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 올인’ 벼르는 경찰들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1.08.2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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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방문 잦은 조현오 청장, 부산 출마설 나돌아…박종준 차장·이철규 정보국장 등 줄줄이 거론

▲ 19대 총선 출마설이 나오고 있는 조현오 경찰청장.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6월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통과되자 ‘경찰이 검찰을 상대로 판정승을 거뒀다’라는 여론이 일반적이었다. 실제 이번 조정에서 경찰은 수사 개시권과 진행권을 손에 넣었다. 그러나 경찰 내부의 표정이 썩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이번 조정안에 경찰측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불만도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한 사례로 이전 형사소송법의 경우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해야 한다’라고 규정했었지만, 이번 조정안은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라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모든’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전·현직 경찰관들로 구성되는 ‘무궁화클럽’의 한 회원은 “이 규정 하나로 허울 좋은 수사 개시권도, 복종 규정 삭제도 모두 무색해졌다. 검찰권은 더욱 강화될 것이고, 경찰 수사권은 검찰에 완전히 종속되었다. 검찰 지상주의 국가로 재탄생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경찰 수뇌부의 무능과 퇴진을 위해 함께 축배를 들자”라고 개탄했다.

“무소불위 권력 휘두르는 검찰 견제 위해”

경찰 수뇌부도 할 말은 있다. 수사권 조정을 논의한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 경찰 출신 국회의원이 단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다’라는 것이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검찰 출신 국회의원은 수십 명인데, 우리는 유일한 경찰 출신 의원인 이인기 한나라당 의원 한 명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이의원은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으로 수사권 조정과 관련도 없었다”라고 토로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지난 5월 “모든 지방청장과 경찰서장은 수사권 조정 문제에 자신의 직위를 걸어라”라고 주문한 것은 이와 같은 경찰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검찰은 조청장의 발언을 조폭에 비유하며 거세게 비난했는데, 조청장은 “검찰은 검사 출신 국회의원들을 통해서 은밀하게 의견을 전달할 수 있지만, 경찰은 그런 수단이 없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각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경찰의 입장을 알리라고 한 것뿐이다”라고 항변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년 총선을 바라보는 경찰의 눈빛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경찰 내부 사정에 밝은 국회의 한 관계자는 “내년 총선 때 경찰의 안팎 조직을 총동원해서라도 많은 경찰 출신 의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총선을 아직 8개월 정도 앞둔 지금부터 이미 전직은 물론 현직에 있는 경찰 간부의 총선 출마설이 나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가운데 조현오 청장의 부산 출마설은 단연 핫이슈이다. 부산고 출신인 조청장은 최근 부산을 방문하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고 전해진다. 자칫 표밭 다지기로 오해받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앞에서 언급한 국회 관계자는 “경찰측에 ‘조청장이 출마할 의사가 있는 것 아니냐’라고 물었더니 ‘부산 방문이 반드시 선거 때문만은 아니다’라는 모호한 답변을 들었다”라고 전했다.

박종준 경찰청 차장도 충남 공주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박차장은 경찰대 2기 출신으로, 동기 중 단연 눈에 띄는 선두 주자이다. 1기 선배까지 제치고 차장까지 올랐는데, 조청장 이후 차기 경찰청장 후보로 벌써부터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박차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지만 1기를 제치고 바로 차기 청장으로 올라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어쩌면 지금의 차장이 마지막 자리가 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박차장에 대해 내년 총선 출마설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과 닿아 있다”라고 전했다.

경찰 내부의 막강한 정보력을 총괄하는 이철규 경찰청 정보국장의 강원 삼척·동해 출마설도 주목된다. 벌써부터 지역에서는 “선거에 나서려면 ‘실탄’(돈)이 필요한데 이국장 집안이 여유가 있어서 돈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얘기가 많다. 또 지역 내 평판도 좋다”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강승수 전 상하이 영사 역시 경찰 내에서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스타’이다. 경찰대 1기 수석으로 각광받았던 강 전 영사는 이미 고향 서귀포에 내려가 표밭갈이에 한창이다. 강 전 영사는 현직에 있을 때에도 자주 서귀포를 방문해 지역 민심을 살펴왔기 때문에 지역 여론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허준영 전 경찰청장(현 코레일 사장)은 이미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 전 청장의 측근인 코레일의 한 관계자는 “허사장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한나라당 공천 여부와 상관없이 강남에 출마할 생각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박광순 전 분당경찰서장과 김한표 전 거제경찰서장도 각각 분당과 거제에 출사표를 던졌다. 박 전 서장은 민주당 분당 갑 지역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인맥을 쌓아왔다. 김 전 서장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7백여 표 차이로 아쉽게 낙선한 바 있다.

경찰 내부에선 “자칫 검찰 자극할 수도” 우려

경북 영천과 경주에서는 각각 최기문 전 경찰청장,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의 출마설이 돌고 있다. 김 전 서울청장의 경우 현재 오사카 총영사로 근무하고 있는데, 오는 10월 사표를 내고 본격적으로 선거전에 돌입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 밖에도 어청수 전 경찰청장은 진주에, 윤재옥 전 경기청장은 대구에서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서는 박종구 전 용인경찰서장이, 충남 당진에서는 이종원 전 천안동남경찰서장이 거론되고 있다.

출마설에 오른 인물들은 한목소리로 “대한민국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박광순 전 서장은 “검찰은 수사에서부터 시작해 기소, 형의 집행까지 모든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절대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그랜저 검사, 스폰서 검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내가 현직에 있을 때 겪은 검찰의 부패상은 이보다 훨씬 심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8대 국회에서 검사 출신 의원만 20여 명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이 검찰 지킴이를 자처하고 있다.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경찰 출신들이 적극적으로 현실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만약 경찰이 이들을 조직적으로 밀어준다면 그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군 정보기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 6월 하순 열린 이인기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전·현직 경찰 간부들이 대거 참석해 세를 과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 13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경찰의 조직력과 정보력은 국내 최고이다. 전·현직 경찰 가족만도 3백만명이다”라고 밝혔다. 막상 경찰 내부에서는 이에 대해 상당히 조심스러워 하는 눈치이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괜히 이런 분위기가 알려져서 좋을 것이 없다. 불필요하게 검찰 쪽을 자극할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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