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 검사’ 전성시대 다시 활짝 열렸다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1.08.2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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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 라인의 키를 움켜쥔 권재진 법무부장관과 한상대 검찰총장이 정권 말기 관리를 위해 ‘공안 정국’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는 권장관과 한총장이 취임과 동시에 단행한 검사장급 간부 인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

장면1.

지난 8월4일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열린 한상대 검찰총장 내정자 인사청문회장. 병역 면제와 위장 전입 문제 등으로 여야 의원들의 호된 질책이 쏟아지자 한상대 내정자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울먹이기까지 했다. 그랬던 한내정자가 갑자기 돌변했다. 권성동 한나라당 의원이 검찰이 종북(從北) 지하당으로 규정한 이른바 ‘왕재산 사건’에 대해 질의하자, 그는 작심한 듯 “17년 만에 거둬들인 결과이다. 아주 공을 많이 들였다. 공안이 약해졌지만 지금 많이 회복했고, 더욱 역량을 강화하도록 할 것이다. 그동안 북한과 연계된 간첩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 실적이 미진했던 것이 맞다. 이제는 그런 일이 없고 공안 역량 강화를 위해 인력을 보강하고 체제를 정비해 공안 수사 활동을 더 강력히 할 생각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장면2.

8월12일 오후, 대검찰청 강당에서 열린 제38대 검찰총장 취임식장. 한상대 신임 검찰총장은 자신이 직접 작성한 취임사를 읽어나갔다. 그는 △부정부패 △종북·좌익 세력 △검찰 내부의 적 등 3대 적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특히 “이 땅에 북한 추종 세력이 있다면 이는 마땅히 응징하고 제거되어야 한다. 공안 역량을 정비하고, 일사불란한 수사 체제를 구축해 적극적인 수사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종북주의자들과의 싸움에서는 결코 외면하거나 물러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에 대한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는 국가적 불행이다. 북한을 추종·찬양하고 이롭게 하는 집단을 방치하는 것은 직무유기이다”라는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순간, 취임식에 참석한 검사들이 웅성거렸다.

 

▲ 8월12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한상대 신임 검찰총장과 검찰 직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대 신임 검찰총장의 ‘종북·좌익 세력 응징·제거’ 발언으로 갑자기 ‘공안 정국’ 논란이 재연되는 데 대해 이를 심상찮게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이 많다. 한총장 개인의 즉흥적인 소신이라고만 보기에는 그 발언 강도가 너무 세다는 것이다. 권재진 신임 법무부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등에 업고, 사실상 현 정부 집권 말기 사정 당국의 컨트롤타워 책임을 부여받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즉, 한총장의 공안 정국 분위기 조성은 이명박 정부가 정권 말기를 관리하기 위한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당장 야권과 시민단체 등에서 강하게 반발했다. “진보 정당과 야당에 대한 선전 포고이다” “구시대적 색깔론이다” “공안 탄압의 신호탄이다”라고 성토했다.

취임식이 끝난 지 불과 나흘 후인 8월16일, 한총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종북·좌익 세력과의 전쟁 의지가 겉으로 드러났다. ‘권재진 장관-한상대 총장’ 체제가 들어서자마자 단행된 검찰 고위 인사에서 공안 출신 간부들이 대거 약진한 것이다. 이번 검사장급 인사에 대해 대다수 언론은 현 정권의 ‘인사 코드’인 대구·경북(TK) 및 고려대 출신들에 주목했다. TK와 고려대 출신이 주요 보직에 전진 배치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세력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바로 ‘공안통’의 대약진이다. <시사저널>은 법무부가 8월22일자로 승진·전보 인사를 단행한 검사장급 이상 52명의 검찰 경력을 면밀히 분석했다. 그 결과, 52명 중 무려 21명이 ‘공안 출신’ 고위 간부들로 채워진 것으로 확인되었다(아래 표 참조). 공안부는 대공 사건뿐 아니라 선거와 노동, 학원, 종교, 정치 사건 등 그 수사 영역이 광범위하다. 

