면 2위를 차지한 삼성그룹은 15.4%로 지난해(14.4%)보다 더 상승했다. 중요한 것은 1, 2위의 격차가 불과 2.2%포인트 차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사실상 삼성그룹이나 마찬가지인 삼성전자(3.0%)를 포함시킨다면 삼성이 한나라당에 역전한 것이나 진배없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물론 한나라당 역시 유사한 응답인 국회(4위·11.4%), 정치권(5위·10.1%), 정당(6위·8.8%) 등을 포함하면 실제 지목률은 훨씬 더 높아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삼성의 위력은 정치권력을 위협하기에 충분하다.

정치 집단과 경제 집단을 제외하면 한국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집단의 폭은 상당히 협소한 느낌이다. 시민단체가 9위(8.4%), 검찰이 10위(8.1%), 종교계가 13위(4.4%) 등이다. 현대노조(15위·3.6%), 노동조합단체(16위·3.4%), 민주노총(22위·2.0%) 등 노조단체는 모두 15위 밖에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민주당의 뚜렷한 하락세이다. 제1 야당인 민주당은 지난 2009년 조사에서 14.7%의 지목률로 한나라당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도 14.1%로 3위에 올랐다. 그런데 올해는 8.5%로 8위로 급전직하했다. 순위도 순위이지만 지목률도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지난해 지방선거와 올해 재·보선에서 승리했음에도 민주당의 영향력이 갈수록 퇴보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바로 오늘날 민주당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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