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딥’에 가위눌리다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1.08.23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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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또다시 대폭락…시가총액 1천조원 선도 와르르 경제연구소마다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 앞다투어 내려

▲ 지난 8월19일 1,744.88로 내려앉은 코스피지수를 한국거래소 직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여름 ‘더블딥(경기 재침체)’ 공포가 한국 주식시장을 얼어붙게 했다. 8월19일 종합주가지수(코스피)는 전날보다 1백15.70포인트(6.22%) 폭락한 1,744.88에, 코스닥지수는 33.15포인트(6.53%) 추락한 474.65로 마감했다. 하루 변동 폭으로는 2008년 10월16일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1백26.50포인트, 2007년 8월16일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때 1백25.91포인트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컸다. 시가총액은 9백86조5천80억원으로 1천조원 선이 무너졌다. 한국거래소는 장 중에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 거래를 일시 제한하는 ‘사이드카’를 발동하기도 했다.

코스닥 시장의 스타지수 선물 거래를 5분간 정지시키는 서킷브레이커 조치도 내렸다. 시장 주도 세력인 외국인과 기관이 함께 팔아치웠다. 개인이 사들였지만 대폭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 한 해 한국 주식시장 상승을 주도했던 자동차·화학·정유의 주가가 가장 크게 떨어졌다.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중공업, LG화학 같은 대표 우량 종목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져내렸다. 52주 신저가 종목이 62개나 되었다.

세계 경제 침체 신호탄 올랐나

8월18일 뉴욕 주식시장에서는 위험 회피 성향이 뚜렷했다. 변동성지수 VIX는 35% 올라 42.67을 기록했다. 하루 상승 폭으로는 사상 여덟 번째로 컸다. 미국 주식시장을 강타한 경기 침체 우려는 그 다음 날 한국 주식시장에서 공포로 증폭되었다. ‘공포지수’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전날보다 34.67% 폭등한 41.91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미국 신용평가 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날보다 높았다. 지난 8월9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 50.11에 바짝 다가섰다. 한국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 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치솟았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지면 세계 경제가 동반 추락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되었다. 미국 7월 소비자 물가지수가 크게 올랐다. 생산과 고용 지표는 예상치보다 낮아졌다. ‘미국 경제가 더블딥에 빠진 것이 확인된 것이 아니냐’라는 공포가 삽시간에 퍼졌다. 이 와중에 유럽계 은행의 유동성이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유로화 가치가 떨어졌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선진국 경기가 동반 침체하면 타격이 심각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 낮아지면 한국의 성장률은 0.4%포인트 떨어진다.

이로 인해 경제연구소마다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내리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미국 경기 침체와 달러화 약세로 한국의 수출이 위축되면서 성장률이 당초 예상치인 4.3%보다 0.2~0.3%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은 ‘성장률이 4%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8월 셋째 주 주식 시장은 경기나 실적처럼 주식시장 흐름을 주도하는 본질 요소가 훼손될 수 있다는 공포가 지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주식시장 못지않게 외환시장도 공포에 빠졌다. 8월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3.40원 급등한 1천87.4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8월9일 이후 최고 수준이다. 시중 은행 외환 딜러는 “미국 경제 지표가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인 데 이어 코스피의 하락 폭이 6%를 넘어서자 손절 매수가 촉발되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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