 

‘공안 출신’ 법무부장관 및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
직책  이름
(나이·사법시험 회수)
출생지  공안 경력 
법무부장관  권재진 (58·20회) 대구  1993.09 - 1996.07 수원지검 공안부 부장검사
2005.04 - 2006.02 대검 공안부 부장 
대검 차장  채동욱 (52·24회) 서울  1994.09 - 1996.02 서울지검 공안2부, 강력부 검사
법무연수원장  노환균 (54·24회) 경북 상주  1999.06 - 2000.02 창원지검 공안부 부장검사
2002.08 - 2003.03 대검 공안1과 과장
2009.01 - 2009.08 대검 공안부 부장
서울고검장  안창호 (54·23회) 대전  2003.04 - 2005.04 대검 공안기획관
광주고검장  김학의 (55·24회) 서울  1999.09 - 2001.06 수원지검 공안부 부장검사
2005.04 - 2006.02 대검 공안기획관 
서울남부지검장  김수남 (52·26회) 대구  2001.06 - 2002.02 광주지검 공안부 부장검사
의정부지검장  박청수 (53·26회) 경북 경산  2001.06 - 2002.02 울산지검 공안부 부장검사
2002.02 - 2003.03 부산지검 공안부 부장검사
2003.04 - 2003.08 수원지검 공안부 부장검사
2003.08 - 2004.06 대검 공안2과 과장
2004.06 - 2005.04 대검 공안1과 과장
2005.04 - 2006.02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부장검사
2007.03 - 2008.03 대검 공안기획관
수원지검장  한명관 (53·26회) 충남 연기  2001.06 - 2002.08 대검 공안3과 과장
대전지검장  정동민 (51·26회) 부산 기장  2002.08 - 2003.08 대구지검 공안부 부장검사
2003.08 - 2004.06 수원지검 공안부 부장검사
대구지검장  신종대 (51·23회) 경남 거제  2000.03 - 2001.06 창원지검 공안부 부장검사
2006.02 - 2007.03 대검 공안기획관
2009.08 - 2011.08  대검 공안부 부장
광주지검장  주철현 (52·25회) 전남 여수  2001.06 - 2003.03 대검 공안2과 과장
전주지검장  임권수 (53·26회) 전남 화순  2002.02 - 2003.03 대전지검 공안부 부장검사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조성욱 (49·27회) 부산  2003.04 - 2004.06 울산지검 공안부 부장검사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  김희관 (48·27회) 전북 익산  2008.03 - 2009.01 대검 공안기획관
대검 기획조정부장  정인찬 (47·28회) 부산  2003.04 - 2004.06 대전지검 공안부 부장검사
대검 강력부장  김영한 (54·24회) 경북 의성  1999.06 - 2000.07 대구지검 공안부 부장검사
2000.07 - 2001.06 대검 공안3과 과장
2001.06 - 2002.08 대검 공안1과 과장
2003.04 - 2003.08 서울지검 공안1부 부장검사 
대검 공안부장  임정혁 (55·26회) 서울  2002.02 - 2002.08 대구지검 공안부 부장검사
2002.08 - 2003.03 대검 공안3과 과장
2003.04 - 2003.08 대검 공안2과 과장
2004.06 - 2005.04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 부장검사 
서울고검 공판부장  오세인 (46·28회) 강원 양양  2004.06 - 2005.04 대검 공안2과 과장
2007.03 - 2008.03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부장검사
2009.01 - 2009.08 대검 공안기획관
부산고검 차장  강경필 (48·27회) 제주  2006.02 - 2007.03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부장검사
서울중앙지검 1차장  송찬엽 (55·27회) 전북 부안  2005.04 - 2006.02 대검 공안1과 과장
2006.02 - 2007.03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부장검사 
사법연수원 부원장  이재원 (53·24회) 광주  2003.04 - 2004.01 서울지검 공안2부 부장검사
2004.02 - 2004.06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 부장검사 

 


‘종북·좌익 세력과의 전쟁’ 겨냥한 진용 구축

 

▲ 이명박 대통령이 8월12일 권재진 법무부장관(오른쪽)과 한상대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함께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당장 ‘실질적인’ 검찰 인사권을 쥐고 있는 권재진 장관부터가 공안 출신이다. 권장관은 1993년 9월부터 1996년 7월까지 3년 가까이 수원지검 공안부 부장검사로 재직했고, 2005년 4월부터 1년여 동안 대검 공안부장을 지냈다. 하지만 정작 공안 논란에 불을 지핀 한총장은 단 한 번도 공안 부서에서 근무한 적이 없었다.

