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 많아 쑥쑥 크는 소셜 게임들
  • 김세희 기자 (luxmea@sisapress.com)
  • 승인 2011.08.1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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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디바이스 덕에 게임 플랫폼 다변화…삼성은 스마트폰용 소셜 게임 내놓아 ‘눈길’

▲ 아이패드 버전으로 출시된 게임 ‘룰더 스카이’(왼쪽). 이런 소셜 게임들은 광고를 통해 새로운 수익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오른쪽). (왼쪽)ⓒ JCE, (오른쪽 위부터)ⓒ 아이지에이웍스, ⓒ 위자드웍스, ⓒ 아이지에이웍스

콘텐츠 시대가 도래했다. 달리 말하면 소프트웨어 경쟁의 시대이다. 스마트 디바이스가 보급되면서 사실상 거리와 시간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정보와 오락을 소비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게임플랫폼도 이 경쟁에서 비껴갈 수 없다. 웹 또는 스마트 디바이스를 기반으로 한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소셜 게임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국내 포털 사이트, 이동통신사, 단말기 제조사, 운영체제 업체 등이 곧바로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만만치 않다. 낯선 게임 플랫폼에 사용자들을 끌어들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킬러 콘텐츠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해외의 성공 사례를 넘어서고 새로운 수익 구조를 고민해야 하는 것도 국내 업체들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가 활성화 주도

스마트 디바이스 기반의 소셜 게임은 이메일 주소와 비밀번호 등의 간단한 정보를 입력해 로그인한 후 소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즐기는 게임이다. ‘징가(Zynga)’가 대표적이다. 징가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페이스북을 이용해 ‘팜빌’ ‘시티빌’ ‘엠파이어&앨리즈’ 등을 연달아 히트시켰다. 페이스북이라는 새로운 게임 플랫폼을 기반으로 소셜 게임 서비스 업체인 징가가 게임을 공급하는 체계이다. 현재까지 집계된 통계만 보아도 월간 징가 이용자는 전세계 1백66개국에, 약 2억4천만명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5억9천7백만 달러를 달성했고 순이익만 9천1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에도 지난 1분기 매출 2억3천5백만 달러를 올리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비밀은 소셜 네트워크에 있었다. 지난 2007년 페이스북은 외부 개발자들이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오픈 플랫폼을 도입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연결되어 있는 전세계 6억명의 사용자들을 게임 유저로 끌어들일 수 있는 통로가 열린 것이다.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개발자들은 페이스북으로 몰려들었다. 그중에서도 징가는 단시간에 놀라운 성공을 거두며 100억 달러가 넘는 가치를 지닌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징가를 포함해 지난해 미국 소셜 게임 시장 규모는 8억3천5백만 달러로 향후 3년 내에 3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소셜 게임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으로 글로벌 기업이 소셜 게임 업체를 인수하는 것과 더불어 소셜 게임 업체들이 직접 투자 유치 및 인수·합병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11월 게임 전문 개발 업체 EA가 플레이피쉬(Playfish)를 3억 달러가 넘는 금액으로 인수한 바 있다. 2010년 7월에는 디즈니가 플레이덤(Playdom)을 5억6천3백만 달러에 인수했다. 소셜 게임의 선두 주자인 징가는 벤처캐피탈로부터 풍부한 자금을 유치한 이후 9건 이상의 인수를 단행했다.

국내 포털들, 카페 등을 게임 플랫폼으로 활용

▲ 삼성전자가 선보인 모바일 소셜 네트워킹 게임(SNG) ‘게임허브’. ⓒ삼성전자

국내에서도 소셜 게임은 포털 사이트를 필두로 본격적인 경쟁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동통신사나 제조사들도 함께 어깨를 겨누고 있지만,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가 가지고 있는 사용자 네트워크를 따라잡기는 아직까지 역부족이다. 페이스북을 6억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막강한 게임 플랫폼으로 평가한다면, 네이버(NHN), 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다음), 싸이월드(SK커뮤니케이션즈) 등 역시 카페·블로그·SNS 등을 통해 수천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새로운 게임 플랫폼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올해 초 다음 카페를 플랫폼으로 하는 소셜 게임 ‘아크로폴리스’를 출시했다. 8백50만개에 달하는 카페의 3천8백만 이용자는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게임 이용자가 될 수 있었다. 고정희 다음 카페블로그 기획팀장은 “다음은 이미 지난해 ‘요즘’을 통해 소셜 게임을 도입해 이용자들에게 소셜 게임의 즐거움을 보여주고 국내 소셜 게임 시장 활성화에 기여해왔다. 카페 소셜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은 카페에 있는 수많은 회원과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소셜 게임을 통해 카페 친구들과 더욱 돈독한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도록 다양한 소셜게임을 론칭해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서비스하고 있는 싸이월드 앱스토어도 국내에서 눈에 띄는 게임 플랫폼 중 하나였다. 한 포털 사이트 관계자는 “(싸이월드 앱스토어에) 참여하는 개발사 숫자나 매출액으로 보아 가장 경쟁력 있다고 평가되는 곳이었다. 싸이월드가 국내에서 가지고 있는 힘도 아직 탄탄했다.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부침을 겪고 있어서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지금으로서는 예단하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지난 2009년 9월 개설된 싸이월드 앱스토어는 지난 3월 기준으로 매출액 50억 원을 돌파했다. 이용 중인 회원만 4백10만명이었고, 1백60개에 달하는 앱이 제공되고 있었다. 다운로드 건수도 2천6백만 건에 이르렀다.

단말기 제조사인 삼성전자도 최근 이 경쟁에 가세했다. 그동안 웹 기반의 플랫폼으로 서비스되는 소셜 게임이 주류를 이루었다면 삼성전자는 국내 최초 스마트폰용 소셜 게임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게임허브’는 삼성전자와 모바일 소셜 게임 업계 선두 회사인 엔지모코의 협력작으로 갤럭시S2에서 ‘위룰’ ‘위시티’ 등 전세계의 유명 소셜 네트워킹 게임을 제공하는 게임 포털이다. 지난 7월 기준으로 다운로드 90만건을 넘어섰다. 권강현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 전무는 “게임허브는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스마트폰용 소셜 네트워킹 게임 서비스가 될 것이다. 소셜 게임은 물론 프리미엄 게임 등 고객들이 좋아할 콘텐츠를 엄선해 제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체들의 고민이 끝난 것은 아니다. 페이스북과 같이 전세계로 뻗어 있는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이용자 늘리기에 한계가 따른다. 징가의 ‘시티빌’이나 ‘팜빌’과 같은 킬러 콘텐츠 없이는 세계 시장 진출에도 제약이 생긴다. 자칫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는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소셜) 게임 플랫폼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제조업체나 게임회사들도 여기에 가세하고 있지만 플랫폼 자체는 굉장히 제한적인 상황이다. 더군다나 중구난방으로 게임이 쏟아져나오다 보니 하나에 집중해서 이른바 대박을 칠 수 있는 그런 핵심적인 콘텐츠가 없다. 킬러 콘텐츠 없이는 세계 시장 진출은 엄두도 못 낸다. 국내에서만 경쟁할 것이라면 상관없겠지만 대부분 판을 키우고 싶어 한다. 그러려면 게임 플랫폼은 기본이고 마케팅이나 수익 구조 등에 대해서도 세밀하게 전략을 짜야 한다. 아직까지는 걸음마 단계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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