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해수욕장은 관변 단체 ‘돈 밭’?
  • 부산│김회권·이규대 기자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1.08.1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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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마전’ 의심받는 피서용품 대여업 실태 현지 취재 선정 과정·운영자·수익금 내역 등 석연찮은 구석 많아

ⓒ시사저널 박은숙

뜨거운 태양이 내리쬔다. 백사장을 거북이 등껍질처럼 뒤덮은 파라솔 그리고 비키니 차림의 여인들, 튜브를 끼고 차도까지 돌아다니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은 이곳이 국내 최대 피서지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연이은 호우와 태풍으로 예년만 못한 수준이라고는 해도 부산 해운대는 역시 대한민국 최고의 여름 휴양지라는 명성을 자랑한다. 서울의 짙은 먹구름을 한탄하며 출발했던 지난 8월9일, <시사저널> 취재진은 고속철을 타고 불과 세 시간 후에 도착한 해운대 바닷가의 전혀 다른 풍경에 압도당했다.

해운대에 도착한 관광객이 해수욕장 중앙 입구로 들어서게 되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 의례 같은 절차가 있다. 누군가가 다가와서 “파라솔 필요하지 않으세요?”라고 묻는다. 호객꾼이다. 이들은 피서객에게 다가와 파라솔을 권한다. 해운대 해수욕장은 대략 2백~3백개의 파라솔을 꽂을 수 있는 20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각 구역마다 꽂힌 파라솔의 디자인 및 색상이 서로 달라 구역의 경계가 명확하다. 각 구역에는 통일된 디자인의 가격표가 깃발처럼 휘날리고 있다. 가격표에 따르면 파라솔, 비치 베드, 튜브, 구명 조끼를 각각 5천원에 빌릴 수 있다. 해운대 해수욕장의 규정 요금이다. 규정 요금을 알리는 깃발에는 ‘상이군경회’ ‘자율방재단 후원회’ 등과 같은 단체 이름이 작게 표시되어 있었다.

해운대 해수욕장에 있는 20곳의 피서용품 대여소는 구청이 직접 운영하지 않는다. 구청장의 허가를 받은 해운대구 지역 단체들이 운영하고 있다. 해마다 1천만명 이상이 몰려드는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올해 파라솔 등 피서용품을 대여하는 단체는 해병대전우회, 대한민국상이군경회, 청소년지도위원회 등 모두 20곳이다. 공공의 재산인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여름 한철 동안 막대한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혜택’이다. 해운대구의회의 한 관계자는 “새마을협의회의 경우는 20년 동안 탈의장 영업만 해서 7억~8억원의 기금을 모은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해운대구청이 피서 물품 대여에 참가할 단체의 신청을 받는 시기는 해수욕장 개장을 앞둔 5월이다. 영업이익이 크다 보니 신청 경쟁 역시 치열할 것은 자명하다. 취재진은 구청의 업체 선정 절차가 자못 궁금했다.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봉사활동 실적이라든지, 단체 성격 등 배점 기준에 여러 항목이 있다. 이를 전반적으로 총합해서 ‘해운대구해수욕장운영위원회’에서 선정한다”라고 설명했다. ‘해운대구 해수욕장 관리 조례’에 따르면 피서 물품 대여업을 하고 싶은 관리 단체는 구청장으로부터 대여업에 대한 운영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여기에서 관리 단체란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공익 봉사단체’로 정의하고 있다.

해운대 해수욕장에 들어서고 싶어 하는 단체는 많을 수밖에 없다. 이곳에서 한철 장사를 제대로 한다면 새마을협의회처럼 꽤 많은 금액을 비축할 수 있다. 운영비에 목말라 하는 단체들에게는 단비가 된다. 하지만 선정된 단체들의 성격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해운대 피서 물품 대여업을 주름잡고 있는 곳을 살펴보면 이른바 ‘관변 단체’라고 불리는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다. 파라솔 대여를 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데는 구청과의 관계가 돈독할수록 유리할 수밖에 없다. 진보신당 소속 박욱영 해운대구의원은 “이 영역은 관변 단체들이 독점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구청에서 보조금도 받는데 이런 해수욕장 영업권까지 주는 것은 이중적인 특혜나 다름없다”라고 말했다.

허가 내준 구청에서도 매출액 파악 못 해

▲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이 물놀이 용품을 빌리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시사저널>은 ‘2009~11년 파라솔 운영 단체 선정 현황’을 입수했다. 단체 리스트를 살펴보면 지난 3년간 줄곧 운영권을 따낸 단체는 모두 11곳이다. 해변상우회, 해운대구 장애인협회, 모범운전자회, 해운대소방서 의용소방대, 바다환경정화위원회, 해운대지구발전협의회, 해병대전우회, 청소년지도위원회, 해운대 해양구조단, HID한국재난구조단, (사)환경보호국민운동본부 해운대구지부 등 11개 단체는 지난 3년 동안 해운대 백사장에서 꾸준히 영업을 해왔다. 대한민국상이군경회처럼 해운대에서 운영을 하다 한 해 정도 인근 송정해수욕장으로 빠진 뒤 다시 해운대로 복귀하는 단체도 있었다. 올해 새로 이름을 올린 단체들은 자율방범대후원회, 친절교통봉사대, 해수욕장정화위원회 등이었다.

