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이제 혼자만 잘나가려 해선 안 돼”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11.08.2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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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브레인’ 박형준 사회특보 인터뷰 “기업 생태계 건강하게 바꾸는 데 동참해야 대기업도 살아”

▲ “정몽준 전 대표도 상당히 오래전부터 공생 발전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공감대를 가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 교감은 없었지만 어쨌든 대통령께서 공생 발전을 강조한 다음 바로 정 전 대표가 실천을 보여줌으로써 상당히 파급을 확대하는 효과는 거두었다고 본다.” ⓒ시사저널 이종현
청와대 턱밑에 위치한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중앙청사 별관은 ‘창성동 별궁’이라고도 불린다. 한때 청와대의 권력이 창성동 별관으로 옮겨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 이유는 이 건물 5층에 나란히 들어서 있는 특보실의 비중 때문이다. 특히 문화특보실과 언론특보실 옆방에 있는 사회특보실에 이목이 집중된다. 그 방의 주인인 박형준 사회특보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홍보기획관과 정무수석을 지내며 현재 이명박 대통령의 복심을 가장 잘 읽는 측근 중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여권 최고의 전략가이자 기획통으로 꼽힌다. 지난 8월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대통령이 새로운 국정 어젠다로 제시한 ‘공생 발전’을 정립한 이도 역시 박특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8월18일 오전 박특보의 방을 찾았다.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제시한 ‘공생 발전’의 아이디어를 박형준 특보가 창안했다는데.

경축사라는 것은 그야말로 대통령의 비전이다. 나는 단지 실무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다. 경축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대통령의 생각과 철학이 담겨 있는 것이고, 대통령의 국정 기조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공생 발전 방안은 어떻게 착안된 것인가? 대통령 여름휴가 때 정리된 것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그것은 아니고, 이미 오래전부터 대통령의 철학이었다.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G20 정상회의에서도 그랬고, 그동안 대통령이 외국의 정상들을 만나면서 죽 피력해왔던 의견이다. 우리는 최근 글로벌 금융 위기 극복 과정이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 극복 과정과는 상당히 달랐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IMF 때는 강제적인 구조조정에 의해서 털어내는 방식이었다. 그로 인해 2만여 개의 기업이 도산하고, 2백만명 이상의 실직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번의 금융 위기 극복 과정에서는 오히려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줄도산이 없도록 했고, 일자리 나누기라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정책을 통해 위기 극복에 대한 하나의 모델을 제시했다. 금융 위기의 피해가 서민·중산층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을 어쨌든 정부가 막으려는 노력을 한 것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이미 공생이라는 의미를 체득할 수 있었다. 따라서 공생 발전은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것이 아니고 그동안 국정 경험을 하면서, 세계의 변화를 통찰하면서, 우리가 여러 가지 정책을 통해 얻은 성과를 집대성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마침 대통령이 ‘공생 발전’을 언급하자마자 곧바로 여권 내 대권 주자 중의 한 명인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2천억원의 사재 출연을 결정했다. 사전에 교감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없었다. 다만 정몽준 전 대표도 상당히 오래전부터 이런 인식에 공감대를 가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해 내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있을 때 당시 당 대표였던 정 전 대표와 대화할 기회가 많았는데, 그때부터 이미 기본적으로 그런 철학을 갖고 있었다. 교감은 없었지만 어쨌든 대통령께서 공생 발전을 강조한 다음 바로 정 전 대표가 실천을 보여줌으로써 상당히 파급을 확대하는 효과는 거두었다고 본다.

아무래도 대기업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편해할 것 같다.

대기업이 꼭 그렇게만 받아들일 일은 아니다. 이제 대기업들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생존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바꾸는 데 동참해야 한다. 너무 대기업만 잘되고 중소기업이 몰락하면, 일자리가 없어지고 실직이 굉장히 늘어난다. 그러면 사회 불안이 조성되고 소비가 위축된다. 결국 그렇게 되면 대기업도 존립 기반이 흔들리는 것이다. 대기업은 이제 좀 더 사회적 책임을 자각함으로써, 혼자만 잘나가려 하지 말고 함께 끌고 나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른바 기러기 편대로 가야지 혼자 독수리로 가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또 대기업들도 이런 인식에 상당히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는 계속 ‘친서민’과 ‘공생’을 외치는데, 여전히 국민들은 현 정부에 대해 ‘친기업적’ 이미지가 강하고, 양극화를 심화시켰다고 느끼는 듯하다.

