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흔들려도 넘어지진 않는다”
  • 한면택│미국 워싱턴DC 통신원 ()
  • 승인 2011.08.1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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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들, 금융 위기 재발·더블딥 등 경제적 쇼크는 없을 것으로 내다봐…미국 국채 위상도 여전
▲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을 물끄러미 보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오른쪽). ⓒAP연합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라는 미국이 사상 처음으로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당한 굴욕을 겪고 있다. 체면만 구긴 것이 아니라 지구촌 금융 시장을 요동치게 만들고 더블딥(경기 재침체)까지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공포를 안겼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미국 경제에 먹구름이 짙어진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재침체에까지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과 관측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AP통신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 가중되고 있으나 2008년과 같은 금융 위기의 재발과 더블딥까지 초래하는 쇼크는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럼에도 이번 강등 여파로 미국 경제는 각 분야에서 타격을 받아 회복이 1~2년 더 늦춰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미국은 신용등급의 강등으로 인해 단기적인 이자율 상승은 없더라도 10년 장기 국채에 대한 이자율이 평균 0.5%포인트 올라가 추가 이자 지급 등 채권 관리 비용(바로잉 코스트)이 늘어날 수 있게 된다. 미국 정부가 국채 발행으로 지급해야 하는 이자가 0.5%포인트 높아지면 단기적으로는 연 100억 달러, 장기적으로는 연 7백50억 달러를 더 지불하게 될 것으로 계산되고 있다. 미국의 국채 이자율이 높아지면 주택 모기지, 신용카드, 학자금 대출, 자동차 융자 등의 이자율도 모두 올라가게 된다. 미국 가구 평균인 17만2천 달러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30년 고정 이자율로 얻으려 할 경우, 0.5%포인트가 올라간다면 1만9천 달러가 늘어나 1년에 6백33달러를 더 부담하게 된다.

저성장 불가피해도 경기 후퇴는 막을 듯

각종 이자율의 상승은 소비자들과 기업들이 돈을 덜 쓰게 만들어 소비 위축, 일자리 감소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이자율이 0.5포인트 상승하면 업체들이 고용을 축소시켜 최악의 경우 미국 일자리가 64만개나 줄어들 수 있는 것으로 경고되고 있다. 일자리 감소와 이자율 상승으로 미국인들이 소비를 줄일 것이 분명하고 미국 경제의 70%나 차지하는 소비가 위축되면 미국 경제 회복은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최근 발표된 7월의 고용 지표는 비교적 호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으나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이 현실화된다면 8월에 다시 후퇴할 위험성을 띠고 있다. 7월에 미국 실업률은 9.1%로 1%포인트 내려갔고, 일자리는 11만7천명 늘려 5월과 6월의 부진에서 탈출했다. 그러나 경제 불안이 증폭되고 각종 비용이 상승한다면 강력한 해고 태풍이 몰아닥칠 수 있기 때문에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세계 경제가 더블딥에 빠지는 경제적 쇼크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미국 내에서는 더 우세한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첫째, 3대 국제신용평가사 가운데 무디스와 피치는 아직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로 유지하고 있고 S&P가 강등한 신용등급도 미국의 장기 국채에만 해당되기 때문에 심리적 패닉 상태만 잠재운다면 대혼란과 치명상을 겪지는 않을 것이다.

둘째, 미국 국채의 거의 절반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1조2천억 달러 이상) 등 외국들과 미국 내 주 채권자들인 뮤추얼 펀드(6천8백40억 달러 보유)들과 생명보험업계 등이 이를 내다파는 투매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해 급박한 대혼란과 위기를 초래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아직도 미국 국채는 가장 안전한 상태에서 2.5% 안팎의 이자를 지급해오고 있다.

셋째, 국가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이자율 상승이 실제로 발생하지 않고, 이자율이 장기적으로 올라간다고 해도 미국의 일반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국채 이자율은 10년 장기채의 경우 신용등급 강등 이후 오히려 발표 전 2.5%에서 발표 후에는 0.5%포인트 떨어졌다. 아직도 미국 국채가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인정하고 사려는 사람들이 더 많이 몰렸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들, 수익도 유동 자산도 많아 ‘낙관’

▲ 지난 8월11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직원들이 현황판을 바라보고 있다. ⓒAP연합

미국의 국가 부채는 14조5천억 달러로 1년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서 나라가 빚더미에 눌려 있으나 기업들은 정반대 상황이어서 경기 재침체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미국 기업들은 2009년 6월 불경기 종료 이후 이익이 무려 46.6%나 급증했다. 이는 미국 불경기 직후의 평균 기업 수익 증가율 37.4%를 뛰어넘은 것이다. 미국의 대기업들은 상당한 이익을 내고 현금 등 유동 자산만 해도 2조 달러나 되는 엄청난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백악관은 파악하고 있다. 이는 호경기였던 2005년 1조5천억 달러보다 오히려 5천억 달러가 늘어난 것이다.

미국 기업들이 50%에 육박하는 수익을 내고 있고 현금만 해도 2조 달러나 갖고 있는 상황에서 더블딥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경제가 더블딥에 빠지도록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나 오바마 행정부, 워싱턴 정치권이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더블딥은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연준은 즉각 처방을 하기 시작했다. 연준은 지난 8월9일 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제로에 가까운 초저금리를 2013년 중반까지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경제 성장률이 저조할 것임을 공개 인정하는 위험을 감수하되 적어도 2년간 제로 금리로 각종 이자율 상승과 비용 증가를 막아냄으로써 소비 활성화, 기업들의 생산과 고용 증가를 촉진시켜 경기를 부양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정책이다.

연준은 앞으로 취할 수 있는 두세 가지 처방을 일단 아껴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채권 매입을 통해 돈을 더 푸는 3차 양적 완화를 일단 유보했다. 연준은 이미 6월 말까지 두 차례의 양적 완화를 통해 2조8천7백억 달러나 푼 상태에서 돈을 더 풀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마지막 카드로 아껴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와 함께 또 하나 남은 카드는 국채와 모기지 채권 등을 매입해 시장에 푼 돈을 ‘더 오랫동안 거둬들이지 않을 것’임을 시장에 인식시키는 방법인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이 카드를 쓸 때에는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를 더 오래 유지해야 하는 장기채로 바꾸는 방법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도 새로운 부양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마련하고 있는 새 부양 조치들은, 봉급 근로자들에게 원천 징수 세금의 2%를 감면해주는 감세 조치와 최대 99주간 제공하는 실업수당 확대 조치 등이 올해 말 끝나는데 이를 내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이다. 또 정부 관할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압류 주택들을 매물로 내놓지 않고 렌트해주는 방안을 시행해 주택 가격 추가 하락을 막고 집값 회복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주택 시장 활성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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