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향한 종편의‘대공습’ 시작됐다
  • 반도헌│미디어평론가 ()
  • 승인 2011.08.2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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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와 CJ E&M, 유명 PD 앞세워 강호동·유재석 영입 나서

▲ (왼쪽)강호동, (오른쪽)유재석. (왼쪽)ⓒ 시사저널 임준선, (오른쪽)ⓒ SBS 제공

일요일 오후 안방극장의 웃음을 책임져온 국민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이 4년 만에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KBS 2TV의 <1박2일>을 위기에 빠뜨린 장본인은 지상파 경쟁사인 MBC와 SBS의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핵심 멤버 강호동이다. 다른 지상파 방송사의 온갖 노력에도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프로그램의 위상이 국민 MC 강호동의 이탈 가능성으로 하루아침에 흔들린 것이다.

강호동의 <1박2일> 하차 의사 표명은 내년 1월1일 개국을 준비하고 있는 종합편성 채널(이하 종편)과 맞물려 있다. 한때 ‘종편행’이 각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강호동의 행보와 관련해 종편의 움직임이 관심을 받았다. 이같은 종편의 움직임은 유명 예능 PD 출신인 주철환 jTBC(중앙일보 종편) 본부장의 발언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강호동 하차설이 공개된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강호동·유재석 등과 접촉했으며 출연 성사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종편과 더불어 케이블TV업계를 장악하고 있는 CJ E&M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CJ E&M은 jTBC와 함께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 영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방송업계에서는 CJ E&M의 행보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종편 간 인수·합병을 노리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종편이 과다 선정되면서 도태될 사업자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이들을 노리고 있는 또 하나의 잠재적 종편 사업자라는 것이다. CJ E&M의 한 제작진은 “회사 차원에서 종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것은 없다. 하지만 내부 구성원 사이에서는 언젠가는 종편을 인수하지 않겠느냐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강호동의 움직임은 대이동의 시작에 불과”

지금까지는 종편의 영입전이 제작진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던 것이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주철환 본부장을 비롯해, <무한도전>과 <황금어장>을 기획한 여운혁 PD, <위대한 탄생>의 임정아 PD 등이 jTBC를 선택했고, 이명한·신원호·이동희·김석현 PD 등 KBS의 최고 예능 프로그램인 <해피선데이>
<해피투게더> <개그콘서트> 출신들이 CJ E&M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은 모두 제작·기획·섭외 능력을 두루 갖춘 지명도 있는 PD들이다. 최근에는 인기 프로그램 조연출로 연출 역량을 닦아온 젊은 PD들의 종편 이동 소식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업계에서만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강호동 하차설 이후 지상파를 향한 ‘종편의 전면전’ 공격이 이제 대중의 관심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방송가에서는 강호동의 움직임이 대이동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톱스타급 연예인들의 종편행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먼저 영입된 PD들이 톱스타 영입 경쟁에서 전면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어가면서 쌓은 인간관계와 프로그램에 대한 공감을 무기 삼아 톱스타 잡기에 돌입한 것이다. 특히 현재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을 장악하고 있는 강호동·유재석 두 국민 MC의 행보는 향후 종편 프로그램이 완전한 진용을 다 갖추기까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종편 사업자들의 관심이 큰 분야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보도·교양·드라마 등 다른 영역에서도 영입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질에서나 양에서나 예능 프로그램 관계자의 영입이 압도적이다. 종편이 예능 프로그램에 집중하는 이유는 효율성에 있다. 예능 프로그램은 투입되는 제작비가 적은 반면 시청률은 상대적으로 높다. <1박2일>과 <무한도전>이 케이블채널 재방송을 장악했을 정도로 재방송에 대한 시청률도 높게 형성된다. 시청률은 곧 광고 수익과 연결된다.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제작비가 1억원을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성공한 프로그램의 경우 5~6배의 광고 수익을 거두고 있다.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정착만 하면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1박2일>과 <무한도전>은 수년 동안 황금 시간대에서 최고의 시청률로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다. 방송국으로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예능 프로그램의 성공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예능 공략으로 종편 위상 급상승 노려

인기가 많은 만큼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도 예능 프로그램이다. 일요일 오후 시간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년 동안 수십 개의 포맷을 교체해온 MBC <우리들의 일밤>이 대표적이다. <나는 가수다>가 자리를 잡기까지 일요일 오후 시간대는 MBC 예능 프로그램의 무덤으로 불릴 정도로 수많은 프로그램이 명멸했다. 예능 프로그램을 성공시키기 위한 지름길이 톱 MC 영입이다. 국내 예능 프로그램은 강호동·유재석 두 MC가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들을 영입할 수 있는지에 프로그램의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을 영입하는 것은 종편의 위상 자체를 올리는 데도 중요하다. 위상을 끌어올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갖는 것은 새롭게 출범하는 방송사가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제이다. 민영 방송사 SBS가 기존 지상파 방송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개국 직후 총력을 기울인 것도 바로 예능과 드라마 쪽이었다. 이전까지 케이블채널은 이른바 ‘마이너’ 취급을 받아왔다. ‘케이블 출신’이니, ‘지상파 진출’이니 하는 용어가 회자되는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종편이 출범하더라도 톱스타를 영입하지 못하게 되면 케이블이 가지고 있던 위상과 큰 차이를 갖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특급 MC인 강호동·유재석을 영입한다면 종편은 메이저 방송사로서의 입지를 단박에 굳힐 수도 있다. KBS의 한 제작 PD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포맷의 힘도 무시할 수 없지만, 아직까지는 MC의 영향력이 더 강력하다. 강호동과 유재석이 빠지면 예능 프로그램 판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다. 이들이 종편으로 이동한다면 앞으로의 일을 장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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