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경영이냐, 효율적 시스템이냐
  • 김세희 기자 (luxmea@sisapress.com)
  • 승인 2011.08.2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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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게임의 양대 산맥’ 게임빌과 컴투스 스마트폰 효과 누리며 ‘승승장구’…같은 목표에 다른 행보 ‘눈길’

▲ (왼쪽)게임빌 송병준 사장 (왼쪽)ⓒ 뉴스뱅크이미지, (오른쪽)ⓒ 게임빌

모바일게임의 수요가 스마트폰으로 전이되면서 모바일게임 업체가 점차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피처폰에 공급되던 게임은 스마트 디바이스의 등장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여기에 해외 시장 진출까지 더해지면서 이미 물리적인 경계를 뛰어넘은 모양새이다. 국내 업체 중 눈에 띄는 곳은 게임빌과 컴투스이다. 모바일게임으로 이미 10년 넘게 터를 다져온 이들(게임빌은 2000년 10월, 컴투스는 1998년 7월 설립)은 최근 경기 불황 속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강력한 등장은 고스란히 매출로 이어졌다. 지난 8월8일 컴투스가 발표한 2011년 2분기 성적표를 보면 컴투스는 2분기에만 8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7% 늘어났다. 영업이익은 6억7천만원으로 20배 이상 뛰어올랐고, 순이익 역시 10억원을 기록하며 100%가 넘는 성장세를 보였다. 이에 앞서 지난 8월4일 공개된 게임빌의 2분기 실적 역시 불황을 잊은 호조세였다. 영업이익으로만 무려 98억원을 벌어들였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했을 때 34%, 올해 1분기에 비해서는 54% 증가한 수준이다. 영업이익(41억원)이나 순이익(38억원)도 컴투스를 크게 앞서며 국내 모바일게임의 선두 주자로 자리 잡았다.

쫓고 쫓기는 입장이지만 두 업체가 내놓은 성적표에는 공통점이 있다. 스마트폰 매출 증대가 가져온 눈에 띄는 성장세이다. 컴투스는 2011년 2분기 전체 매출 중 45억원 이상을 스마트폰을 통해 벌어들였다. 전체 매출 중 53%에 이르는 규모이다. 올해 1분기와 비교했을 때 41% 증가한 수치이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두 배 이상의 증가세를 보였다. 그동안 피처폰으로 공급되는 게임이 매출의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했다면 이제는 스마트폰이 그 규모를 역전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 (오른쪽)컴투스 박지영 대표이사 (왼쪽)ⓒ 컴투스, (오른쪽)ⓒ 컴투스

컴투스, 세계인의 취향에 맞게 글로벌 경영

스마트 디바이스를 전략적으로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컴투스는 지난 5월 ‘타워디펜스: 로스트 어스(Tower Defense: Lost Earth)’ 등 아이폰·아이패드용 신규 게임을 출시했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미국 앱스토어에서 장르별 인기 어플리케이션 1위에 오르고, 전체 유료 어플리케이션 순위 2위까지 올라갔다. 부동의 1위 ‘앵그리버드’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도 앱스토어 전체 유료 어플리케이션 1위에 오르며 글로벌 게임으로의 명성을 이어갔다.

컴투스의 박지영 대표는 “‘타워디펜스: 로스트 어스’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졌고 국내 개발자들과 함께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외국인 직원들도 함께 참여하는 등 다양한 세계인의 취향에 맞게 철저히 준비되었다”라고 말했다. 여세를 몰아 하반기에도 게임 출시가 예정되어 있다. 박대표는 “하반기에만 20여 개 가까이 출시될 컴투스의 스마트폰용 게임들 역시 이런 준비와 노력을 통해 나오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게임빌 역시 스마트폰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스마트폰 부문에서만 6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 가운데 62%에 달했다. 불과 몇 달 전인 1분기와 비교해도 1백20%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였다. 컴투스와 마찬가지로 해외에서의 선전이 밑바탕이 되었다. 게임빌의 신작 ‘콜로세움 히어로즈’는 애플의 미국 앱스토어 RPG 장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8월11일 기준). 게임빌이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데 중요한 교두보가 된 이 게임은 앱스토어 전체 유료 게임 순위에서도 단숨에 20위권에 진입했다.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연착륙에 성공한 것이다. 게임빌 관계자는 “애플 앱스토어 중 가장 큰 미국 시장에서 역할 수행 게임(RPG) 장르 상위 20위권에 절반가량의 게임을 올리며 해외 시장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다”라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게임빌과 컴투스는 해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스마트폰 게임 매출을 전체 매출액의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피처폰 게임 매출이 감소하고 스마트폰 게임 매출이 상승 가도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스마트폰 게임 중심의 매출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마련된 셈이다.

