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해치는 ‘침입자’상처받기 전 쫓아내기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1.08.23 15:5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3가지 마음의 질병에 대해 제대로 알고 대처하는 법

▲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마음의 병 23가지보르빈 반델로 지음교양인 펴냄448쪽│1만8천원

지난 7월6일 한국인은 2018 동계올림픽 유치 장소가 평창으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활짝 웃었다. 바로 그날 뉴욕타임스에는 ‘자살률 1위 한국인, 정신과 치료는 기피’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에서 한국인은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높은 이혼율과 학생들의 학업 부담으로 인해 ‘국가적으로 신경 쇠약에 걸려’ 있었다. 게다가 “정신병자라는 사회적 낙인이 찍힐까 봐 치료를 기피한다”라며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꼬집었다.

먼 나라가 알 만큼 한국인의 정신질환 실태가 심각하다는 경종이 울린 것이다. 2010년 국회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는 1998년에 비해 2008년의 자살률은 41.3%, 알코올 중독증 환자는 44.9%, 우울증 및 조울증 등 기분장애는 47.6% 증가했다는 통계 분석 자료가 나왔다. 얼마 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우울증 환자의 85%가 치료를 받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러니 최근 자주 듣게 되는 뉴스가 자살 사건인 것이다. 연예인만 이슈가 아니다. 병영에서, 직장에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끊임없이 자살한 사람의 시신이 실려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마음의 병 23가지>를 알고 대처하면 자신과 가족을 살리고 주변 사람들도 살릴 수 있다고, 독일 괴팅겐 의과대학에서 정신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보르빈 반델로가 주장했다.

저자는 “세상은 심리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을 한심한 실패자라고, 자기 마음 하나 다스리지 못하는 ‘의지박약’이라고 보기 일쑤이다. 하지만 ‘마음의 병’은 결코 마음먹기에 달린 병이 아니다. 전문의의 상담과 치료가 꼭 필요한 질병이다. 위궤양이나 폐렴에 걸렸을 때 병원을 찾아가지 않는가? 마음의 병은 연령, 빈부,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이 불안장애·중독증·거식증·수면장애 같은 마음의 병을 앓는다”라고 말했다.

이 책에 따르면 마음의 병은 뇌의 화학 작용에 장애가 일어나 발생한다. 인간의 뇌에는 약 1천억개의 신경세포(뉴런)가 전선처럼 뒤엉켜 있다. 마음의 병은 신경세포 말단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 잘못 작용해 일어난다. 정신분열이나 중독증과 인격장애를 만들어내는 ‘도파민’, 우울증과 불안증을 유발하는 ‘세로토닌’, 치매를 불러오는 ‘글루타메이트’와 섭식장애를 만드는 ‘엔도르핀’은 자동차 부품들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들이 잘못 작용했을 때 마음의 병이 찾아온다.

저자는 “마음의 병은 우리 행위를 조종하는 뇌의 체계가 흐트러져 일어난다. 하루 종일 힘겹게 일한 뒤 푹신한 소파에 쓰러질 때 느끼는 만족감은 ‘보상 체계’가 자극을 받아 일어난다. 독사나 사나운 개를 만났을 때 느끼는 두려움이나 남에게 상처를 주었을 때 느끼는 죄책감 등은 ‘불안 체계’가 관리한다. 그리고 두뇌에서 이 두 가지 체계의 요구를 두고 지적 토론을 벌이는 곳이 ‘이성 체계’이다. 마음의 병은 두 가지 원초적 체계 중 하나가 이성을 제멋대로 지배할 때 나타난다. 불안 체계가 이성 체계를 이기면 살인을 저지를 수도 있으며, 보상 체계에 문제가 생기면 성욕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 성폭력을 저지르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우울증이 자살로 치닫고, 의사가 성폭력을 저지르고, 알코올 중독자가 살인을 저지르는 것은 모두 마음의 병을 제때 치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 같이 살려면 병원에 자주 가듯 마음의 병에 대해서도 소홀히 하지 말고 전문의나 치유 센터 등을 적극 활용해 치료에 힘써야 한다. 이 책은, 주위에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을 귀찮아하는 것은 살인 방조죄를 저지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하는 듯하다. 



▲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마라톤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황영조 선수(왼쪽)를 축하하는 손기정 옹. ⓒ연합뉴스

8월27일 열리는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가까워오면서 우사인 볼트 등 세계적인 육상 스타들의 방한 소식이 화제를 모았다. 달구벌을 달릴 마라톤에 대한 관심도 달궈지고 있다. 황영조 대한육상경기연맹 마라톤경보 기술위원장의 낯익은 얼굴을 주요 언론을 통해 심심치 않게 만날 수도 있다. 황위원장은 이번 대회의 마라톤 코스에 대해 설명하면서 무더운 날씨를 극복하는 것이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덧붙여 익숙하지 않은 변형 순환 코스의 특성에도 잘 대비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번 대회는 15km 구간을 두 바퀴 돈 뒤 12.195km를 더 도는 순환 코스를 채택했다. 황위원장은 “선수들 입장에서 많은 응원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폭염 속에서 체력적인 한계와 싸우며 출발점을 다시 지나는 동안 포기하고 싶은 욕망과도 싸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계선수권대회 마라톤 사상 역대 최고 온도를 기록했던 2007년 오사카 대회 때에는 남자 마라톤 선수 85명 중 28명이 기권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육상 전문 기자가 펴낸 <자유와 황홀, 육상>(알렙 펴냄)에서도 한국 마라톤의 역사가 소개되어 눈길을 끈다. 이 책은 선사 시대부터 미래의 육상 전망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대 육상의 시작부터 마라톤 중흥 시대까지, 아프리카에서 전세계까지 동서고금을 아울러 ‘인간이 달리고 넘고 던진다는 것’에 대해 말했다. 특히 이 책에는 한국 마라톤의 역사를 그 주인공들의 속마음까지 취재한 것을 바탕으로 상세히 기록해 감동을 준다.

“나라 없는 백성은 개와 똑같아. 만약 일장기가 올라가고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가 연주되는 것을 알았다면 난 베를린 올림픽에서 달리지 않았을 거야.” 손기정은 1936년 8월9일 베를린올림픽 시상대에서 시종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가슴의 일장기를 월계수 화관으로 가린 채. 그러면서 그 생애에 다시는 일장기를 달고 달리지 않으리라 굳게 맹세했다. 그리고 실제 광복이되기까지 단 한 번도 마라톤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손기정은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황영조가 1위로 결승선에 들어온 뒤 기진해 쓰러진 모습을 관중석에서 지켜보며 속울음을 삼켰다. “더 이상 여한이 없구먼. 이제는 맘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아”라며.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