파라솔 대여업체로 지정된 단체는 구청에 이행 보증금과 청결 유지 비용으로 1천만원을 내야 한다. 청결 유지 비용은 해수욕장이 개장되는 동안의 청소 비용이다. ‘2010년 파라솔 단체 이행 보증금 및 청결 유지 비용 부과 내역’에 따르면 3백만~9백만원을 청결 유지 비용으로 냈다. 목이 좋은 곳일수록 청결 유지비는 더 높아진다. 이행 보증금은 돌려받기 때문에 백사장에 터를 잡는 데 드는 실제 비용은 평균 수백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파라솔과 튜브 등 피서용품은 단체들에서 준비하지만 이것 역시 크게 신경 쓸 것이 못 된다. 홍보 효과를 노리는 기업들이 스폰서를 제의하며 알아서 해결해준다. 한 단체의 관계자는 “백사장에 기업의 로고와 이미지가 파라솔 위로 깔리는 것이 얼마나 굉장한 일이냐.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제의를 해온다”라고 말했다. 허가만 나면 투자할 것은 거의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피서 물품을 대여하고 있는 단체들의 실제 매출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대여를 했던 단체들에게 문의해보았지만 예민한 반응만 돌아왔다. 올해도 해운대에서 대여업을 하고 있는 ㅊ단체 대표처럼 “세무서에 가서 알아봐라”라는 식이다. 하지만 세무서에 가서 알아본들 대부분 매출을 축소해서 신고했다는 것이 이 바닥의 중론이다.

막상 허가를 내준 해운대구청에서도 정확한 매출액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조차 “실매출이 얼마인지 정확히는 아무도 모른다. 자기들만 알지 절대 이야기 안 한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박욱영 의원은 지난해 행정사무감사 때 구청에 이들 단체에 관한 자료를 요청했다. 사업자등록증, 세금 액수, 임대를 통해 얻은 매출액, 이익의 사용처 등을 달라고 했지만 구청 쪽에서는 “해당 자료가 없다”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박의원은 “새마을 관련 단체의 경우는 그제야 부랴부랴 명단을 보내오던데 거의 70~80대 노인들이더라. 이들이 무슨 땡볕에서 영업을 하겠나. 전부 엉터리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럼 실제 매출액은 얼마나 될까. 일단 위치에 따라 매출액은 천차만별이다. 지난해 대여 단체에 선정되었던 ㅎ단체 대표는 “우리가 지난해 두 달 동안 벌어들인 순이익이 2백만원 정도인데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업체에서는 이틀이면 뽑는다”라고 말했다. 위치에 따라 수입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물론 현지 관계자들은 “아무리 목이 안 좋은 곳이라 하더라도 두 달 동안 순익이 2백만원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라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해수욕장 사정에 밝은 한 지역 인사는 “지난해 70일 정도 되는 영업일 동안 날씨가 매우 좋았다. 목 좋은 구역에서는 하루에 5백~1천만원 정도를 번다고 했다. 한 시즌에 2억~3억원 번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수치가 어떻게 나올까. 해운대의 한 비영리 단체 관계자는 “한 단체가 영업하는 하나의 구역에 파라솔(1회 5천원)을 2백개 꽂는다고 치자. 한 번 회전할 경우 하루 매출 100만원이 나온다. 하지만 파라솔 아래서 사람들이 하루 종일 누워 있을 수는 없다. 휴가철 대목인 7월 중순~8월 중순 사이에는 많으면 7~8번의 회전도 이루어진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사람 수대로 대여료를 받는 튜브나 구명 조끼까지 포함하면 더 큰 액수가 나온다. 이 관계자는 “인근 송정해수욕장에서 지인이 관여하는 대여업체의 경우에도 하루에 3백만~4백만원 이상이 들어왔다더라. 보통 송정과 해운대 매출 차이가 5배가 난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 해운대 해수욕장 내 피서용품 대여소 조감도 ① 해운대 바다 환경 정화 위원회  ② HID 한국 재난 구조단  ③ 환경 보호 국민 운동 본부④ 모범 운전자회  ⑤ 해운대 환경 포유회  ⑥ 수영강 생태 보존 협회  ⑦ 학교 폭력 근절 대책 위원회⑧ 해운대구 장애인협회  ⑨ 대한민국 상이 군경회  ⑩ 청소년 지도 위원회  ⑪ 해병대 전우회⑫ 방위 협의회 봉사회  ⑬ 해운대 지구 발전 협의회  ⑭ 자율방재단 후원회  ⑮ 해운대 해양 구조대 ⓒ네이버 지도