실체와 이미지는 조금 괴리될 수 있다. 현 정부의 그런 이미지는 우선 대통령 자신이 대기업 CEO 출신이라는 점도 있고, 또 정권 초기 언급했던 ‘기업 프렌들리’가 잘못 이해된 원인이 큰 것 같다. 그때는 금융 위기였기 때문에 시장의 활력을 살려서 투자를 늘리고, 투자를 늘려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비를 진작하고, 그래서 기업이 더 여건이 좋아지는 그런 선순환 구조를 생각했던 것이다. 즉, 일자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것이 곡해되어서 ‘대기업만 살리는 것이 아니냐’ 하는 오해를 받은 측면이 있다. 실체는 우리나라의 양극화 심화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촉발된 측면이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자영업 문제이다. 현재 국내 자영업은 워낙 과잉 상태에 처해 있다. 국내 취업 종사자 가운데 약 29%가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네 배 반에 해당한다. 자영업이 워낙 비대하다 보니까 경기가 좋건 나쁘건 자영업 쪽에서는 장사가 안 된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서민들이 자영업으로 내몰리는 것은 결국 일자리를 잃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현재 정리해고 문제로 한창 시끄러운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한 이대통령의 입장은 어떤가?

정리해고에 대해서 우리 정부가 무조건 노동 시장의 유연성만 생각해서 마치 정리해고를 찬성하는 것처럼 알려진 것은 절대 잘못 알려진 것이다. 지난 금융 위기 때도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서 가능하면 (대기업에게) 일자리를 줄이지 않도록 권유해왔고, 지금도 그 기조는 유지하고 있다. 다만 노사 관계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해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

박특보가 사회특보에 임명된 이후부터 사회특보실을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 차기 정권 창출 역할을 부여받았다는 얘기도 들리는데.

차기 정권 창출은 우리 정부가 갖고 있는 고유한 임무이다. 그런 역할을 어느 한 쪽에서 맡는다는 것은 일단 말이 안 맞는다.(웃음)

특보 정치의 강화로 이곳 창성동 별관을 가리켜 ‘제2의 청와대’라느니, 청와대와 창성동 별관 사이에 갈등이 형성되고 있다느니 하는 말들이 나왔다.

그런 것 없다. 역할 분담이 잘 되어 있다. 우리가 지금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 관여하는 것은 없다. 국정이라는 것이 워낙 복잡하고 다양하다 보니 수석비서관들은 매일매일 터지는 일을 관리하고 그 부분에 대해서 대통령을 보좌하기도 바쁘기 때문에, 우리는 좀 더 중·장기적인 과제에 대해서 대통령에게 조언도 드리고 여론도 전달하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박특보의 지역구도 부산이지만, 최근 PK(부산·울산·경남) 지역 민심의 변화를 얘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분명히 PK가 가장 중요한 전략 지역이 될 것임은 틀림없다. 야당도 한번 해볼 만한 지역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또 최근 이 지역의 유력한 대선 후보도 거론되고 있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PK가 결코 쉽지 않은 지역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문재인 바람’을 언급하신 듯한데, 야권의 새로운 대권 주자 출현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나?

상당히 지금 (문재인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사실 아니냐. 있는 그대로 평가해야지.(웃음) 위기의식보다도 여권 내에서, 특히 PK 지역에서는 문재인 전 실장의 부상이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일전에 이동관 언론특보의 발언도 있었지만, 여전히 이대통령 주변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를 경계하는 듯한,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한 분위기가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런 것은 전혀 없다. 이미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관계가 상당히 원만하게 가고 있다. 지난해에 세종시 문제로 일시적으로 그랬지만, 그 이후로는 좋다. 대통령 입장에서도 박 전 대표가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이고, 지지율 1등인데, 대통령이 그런 박 전 대표와 굳이 관계를 안 좋게 가져갈 이유도 없고, 여권 내 누구에게도 이로울 것이 없다. 상당히 좋은 관계를 계속 가져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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