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 물리는 ‘오바마 대항마’들
  • 한면택│워싱턴 통신원 ()
  • 승인 2011.08.2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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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들, 경선 앞두고 치열한 경쟁 벌여…롬니·페리·바크먼 ‘3강’에 페일린도 주목

민주당 소속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단임 대통령으로 만들어 버리고 백악관 주인이 되겠다는 공화당의 잠룡들이 물러설 수 없는 진검 승부에 돌입하고 있다. 아직도 첫 경선을 6개월이나 남겨두고 있어 갖가지 변수들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전은 초반부터 요동치고 있다. 특히 초반 선두 주자군을 형성하고 있는 3강 후보들이 ‘경제 살리기 적임자’ ‘티파티의 대표 주자’ 등의 자리를 놓고 구호가 겹치는 바람에 물고 물리는 각축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첫 경선을 6개월 앞두고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전에서는 메이저 후보 가운데 첫 중도 탈락자가 생겼는가 하면 새로운 3강 구도가 구축되었다. 첫 경선지 아이오와에서 지난 8월13일 실시된 비공식 예비 투표인 에임스 스트로폴 결과 새로운 선두 주자가 생긴 동시에 첫 중도 탈락자가 발생했다. 스트로폴에서 미셸 바크먼 연방 하원의원은 28.6%(4천8백23표)로 1위를 차지하며 선두 주자로 치고 나간 반면, 그녀에게 거의 절반인 13.6%(2천2백93표)로 3위에 그친 팀 폴렌티 전 미네소타 주지사는 다음 날 중도 포기를 선언했다.

경선 초반전이지만 공화당의 백악관행 레이스는 미트 롬니 전 주지사-릭 페리 현 주지사-미셸 바크먼 하원의원의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더해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의 가세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롬니와 페리 전·현직 주지사들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한 ‘경제 대통령’ 구호에서 겹쳐 치열한 경합을 펼치고, 페리와 바크먼 후보는 티파티의 몰표를 받기 위해 숨 막히는 선명성 경쟁을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페리 대 롬니 “내가 경제 대통령감이다”

▲ 미트 롬니 ⓒEPA연합

미국 경제가 다시 흔들리면서 2012년 백악관행 레이스에서도 누가 경제를 살릴 적임자이냐, 누가 경제 대통령감이냐가 최대 화두로 떠올라 있다. 특히 공화당 경선에서 초반 양강 구도를 구축하기 시작한 두 전·현직 주지사들 사이에 ‘경제 대통령’의 캐치 프레이즈가 겹쳐 날 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뒤늦게 출사표를 던지자마자 선두 주자군으로 급부상한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가 텍사스 주 경제의 호성적을 들고 나오자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등 라이벌들이 역공을 취하고 있다. 롬니 후보야말로 비틀대는 미국 경제를 일으켜 세울 적임자라는 메시지로 승부를 걸어왔는데 페리 주지사가 같은 무기로 도전하고 나서면서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

페리 텍사스 주지사는 불경기 후 이례적인 고용 확대를 주도하고 있는 텍사스 경제를 부각시키며 ‘경제 대통령’을 캐치 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다. 그는 아직 텍사스 경제의 호성적이 자신의 업적이라고 주장하지는 않고 있으나 ‘텍사스의 미라클(기적)’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텍사스는 2009년 6월 미국의 불경기 종료 후 회복시킨 미국 내 2백만개의 일자리 가운데 37%를 차지하면서 주목받아 왔다. 11년째 최장수 주지사를 맡고 있는 페리 주지사가 이를 무기로 삼아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페리 주지사가 경제 살리기를 내세워 뛰면서 롬니 전 주지사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롬니 후보는 벤처 캐피탈 회사를 경영했던 경험과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행정 경력을 무기로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경제 회복을 촉진시킬 ‘경제 대통령감’이라는 이미지로 승부를 걸어왔다.

그런 롬니 전 주지사를 향해 페리 주지사는 “기업 경영과 국가 경제는 다르다”라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롬니 후보는 텍사스 경제의 허와 실을 파고들고 있다.