양사 모두 스마트폰 게임으로의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목표도 같다. 신규 대작 게임으로 글로벌 시장을 섭렵하겠다는 목표는 일정 부분 현실화되고 있다. 그런데 이토록 팽팽해 보이는 두 업체 사이에서 게임빌이 상대적으로 우세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비단 매출이나 영업이익의 차이 때문만은 아니다. 박지영(컴투스)·송병준(게임빌) 두 대표의 서로 다른 행보가 새삼 업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2011년 2분기를 기준으로 두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게임빌이 41%에 이르는 반면 컴투스는 8%에 그쳤다. 이유가 무엇일까? 두 업체의 운영 방식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인력 운용 면에서는 그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컴투스의 경우 직원이 3백50여 명에 이른다. 글로벌 경쟁에 대비해 올해까지 4백여 명으로 늘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 반면 게임빌은 1백50여 명의 직원으로 꾸려져 있다. 예년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는 규모이다. 게임빌 관계자는 “수년간 모바일게임을 개발하면서 겪은 시행착오를 통해 현재 인원으로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라고 밝혔다.

게임빌, 외부 유능한 개발사들과 협력

이러한 인력 운용에는 사업 수행 방식도 영향을 미쳤다. 스마트폰용으로 출시된 게임들을 보면 컴투스는 ‘타워디펜스’ 등 다섯 개 게임을 자체 개발해 출시했지만 게임빌은 퍼블리싱에 더욱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게임빌은 지난 6월 이미 “외부 개발사에 100억원을 투자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언급된 ‘콜로세움 히어로즈’도 국내 개발사인 코코소프트와 손잡고 개발한 사례이다. 송병준 게임빌 대표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글로벌 오픈마켓 환경으로 전환됨에 따라 외부의 유능한 개발사들과 적극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부분 유료화 전략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부분 유료화는 무료로 게임을 제공한 뒤에 아이템 판매 등 게임 내 유료화 장치를 구성해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컴투스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 게임을 제공하는 동시에 게임의 특성에 따라 고가 전략을 펴고 있다. ‘이노티아3’ ‘홈런 배틀 3D’와 같은 RPG 게임이나 스포츠 게임 등 일부 게임의 경우 4.99달러에 판매한다. 소수의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있는 게임에는 게임 내 유료화 장치보다 처음부터 유료로 판매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캐주얼 게임이나 소셜 게임과 같이 이용자 폭이 넓은 게임은 대부분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이에 반해 게임빌은 지난 5월 말부터 해외 유료 게임에 0.99달러 전략을 도입했다. 무료 게임들에 매출 상위 순위가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게임빌 관계자는 “유료 어플리케이션 시장 규모는 성장률이 매우 낮은 편인 반면 무료 어플리케이션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라며 무료 정책의 취지를 설명했다.

현재 국내의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마켓의 게임 항목은 닫혀 있다. 스마트폰 게임이 공급되는 통로는 T스토어나 올레마켓뿐이다. 모바일게임 업체들이 해외 매출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컴투스의 경우 국내 스마트폰 게임 매출 비중은 27%에 불과하다. 강희원 컴투스 경영기획실 전략홍보팀 팀장은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안드로이드마켓의 게임 카테고리가 국내에서도 열린다면 국내 스마트폰 게임 매출 비중도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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