그런 한총장 대신 ‘종북·좌익 세력과의 전쟁’에서 야전사령관을 맡게 될 대검 공안부장으로 임정혁 대구고검 차장검사가 기용되었다. 검찰 안팎에서 임부장의 기용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하마평이 한창 오르내릴 때도 그는 거의 거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대검 공안부장은 핵심 보직으로 꼽히는 자리이다. 때문에 TK 출신이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막판에 서울 출신인 임부장이 낙점되었다. 이런 배경에는 대표적인 ‘공안통’이라는 점이 강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김준규 전 검찰총장의 후임으로 유력했던 노환균 법무연수원장 역시 대검 공안1과장, 창원지검 공안부장, 대검 공안부장 등을 거친 공안통으로 꼽힌다. 검찰 내에서는 ‘정통 공안’으로 불릴 만큼 강골로 통한다. 안창호 서울고검장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대검 공안기획관으로 근무한 바 있다. 안고검장은 검찰 내에서 남북 관계 문제에 정통하다는 평이다. 1999년 법무부 특수법령과장 재직 당시 남북 경협 합의 때 남측 실무 대표로 참여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으로 재직하던 2006년에는 검찰이 ‘2000년 6·15 선언 이후 최대 간첩 사건’이라 규정했던 ‘일심회 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이번에 고검장으로 승진한 여섯 명 가운데 김학의 광주고검장은 3년 정도 공안부에 몸담은 경력이 있다. 특히 김학의 고검장은 대검 공안기획관과 법무부 검찰3과장 등 핵심 공안 보직을 두루 거친 대표적인 ‘공안통’으로 불린다. 박청수 의정부지검장은 2001년 6월부터 2008년 3월까지 울산, 부산, 수원, 서울 등 전국을 돌며 7년 동안 공안 검사로 이름을 떨쳤다. 신종대 대구지검장도 창원지검 공안부 부장검사와 대검 공안기획관을 거쳤고, 2009년 8월부터 이번에 대구지검장으로 오기 직전까지 대검 공안부장을 맡았다. 사정 당국의 한 관계자는 “1970~80년대 군사 정권 시절 전성기를 누렸던 공안 검사의 전성시대가 다시 열렸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한상대 총장의 종북·좌익과의 전쟁을 뒷받침할 만한 검찰 수뇌부의 진용이 구축된 셈이다. 검찰 내에서 한총장은 지난 2009년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할 때까지 크게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 아니었다. 그런 그가 공안 사정 한파를 예고하는 듯한 초강경 발언을 쏟아낸 까닭은 무엇일까. 기자는 최근 한때 한총장의 ‘상관’이었던 법조계 유력 인사를 만났다. 이 인사는 “한총장은 그동안 종북·좌경 세력이 드러내놓고 활동하면서 그 숫자가 크게 늘어났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 자기 나름대로 오랜 생각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한총장의 취임사는) 우리 헌법에 규정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수호하자는 의미에서 원론적으로 얘기한 것으로 본다. 대공 공안이 무너졌다는 위기의식에서 한총장이 발언했지만, 그것이 시대정신에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총장 취임 직전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터진 ‘왕재산 사건’과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등 굵직한 공안 사건 수사를 지휘하면서 공안 강화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공안 검찰 위상, 현 정부에서 다시 높아져

 

▲ 임정혁 신임 대검찰청 공안부장 ⓒ연합뉴스

 

‘공안 정국’ 움직임은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 “공안 검찰이 강화되고 공안 통치가 부활했다”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안부장’ 출신인 한 원로 변호사는 8월16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1970~ 80년대에는 공안 사건이 1년에 20~30건이나 되었다. 당시 검찰 인사에서는 공안부에서 공안 검사를 먼저 뽑은 다음 특수부에서 뽑는 것이 관례였다. 공안 검사가 가장 우선이었다. 그랬던 공안부가 크게 위축된 계기는 1987년의 박종철군 고문 치사 사건이었다. 당시 검찰과 경찰이 국민들로부터 지탄받으면서 (공안 검찰이) 와해되었다. 공안 검사는 변방으로 보내졌고 홀대를 받았다. 그 뒤로는 소생하지 못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공안 분야를) 좋아하지 않았다. 국가보안법도 거의 무력화되었다. 요즘 간첩 단속이 거의 없어진 것과 무관치 않다. 그렇다고 해서 간첩이 없어진 것도 아니지 않느냐.” 

