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만일 겨울을 견디지 못했다면 넌 향기 없는 꽃이 되고 말았을 거야”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1.08.30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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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만난 사람│시인 정호승

ⓒ조용철 제공
시인은 나이를 먹지 않는가 보다. 예순을 넘은 정호승 시인의 글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최근 ‘정호승의 인생 동화’라는 부제를 달고 출간된 <울지 말고 꽃을 보라>(해냄 펴냄)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책은 10여 년 전부터 최근까지 정시인이 발표했던 이야기들 중에서 희망을 잃고 지쳐 있는 지금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1백2편을 선별해 새롭게 엮은 것이다.

‘아가야, 이제 너도 알 거다. 우리가 왜 겨울바람을 참고 견뎌야 했는지를. 우리 매화나무들은 살을 에는 겨울바람을 이겨내야만 향기로운 꽃을 피울 수 있단다. 네가 만일 겨울을 견디지 못했다면 넌 향기 없는 꽃이 되고 말았을 거야. 꽃에 향기가 없다는 것은 곧 죽음과 마찬가지야.’

슬픔, 상처, 고통을 이야기하는데도 글을 읽는 이의 마음은 온기와 희망으로 차오르게 하는 시인 정호승. 시인은 혹독한 겨울의 눈보라를 견딘 다음에야 열매를 맺는 가을보리에서 고통의 의미를 일깨우는가 하면, 서로 다른 견해로 싸움을 멈추지 못하는 해와 달의 모습에서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을 때 아집에 빠지고 마는 우리의 어리석음을 되비춘다. 바위라고 우기는 모래를 비웃다 모래가 된 뒤에야 뉘우치는 바위의 이야기에서, 누구의 인생에서건 주어진 고통과 인내만큼은 그 크기가 결코 다르지 않다는 엄연한 진실을 일깨운다.

정시인은 단순히 삶에 대한 성찰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각각의 삶에서 부족함을 채우는 것은 ‘사랑’이라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는 일이 힘들어 울고 있다면, 울지 말고 우리를 사랑해서 피어나는 꽃을 보라고 말한다. 인생을 더 단단하고 성숙하게 키우기를 바란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당신은 지금 누구를 사랑하고 계신지요. 혹시 지금 사랑의 문제 때문에 울고 계신다면 울지 말고 꽃을 보십시오. 꽃이 피어나는 것도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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