구청과 지역 단체의 연결 고리부터 끊어야

문제는 또 있다. 일부 단체의 경우 대여권을 개인에게 전매 또는 양도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33쪽 상자 기사 참조). 이들 단체가 매출을 정확하게 밝히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해운대구 조례 제10조 4항에 따르면, 운영권을 다른 사람에게 전매 또는 양도하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다. 공공의 자산인 해운대 해수욕장이 개인의 주머니를 채우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이지만 실상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해운대구의회에서는 해수욕장 수익 사업을 둘러싼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지난 4월 조례안을 개정했다. 4월18일 재향군인회 회원들의 반대 속에 이루어진 구의회 본회의에서는 현행 피서용품 대여권을 지정받을 수 있는 단체를 ‘지역 사회 공익 봉사단체’에서 ‘사회단체 보조금을 지원받지 않는 지역 사회 공익 봉사단체’로 변경하는 개정 조례안이 박욱영 의원의 주도로 ‘9 대 8’이라는 박빙의 차이로 통과되었다. 복마전의 출발점인 구청과 지역 단체의 연결 고리부터 끊어가겠다는 뜻이다.

이런 노력들이 해운대 해수욕장의 투명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지역 단체의 관계자는 “그동안 이런 복마전을 없애려고 제도를 여러 번 바꿨지만 결국은 잘 안 되었다. 노력은 매번 하지만 음성적인 진화가 더 빨랐다”라고 말했다. 이번 개정 조례안은 내년부터 적용된다.  


ⓒ시사저널 박은숙
부산 해운대구청으로부터 파라솔 등 피서 물품 대여업체로 선정된 단체들이 이른바 ‘대여권’을 개인에게 전매 또는 양도하는 불법 행위가 저질러지고 있는 정황을 <시사저널> 취재진은 포착했다. 운영권을 다른 사람에게 전매 또는 양도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여기에는 크게 두 부류가 있다. 하나는 애초부터 단체 뒤에 실제 영업권을 가져갈 사람이 있는 경우이다. 해운대를 기반으로 하는 토호 세력들이 단체 뒤에 있고, 운영권을 따내면 적당한 돈을 지급한 뒤 직접 대여 부스를 운영한다.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에서 만난 해운대구의 한 단체 대표는 이번 피서용품 대여에 참가서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파라솔 대여업을 하고자 하는 한 개인에게 계속 러브콜을 받고 있다. 적절한 금액을 줄 테니까 운영권을 따낸 뒤 자신에게 넘겨달라는 것이다. ㄱ단체 대표는 “단체는 운영권을 따는 대신 5백만~1천만원 정도의 돈을 받고 뒤로 빠진다. 그러면서 단체가 아닌 개인이 대여업을 인수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단체 내에 있는 회원에게 양도하는 경우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단체의 관계자는 해운대구 ㅈ단체의 예를 들었다. 그는 “ㅈ단체의 경우 사무장이 해운대 해수욕장 대여업 운영권을 가지고 있다. 단체를 위해서는 평소 하는 일이 없어도 사무장직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왜? 여름에 해수욕장 일을 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이 사무장이 해수욕장 한 시즌을 마치고 단체에 내놓는 돈은 5백만원. 나머지는 개인적으로 챙겼다는 주장이었다.

백사장에서 일하고 있는 관계자들에게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지난 3년간 해운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김 아무개씨(20)는 “단체가 하는 곳이 더 많은 것 같긴 한데 개인이 하는 곳도 있다”라고 말했다. 한 대여소의 운영 책임자인 박 아무개씨(60)는 자신의 모자 마크를 직접 가리키며 “우리는 우리가 직접 운영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단체가 개인에 전매·양도하는 것은) 위법이다. 내가 지금 여기서 말하면 내부 고발 하는 것이 된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현재 해운대에서 임대 운영권을 가지고 있는 단체의 대표는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 많이 있다. 우리 단체는 식구들이 운영하지만. 다른 단체에 대해 얘기하기는 좀 그렇다”라고 말했다.

관할 해운대구청 관광시설관리사업소 관계자는 “(단체의) 회원이 운영하는 것 외에는 없는 것으로 안다. 단체와 무관한 개인에게 그런 경우가 있다면 우리에게 말해달라”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수욕장 사정을 잘 아는 지역 인사는 “그런 개인(토호 세력)들도 다 해당 단체 회원으로 이름만 올리면 그만이다. 무관한 개인은 안 되고 단체와 관련된 개인은 괜찮다는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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