대검 공안부는 당초 4개과로 구성되었다가 김영삼 정부 때인 1994년 공안 4과가 폐지되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에는 공안 3과와 함께 전국 15개 지검 공안과가 사라졌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안 검찰의 위상이 다시 높아졌다. 2009년 당시 임채진 검찰총장은 신년사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인하면서 친북 좌익 이념을 퍼뜨리고 사회 혼란을 획책하는 우리 사회의 친북 좌익 세력을 발본색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9년 대검 공안3과를 부활시켰고 예산도 늘렸다. 또한 집회와 시위에 대해 엄정한 대처 방안을 담은 ‘2009년 공안부 운영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2009년 자생적 사회주의를 표방한 사회주의노동자연맹(사노련)을 결성한 혐의로 입건된 연세대 오세철 명예교수 등 8명에 대해 범죄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법원이 두 차례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그럼에도 검찰에 의해 불구속 기소되어 국가보안법 수사가 본격적으로 재개되었다. 2010년에도 민노당에 가입해 당비 또는 후원금을 낸 혐의로 전교조 교사와 전공노 공무원들을 정치자금법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사법 처리하기 위해 검찰의 지휘하에 민노당 및 전교조 등에 대한 경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 및 소환 조사가 있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공화국, 대한민국>에서 ‘통일에 관심을 갖거나, 남북 대결보다는 남북의 화해·협력을 주장하고, 정부의 통일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 꼭 통일 문제가 아니어도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들을 이제 다시 친북 좌파나 불순 세력으로 낙인찍고 사법 처리 대상으로 삼는 어둠의 시대가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법조 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총장이 종북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현재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대형 공안 사건’은 없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총선과 대선 등 대형 정치 일정을 앞두고 한총장이 ‘공안 부활’을 선언하면서 공안 정국의 먹구름이 서서히 몰려오고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그 과정에 검찰의 공안 출신 고위 간부들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한총장 앞 ‘부산저축은행 걸림돌’ 치우기, 박태규 ‘입’에 달렸다

‘부정부패’ ‘종북·좌익 세력’ ‘검찰 내부의 적’ 등 3대 적과의 전쟁을 선포한 한상대 신임 검찰총장 앞에 현재 가로놓인 최대 장애물은 바로 저축은행 비리 수사이다. 전임 김준규 총장 시절부터 대검 중수부가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만한 ‘대어’가 낚이지 않았다. 국회가 국정조사에 나섰지만, 여야가 증인 채택 문제로 옥신각신하다 문을 닫았다.

국민적인 불신을 받고 있는 지금의 검찰이 정치권을 향해 마음껏 칼을 휘두르기 위해서는 여론의 뒷받침이 절대적이라는 점을 한총장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한총장은 부산저축은행 수사에 대한 부담감이 강하다. 새로운 검찰총장으로 취임했는데도, 수사 성과가 없으면 ‘그것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느냐’라는 비난과 함께 향후 자신의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하루빨리 수사를 종결짓고 싶어 하는 의지가 강하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한총장은 대검 중수부와는 별도로 ‘부산저축은행 사건 별동대’를 꾸렸다. 그것도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검찰총장 임명장을 받기 이전이었다. 검찰은 현재 캐나다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진 부산저축은행의 정·관계 핵심 로비스트 박태규씨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검찰 수사관 7명으로 ‘별동대’를 구성한 것이다.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에 소속된 수사관 7명이 바로 그들이다. 대검 관계자는 “일각에서 ‘박태규 체포조’로 알고 있지만, 그것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박씨가 자진해서 귀국할 수밖에 없는 정보를 수집하는 팀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박씨의 자진 귀국을 압박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하라는 특명을 부여받은 셈이다.

박씨는 정치권과 언론계 등에 두터운 인맥을 가진 거물 로비스트로 지난해 부산저축은행이 유상 증자를 통해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으로부터 1천억원의 투자금을 끌어들이는 데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특히 부산저축은행 김양 부회장(구속)을 통해 “박씨에게 로비 자금으로 17억원을 건넸고, 이 가운데 2억원은 돌려받았다”라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나머지 15억원이 정·관계 로비 자금으로 쓰였을 것으로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한총장 입장에서는 박씨의 ‘입’을 통해 정·관계 유력 인사를 구속시킨 다음 저축은행 사건을 하루빨리 마무리 짓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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