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밀어붙이기에 힘 못 받는 ‘통합 명분’
  • 김창룡│인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
  • 승인 2011.08.16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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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 진주MBC와 창원MBC의 합병 허가 / 정당한 절차와 구성원들에 대한 설득 거치지 않아 반발 클 듯

▲ 지난 8월8일 서울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진주 MBC 관계자들이 집회를 열고 진주ㆍ창원 MBC 통폐합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지역 MBC가 오는 9월부터 1개 방송사로 통합될 예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8월8일 전체회의를 열고 그동안 논란이 거듭된 진주MBC와 창원MBC의 합병을 허가했다. 지난해 4월부터 이들 두 지역 통합을 추진해온 MBC는 최근 김재철 사장의 사퇴 파동을 겪으며 결국 1년4개월 만에 방통위의 승인을 얻어냈다. 정식 출범하는 합병 법인의 명칭은 ‘MBC경남’으로 결정되었다.

합병에 찬성하는 입장은 ‘합병을 통해 지역에서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고, 다가오는 방송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내세우고 있다. 반면 합병에 반대하는 입장은 대체로 ‘강제 합병 과정의 절차상의 문제, 법적 문제가 있으며 이번 통폐합의 숨은 의도는 지역 MBC를 하나씩 없애 서울의 비용을 절감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양측의 극명한 대립은 방통위의 결정 이후에 완화되기는커녕 더욱 첨예화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어 앞으로의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자칫 통합의 긍정적 명분이 극심한 반발과 대립으로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게 되지 않을지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방통위의 합병 승인 직후 창원 MBC는 보도자료를 내고 ‘두 지역에 각각 ‘연주소(방송센터)’를 운영해 지역 시청자의 요구에 부응할 것’이라며 ‘인력과 예산을 지역 프로그램 제작에 집중적으로 투입해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드라마·예능 등 대형 프로그램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창원MBC 사측은 ‘창원과 진주 MBC에서는 <전국시
대> 같은 유사 프로그램을 만들어왔는데 합병 이후 공동 제작을 하게 되면 양질의 프로그램 제작과 비용 절감 등 이점이 많다’라는 입장이다.

인력과 예산을 지역 프로그램 제작에 집중 투입해서 양질의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데, MBC 노조와 일부 시민단체들은 왜 반발하는 것일까. 이들은 “문제는 그 명분의 현실성이 의문스럽다는 것이고, 합병 과정과 의도 등이 투명하거나 순수하지도 않다는 점이다”라고 항변하고 있다. 언론단체와 지역 MBC 구성원 등으로 꾸려진 ‘지역 MBC 지키기 전국연대’는 성명을 통해 ‘통합 허가는 지역을 홀대하ㄴ고 지역 언로를 차단해 여론 소외를 조장하려는 시도’라며 ‘통합 과정의 법적·절차적 문제점을 밝히고, 강제 통합이 전국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강력한 반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MBC경남’이 넘어야 할 세 가지 소송

이 통합과 관련해 현재 세 가지 소송이 제기된 상태이다. 진주MBC의 주주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위헌 법률 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지난해 7월 열렸던 이사회에서 진주MBC가 창원MBC에 흡수 합병되고, 대주주인 서울MBC가 합병사 전체 주식의 16%를 신규 취득하는 것에 대해 ‘방송사업자 간 상호 주식 소유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방송법 제8조 8항을 명백히 위반했다’라는 주장이다. 또 헌법 소원과 합병 이사회 결의 무효 확인 소송 등이 걸려 있다. 따라서 앞으로 법정 공방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지역 방송의 난립에 따른 중복 송신과 영업 손실의 문제점은 이전 정부에서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통합의 명분이 타당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창원MBC와 진주MBC의 통합은 간단치 않은 난제를 제시하고 있다. 창원MBC와 진주MBC는 같은 경남에 소재하지만 거리상 상당히 떨어져 있고, 지역색이 달라 공동 제작, 경비 절감, 양질의 뉴스 서비스 등 통합의 명분을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뉴스 제작을 창원MBC에서 전담하게 되면, 불가피하게 서부 경남의 뉴스와 이슈는 공론화되기 쉽지 않다는 상실감을 갖게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용 절감과 추가 투자’ 가능할지도 의문

새 미디어 환경에 맞추어 통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 그것만이 현재의 난관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었다 하더라도, 구성원과 지역민들에 대한 설득과 이해를 구하는 성실한 작업이 우선되었어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충분한 논의와 합의 없는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는 반드시 반발과 후유증을 남기기 때문이다. 때로는 그 후유증이 타당한 명분조차 집어삼켜버리는 수가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불만도 제기된다.

통합의 명분이 양질의 프로그램 제작, 비용 절감이라고 하면서 정작 ‘구조조정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한 MBC 사측의 입장 역시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구조조정 없이 과연 무슨 수로 비용 절감을 할 수 있고, 어느 정도의 추가 투자로 양질의 프로그램을 생산해낼 수 있을지 심히 회의적이다”라는 의심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현 정부가 지역 발전이나 지방자치단체의 활성화에 특별한 의지를 보이지 않았는데, 유독 지역 MBC 활성화를 위해 어떤 추가적인 노력을 하겠다는 것인지 비전을 제시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지역민들의 반발과 좌절, 구성원들의 낭패는 이런 의심과 불신에서 비롯되고 있다.

향후 춘천-강릉 MBC, 청주-충주 MBC 통합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현재의 통합 방식은 더 큰 문제를 파생시키게 될 전망이다. 이런 방식의 통합은 어떤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기대한 효과를 거두기가 어렵다는 하나의 사례로 남게 될 확률이 높다는 지적이다. 인위적 통폐합은 절차적 정당성과 구성원들의 이해와 협조를 전제로 할 때만이 당위성을 부여받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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