페리의 등장에 롬니 후보가 일격을 맞은 것으로 보이지만 페리 주지사의 경제 대통령 구호도 수명이 얼마나 될지 의심을 사고 있다. 페리 주지사가 텍사스 경제 성적을 은근히 부각시키고 있으나 겉과 속이 다르다고 평가 절하하는 시각이 많아 얼마나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는 의문시되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텍사스에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냈다고 하지만 미국 전역에서 히스패닉을 중심으로 인구가 가장 빠르게, 많이 증가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기름값 상승으로 막대한 이익을 본 석유와 가스업계에서 주 전체 고용 증가의 13%를 차지했고, 최저 임금 노동자의 비율이 미국 전역에서 가장 높아 고임금·고숙련 일자리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바크먼 대 페리 “티파티 대표 주자는 나야 나”

▲ 릭 페리 ⓒAP연합
내년 2월6일 첫 경선을 치를 아이오와 주에서 지난 8월13일 맞부딪힌 미셸 바크먼 하원의원과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는 풀뿌리 보수주의 운동인 ‘티파티의 대표 주자’ 자리를 놓고 혈투를 벌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두 후보들은 지난 14일 아이오와에서 동시에 티파티와 보수파 등 비슷한 지지 계층을 상대로 선거 자금 모금 행사를 가져 밀릴 수 없는 한판 대결에 돌입한 모습을 보였다.

바크먼 여성 하원의원은 자타가 인정하는 티파티의 대표 주자라는 위상을 갖고 있다. 티파티가 요구하는 ‘낮은 세금, 작은 정부’를 관철하려는 대중 운동에 앞장서면서 자주 언론에 등장하다 보니 티파티의 대변자처럼 되어 있다.

페리 주지사는 티파티 회원들의 지지표를 결집시킬 수 있는 후보로 거명되어 왔다. 그는 태생적으로 티파티와는 거리가 먼 후보로 보였지만 최근 그가 내건 정책 구호는 티파티와 거의 같은 것이었다. 그렇다 보니 페리 주지사가 티파티의 지지를 받아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어서 누가 티파티의 적통인지를 놓고 바크먼 의원과 페리 주지사가 숙명적인 대결을 벌일 수밖에 없으며 둘 중 하나는 물러서야만 하는 운명을 맞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하지만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에게는 숨기고 싶은 과거와 앞뒤가 맞지 않는 기록들이 있다. 페리 주지사는 요즘 누구보다도 강력한 티파티 후보인 것처럼 과격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는 워싱턴 정치권이 국가 디폴트를 볼모로 잡고 벼랑 끝까지 대치했던 적자 감축 투쟁 과정에서 “정부 채무 한도를 올리지 않아도 미국은 디폴트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라며 티파티와 똑같은 주장을 폈다. 그는 이어 워싱턴 정치권이 너무 예산을 물 쓰듯해 미국 국민들을 정부의 노예로 만들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페리 주지사의 이같은 주장이나 구호는 누가 봐도 티파티의 대표 주자임에 손색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구호와는 정반대의 기록을 갖고 있다. 워싱턴을 국민의 세금을 물 쓰듯 쓰는 ‘빅 스펜더’라고 맹비난하고서는 오바마 경기 부양책에서 64억 달러나 받아 썼다. 이것은 미국 전역에서 세 번째 많은 액수이자 텍사스 주 정부 예산의 37%나 차지하는 것이다. 연방 지원금이 바닥나자 텍사스 주정부의 재정은 2백70억 달러의 막대한 적자로 돌아서고 있다.

게다가 그는 화재로 보수 중인 주지사 관저를 대신할 임시 주거지로 한 달에 1만 달러나 되는 호화 주택을 빌려 개인적으로도 낭비벽 심한 빅 스펜더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페리 주지사는 이와 함께 이전에는 민주당원이었다가 1989년에 공화당으로 말을 갈아타 공화당 보수파 본류로부터 성분을 의심받고 있다. 티파티의 텍사스 지도부마저 “페리 주지사의 구호는 분명 티파티 것인데 그의 실적과 기록은 민주당 것과 너무 비슷하다”라면서 공개적으로 강한 의구심을 표명하고 있다.

▲ 미셸 바크먼 ⓒAP연합

공화당 보수파 본류나 공화당 진영에서 정책을 좌지우지하기 시작한 티파티 세력들은 지지 후보를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트 롬니 후보나 릭 페리 후보 모두 강점을 갖고 있으면서도 심각한 취약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미셸 바크먼과 세라 페일린 등 두 여성 후보들에 대해서는 부통령 후보면 몰라도 오바마를 꺾을 공화당의 지도자감으로 판단하지는 않는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가 구호와 실적이 판이하다는 약점을 뛰어넘어 바람을 일으킨다면 2000년 그의 전임자인 조지 부시가 좋은 가문 때문에 공화당의 얼굴로 낙점되고 결국 대통령이 된 것과 같은 길을 따라갈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페리 주지사가 제2의 부시가 되기에는 너무 높은 장벽들이 나타나게 되고, 이것은 오바마의 재선 가능성을 키워 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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